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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09 October 2019

의학회에 바란다

한 희 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

대한의학회는 1966년에 발족한 이래 한국의학계를 대표하는 학술단체이며 의학연구의 기반조성과 회원의 학술활동을 지원하고 의학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 및 정책개발을 통해 의학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심의인증사업, 시상사업, 명예의 전당 등 의학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중요한 사업들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동안 한국의학계를 훌륭하게 선도해 온 것에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의학의 발전은 왜 필요한가? 의료는 의학연구를 통해 얻어진 의학적 지식을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므로 의료의 발전이 의학의 발전에 기초를 두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의학발전의 방향에 대한 기본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돌이켜보면 의료계에도 의학연구의 방향성에 대한 체계적인 고민이 부족하였으며 정부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상태이다. 보건의료기본법에 의하여 매 5년마다 수립하여야 하는 보건의료발전계획을 19년 동안 한 번도 세우지 않은 채로 의료를 시혜적으로 베풀고 있는 정부는 의학발전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은 더더욱 가지고 있지 않다. 이제라도 정부와 의료계가 힘을 합쳐 미래한국의학의 발전을 위해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醫, medicine)는 의학(science, 醫學)과 의료(art, 醫療)의 성격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현대의학은 의학의 측면을 중시함으로써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왔다. 그러나 각별히 의학의 발전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기존에 밝혀진 의학적 지식만을 이용한 의료에 안주하기 쉽다. 즉 새로운 희망(new hope)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의학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의료에 있어서 의학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이를 옹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의과대학, 학회 그리고 수련병원들이 연합체를 형성하여 한목소리(one voice)를 내면서 학술의학(AM, academic medicine)을 추구하고 있다. 학술의학(AM)은 의학교육, 의학연구와 최상의 진료의 세 가지 목표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 세 가지가 함께 잘 어우러져야 유지될 수 있다. 최상의 의료를 구현하기 위한 의학연구의 핵심은 대학, 대학병원 그리고 학회에 있으며 이처럼 학술의학(AM)을 수호하는 의사들을 학술의학직업경로(academic medicine career path)에 있다고 하여 진료를 위주로 하는 일반 진료의사와 분명하게 그 역할을 구분하고 있다.

비록 체계적이지는 못하였지만 우리 의학계도 학술의학(AM)을 추구하여 왔으며 현재의 한국의료가 이러한 노력에 바탕을 두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대하여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의학연구에 매진해 온 의학연구자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학술의학(AM)의 개념은 매우 중요하지만 휘발성이 강하여 이를 항시 추구하는 전문적 전담조직이 없다면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학술의학(AM)은 현재가 아닌 발전적 미래를 향한 지속적인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의료문제가 시급하다 하여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의학의 발전이 정체되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학술의학(AM)을 주도해야할 단체들이 각자의 고유한 역할이라고 믿는 분야에만 집중하다 보니 우리나라 학술의학(AM)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였다. 학술의학(AM)의 3가지 요소에 대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펴보면 의학교육은 의과대학의 기본의학교육(BME), 수련병원의 전공의교육(GME), 면허관리 측면의 평생교육(CME)의 연계가 부족하며 의학연구의 경우는 의학연구의 사령탑이 없이 많은 정부부처들이 관여함으로써 의학연구의 방향성 설정과 효율성이 매우 낮은 사실이 시급한 문제들이다. 또한 대학병원의 경우 현재의 건강보험제도 하에서 생존을 위해 과다한 진료업무로 대표되는 진료현장으로 내몰려 왔으며, 특히 2017년 문케어 시행 이후 대학병원은 몰려드는 환자로 인하여 실제로 마비상태에 이르렀다. 따라서 대학병원은 의학발전의 핵심이라는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이다.

정부가 의학발전에 있어서 학술의학(AM)에 대하여 올바른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의료계는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들어 학술의학(AM)의 개념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국내 의학계에 적용하기 위해 의과대학협회, 의학회 그리고 최근 결성된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함께 오는 11월 22일에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학술의학(AM)의 핵심인 세 단체가 공동의 노력을 시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연합을 통하여 한국의 의대생 및 전공의 의학교육, 의학연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최상의 진료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향후 연합의 수준을 넘어서 하나의 단체로서 한목소리를 냄으로써 정부와 국민에게 의학발전을 통해서만 미래한국의료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며 더욱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국가의 미래성장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미래를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피터 드러커 교수의 말처럼 미래한국의학의 발전을 위하여 학술의학(AM)의 중심인 대학과 대학병원이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건강한 대한민국과 국가의 미래성장동력을 만들자는 명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으며 특히 의학계는 의학발전을 위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전략을 제공함으로써 정부와 국민을 설득하여 한국 학술의학(AM)의 안정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어렵게 시작된 학술의학(AM) 시스템 구축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을 의학계의 대표단체인 대한의학회가 주도적으로 리드함으로써 한국의학의 무궁한 발전을 통하여 한국의료가 세계정상에 우뚝 설 날을 기대해본다.


대한의학회(http://www.kams.or.kr)
(06762) 서울특별시 서초구 바우뫼로 7길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