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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09 October 2019

1분 소확행

-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음식과 식생활 (2)

박 정 율 고려의대 신경외과학

음식이나 식생활이 질병, 혹은 외상으로 인한 통증을 치료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질병을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만성 통증은 많은 경우, 염증 및 염증성 질환들과 연관성이 있다고 입증되었으며, 통증을 일으키는 여러 기전에 관여하므로 통증을 완화시키는 음식과 식단 구성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만족감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겠다.
최근 연구 보고들에 의하면 오래전부터 통증 완화에 알려져 있는 식품이나 음식 중 권장되는 것으로 지난 호에 게재했던 고추, 생강 외에 avocado soybean unsaponifiables(아보카도 소이빈 불검화물, ASU), curcuma(커큐마: 강황) 등이 있다. 하지만 willowback(버드나무껍질 성분), boswellia(보스웰리아: 유황나무의 유황 성분)등이 들어있는 식품이나 식품보조물, 그리고 rose hip(로즈 힙: 붉은 베리류 과일)이나 악마의 발톱 (Devel’s claw)등은 권장되지 않는 것으로 분류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아보카도와 커큐마,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이면서 건강에도 좋고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마늘, 양파, 현미밥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아보카도(Avocado)


학명이 Persea인 아보카도는 멕시코가 원산지인 과일로, 그 모양과 나무에 쌍으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 고환과 유사하다고 하여 원주민 아즈텍 언어의 ‘아후아카티(고환)’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아보카도는 과일 중에서 지방과 단백질 함유량이 매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방은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있어 적당히 섭취하는 경우에는 심혈관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베타카로틴의 흡수를 도와주는 역할도 해서 건강한 식품으로 분류된다. 특히 단백질 함유량과 식이 섬유가 많은 반면, 탄수화물은 적고 오메가-3지방산인 ALA(alpha linolenic acid)가 들어 있어 ‘착한’ 과일(채소가 아님)로 인정받고 있으며, 비타민과 미네랄까지도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Butter fruits’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샐러드 등에 많이 이용되고 있고 특히 california roll 등과 같이 인기 많은 음식의 주요 재료로 쓰인다. 필자도 가끔 가족과 함께 밥에 오이와 아보카도를 얹어서 김으로 말아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을 즐긴다. 재료 준비도 간단하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으며 무엇보다 아보카도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은 기분을 좋게 해주는 ‘소확행’ 매력이 있다. 또한 아보카도에는 콩기름에 들어있는 성분(avocado soybean unsaponifiables, ASU)이 들어있는데 이 성분이 항염 및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어 관절염의 진행을 느리게 해주거나 관절염 치료제 사용량을 줄여줄 수도 있다는 보고도 있다 임상에서는 이모튼(imotun)이라는 약이 본 추출물을 주성분으로 해서 만든 관절염 치료제로 허가 받아 판매되고 있다.


커큐마 (Curcuma, turmeric: 강황, 姜黃/薑黃)


학명 curcuma는 아라비아어 ‘kurkum(황금)’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영어권에서는 터메릭(turmeric), 프랑스어권에서는 커큐마(curcuma)라고 불리운다. 강황은 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생강과의 초본식물로 향신료 또는 색소로 사용되며 유제품, 당과류, 음료, 머스터드 등에 색을 내는데 사용된다. 이와 유사한 원료인 curcuma longa radix는 cicruma과에 속하면서 강황같이 생강과의 식물로, 술과 함께 섞으면 누런 금빛으로 변해 울금(鬱金)이라고 불리우며 주로 카레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두 원료에 공통적으로 들어있으며 음식과 약제 원료로 사용되는 성분은 curcumin(커큐민)인데 담즙의 분비와 소화작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큐마는 녹차와 파인애플 등으로 블랜딩한 차(Darjeelian Mme Curcuma)로도 판매되고 있고 울금도 녹차와 같이 차로도 상품화되어 있다.
Circuma(강황)는 항염 작용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신경 압박에 의한 염증성 신경통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Circuma longa radix(울금)은 이전부터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는데 최근 항염(TNF-s blocker 기능), 항산화 기능 및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오래전부터 프랑스인들이 고기를 많이 먹으면서도 적포도주를 곁들여 마시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 위험성이 낮다고 믿는 것처럼, 인도 사람들도 카레 덕분에 나이 들어서도 건강을 유지하고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낮다고 믿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큐민은 이밖에 인도나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숙취, 탈모증 치료 및 발기부전 치료로도 쓰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커큐민의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논문 보고가 있다. 그러나 최근 이들 효과에 대해 신중한 접근과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여러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아쉽게도 필자는 카레 음식을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병원 식당에서 점심으로2-3개월에 한 번 나오는 식사를 제외하고는 따로 인도 식당을 가서 카레를 먹거나 커큐마 성분의 차를 마시지 않아 이에 대한 개인적 경험담은 부족하다.


마늘, 양파, 그리고 현미밥 (Garlic + Onion + Brown rice)


마늘은 서양인들이 싫어하는 구강내 냄새의 원인이 되긴 하지만 이 세 가지 식품 조합을 통해 체내 아연(zinc)의 흡수를 세 배 정도 늘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 한국인에게는 호감이 간다. 아연은 핵산과 아미노산 대사에 관여하여 성장과 골격 형성, 생식 및 면역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는 필수적인 무기질로서 60%는 근육에, 나머지는 골격 등에 분포되어 있다. 아연은 지방 세포로 포도당이 유입되는 것을 조절하는 인슐린 작용에 영향을 미치며, 성장호르몬, 성호르몬, 갑상선호르몬, 프로락틴 등의 호르몬 활성과도 관련이 있고 면역 기능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고령군에서 정기적으로 아연을 섭취하는 경우 만성 염증성질환, 동맥경화증, 암, 퇴행성 신경질환, 및 면역계 질환이 68% 감소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현미는 영어로 unpolished rice, husked rice, 혹은 brown rice라고 불리우며 수확한 벼를 건조, 탈곡한 후 기계로 왕겨를 벗긴 쌀로, 백미에 비해 정백(精白)으로 인한 영양분의 손실이 적고 단백질, 비타민 B1, B2, E 및 식이 섬유가 2-4배 정도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백미에 비해 소화가 다소 잘 안되는 단점이 있지만 변비 예방과 유해물질 배출 등에 도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리놀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동맥경화나 노화방지 효과도 있다고 한다.
마늘 및 양파는 특히 우리나라 사람이 즐기는 음식에 매우 많이 사용되는 식재료일 것이다. 마늘은 소염진통제로 많이 쓰이는 이부프로펜과 같은 기전으로 항염 작용과 통증 완화 효과가 여러 논문에서 보고되어 있으며, 양파는 특히 칼로리가 거의 없고 일부 연구에서 항암 효과에 대한 보고도 있다. 이와 같은 효과를 고려하면 비록 냄새가 조금 나더라도 현미밥, 마늘, 그리고 양파의 ‘건강한’ 조합을 즐길 가치가 있다고 보며, 필자도 집에서 간혹 요리를 할 때 이 두 가지 재료는 아낌없이 사용하는 편이다. 특히 마늘을 고추장(캡사이신 성분)에 찍어서 먹으면 더더욱 맵지만 그 만큼 ‘감칠 맛’이 있으며, ‘열’ 받지만 중독성이 강하여 기분이 좋아지고 ‘이열치열(以熱治熱)’로 건강과 통증에 ‘강’해지는 시너지 효과 때문에 소위 ‘밥 도둑’을 즐기게 된다.


대한의학회(http://www.kam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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