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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79 February 2026

의료와 테크

◎ 창업을 고민하는 의사가 알아두면 좋은 것

김 치 원카카오벤처스 부대표

의과대학 교수부터 전공의, 의대생에 이르기까지 창업을 고민하는 의사와 예비 의사를 만날 기회가 점점 늘고 있다. 실제로 기관 차원에서 창업을 장려하는 의과대학이나 병원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벤처캐피탈에서 헬스케어 분야 투자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의사 출신 창업가라면 한 번쯤 반드시 고민해 보아야 할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신약, 의료기기, 헬스케어 서비스 분야에서 의사 창업가가 가지는 강점은 분명하다. 의료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 주변에 풍부한 관련 전문가 네트워크, 그리고 겸직 창업의 경우에는 자신이 개발한 제품의 잠재적 구매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장점이 오히려 한계로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목격된다.

의사는 임상 현장에서 환자에게 신약이나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전문가이지만, 인허가나 보험 수가 적용 과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인허가는 규제 기관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절차에 가깝고, 관련 전문 인력과 컨설팅이 점차 보편화되면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반면 보험 수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내 헬스케어 시장의 한계를 고려하면 많은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해외, 특히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게 되는데, 미국에서 보험 수가를 획득하는 과정은 난이도가 매우 높다. 임상 현장의 논리와 보험 수가의 논리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임상적 타당성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보험 수가는 이미 완성된 제품에 사후적으로 ‘붙이는 것’이 아니라, 제품 기획 단계부터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임상적 가치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보험 수가의 논리를 충족하지 못한 제품은, 아무리 노력해도 제도적 장벽을 넘기 어렵다.

의사, 특히 의대 교수 창업가들이 자주 범하는 또 하나의 실수는 대상 시장의 크기에 대한 고민 없이 투자를 기대하는 경우다. 실제로 많은 의사 창업가들이 소수의 환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만,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회사가 점유할 수 있는 시장과 기업 가치는 구조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다. 벤처 투자는 낮은 확률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회사를 전제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매출과 성장의 상한이 명확한 기업에는 투자가 쉽지 않다.

의대 교수들이 연구비를 통해 개발한 기술 중 상당수도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무리하게 외부 투자를 받아 회사를 키우기보다는, 회사 규모를 비교적 작게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는 전략이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다. 연구 과제를 통해 제품 개발이 상당 부분 완료된 경우 추가 비용이 크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 이럴 경우 매출의 상당 부분이 곧바로 이익으로 남는다. 회사 지분을 충분히 보유한 창업가 입장에서는 외부 투자 없이도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와 연결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외부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창업가가 기대만큼 큰돈을 벌기는 생각보다 어렵다는 사실이다. 최근 수백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사례를 자주 접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투자금’이지 창업가의 현금 수익은 아니다. 국내에서 M&A가 활발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외부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결국 상장을 주요 출구로 삼게 된다. 그러나 드문 확률을 뚫고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창업가가 보유한 것은 주식일 뿐 현금은 아니다. 내부자가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주가에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기 쉽기 때문에, 실제 현금화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개인의 경제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외부 투자 없이 작지만 이익을 내는 회사를 운영하며 배당을 받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되는 경우도 많다.

진료나 교수직을 유지한 채 창업을 병행하는 의사들도 많은데, 이 또한 중요한 고려가 필요하다. 벤처캐피탈은 일반적으로 파트타임 창업가를 선호하지 않는다. 전력으로 매달려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스타트업인데, 다른 본업을 병행하며 이를 성공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파트타임 창업가가 좋은 사업가로 성장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당장 눈앞의 제품 개발에만 집중하다 보면, 회사의 중장기 전략, 조직과 인재 관리, 리더십에 충분한 고민과 경험을 쌓기 어렵다. 그 결과 사업가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경험의 ‘임계치’에 도달하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만약 파트타임 상태에서 외부 투자를 유치했다면,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학습과 경험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의사 창업가들을 만날 때마다 반복해서 강조하는 말이 있다. “창업은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최소 10배는 어렵다”라는 것이다. 투자 유치에 성공해 잠시 들뜨는 순간은 짧고, 회사 운영 과정에서 마주하는 문제 해결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명 한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훨씬 더 많은 환자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창업이 가진 분명한 매력이다. 이 글이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사 창업가와 예비 창업가들에게 작은 참고 자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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