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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39 June 2022

기획특집

◎ 대한의사협회가 새 정부에 바라는 보건의료정책

이 필 수대한의사협회 회장

보건의료 분야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선택으로 5월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어느 것을 막론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으나, 보건의료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최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할 분야다. 14만 의사회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은, 의사가 가장 의사답게 진료할 수 있고, 잘못된 제도로부터 억압받지 않으며, 자신 있게 환자에게 필요한 의술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다.

무엇보다도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른 최선의 진료를 펼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이 조속히 조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료계의 바람을 새 정부에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의료계 과제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장 전문가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는 의료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동안의 정부 정책은 말단의 의료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내용이 많았다. 그 이유는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 단체와의 충분한 논의와 소통 없이 일부 연구자들의 편향된 시각에 의존한, 의료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시도되어 왔기 때문이다. 정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이 있다. 따라서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상향식 의사결정’ 방식으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제 임상경험이 전무한 일부 의료관련 학자들의 의견이 좌지우지하는 탁상공론식 정책 적용은 필히 지양해야 한다.

소진된 의료인들의 헌신에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OECD 국가들 중 의료의 질 지표가 가장 높은 나라다. 과거 우리나라가 부러워했던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보다 더 뛰어난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발표된 ‘치료가능 사망률’의 경우 우리나라는 지난해 41명으로, 스위스 다음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 원가에 못 미치는 저수가임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으로 국민건강을 지켜온 의료인들의 헌신과 노고가 만든 결과다.

2년여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도 의료인들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의료인들의 헌신과 노력에 대한 구체적 보상체계가 부재하다. 특히 최근의 간호사 직역만을 위한 간호법 제정 시도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해온 의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모든 보건의료직역의 협업의 성과를 부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새로운 정부는 특정 직역이 아닌 보건의료인력 전반의 처우개선을 통해 한없이 떨어진 의료인들의 사기를 북돋아야 한다.

의료와 돌봄체계 정비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게 된다. 그런데 현재까지의 건강보험정책은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유도하여, 오히려 의료비 과잉 지출을 유발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정책으로는 수십 년 후 건강보험재정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3차-대형병원 선호적인 진료문화를 탈피하고, 지역중소병원과 동네의원이 초고령사회 의료의 든든한 중심이 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료기관들이 의료와 돌봄 기능을 담당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감염병 위기 대응 위한 보건부 독립이 필요하다.

향후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될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로서 보건부 독립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다른 감염병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임시변통식 방역,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는 방역이 아닌 의료인과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과학에 근거한 방역’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보건부와 같은 컨트롤타워의 설립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차기 정부에서는 보건부를 독립시켜 질병관리청, 식약처, 보건소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보건소의 일반진료기능을 없애 지역사회 건강증진, 감염병 예방에 집중하게 해야 한다.

존폐 위기에 놓여있는 필수의료체계의 확립이 절실하다.

국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을 막론하고 정책적 뒷받침이 부드럽게 이뤄진다면, 공익적 의료가 원활하게 이행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하에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의료기관들이 필수의료를 잘 이행할 수 있도록 공익적 수가 제도를 개선하고, 의료취약지 민간병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공공병원·공공의대 신설보다 필수의료체계 조성을 위한 경제적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는 것을 새 정부는 기억해야 한다.

또한, 수술 후 발생하는 의료분쟁 때문에 기피과가 되어버린 흉부외과, 산부인과, 외과 등 외과계 필수의료과를 살리기 위해 의료분쟁특례법을 제정하는 등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의료는 고도의 전문분야이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필수영역이다.

따라서 보건의료정책을 입안할 때는 더욱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대한의사협회와 14만 의사회원들은 새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고 올바른 보건의료정책을 수행해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할 것이며, 때로는 의료 악법들이 제정되지 않도록 날선 비판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코로나19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 의료의 최전선을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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