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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29 July 2021

Issue??있슈!!

◎ COVID-19 대응으로 본 보건의료 정책 개선에 대한 제언

정 기 석한림대학교성심병원 호흡기내과

COVID-19가 우리 사회를 마비시킨 지 벌써 1년 반이 되어가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어 감염병의 기세는 많이 누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MERS(2015년), swine Flu(2009년), SARS(2003년) 등을 겪으면서 방역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여왔고, 국민들도 감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에 협조해야 하고, 때로는 개인정보도 침해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런 덕분에 대응 초기에 세계적으로도 소위 K-방역을 자랑할 정도가 되었고 필자도 일본, 이스라엘, 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 언론 매체들의 요청으로 우리의 방역 시스템에 관해 자랑스럽게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초기에 잘한 것으로는 신속한 진단검사법 확립, 메르스로 훈련된 역학조사 능력, 접촉자 격리시스템, 마스크 착용 권고 등이다.

하지만 1차 대유행에서 보았듯, 의료대응체계 운영이 미숙해서 많은 사상자가 속출했다. 의료시설과 인력 동원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라 질병관리청이 앞장서기 어려운 구조이다. 환자 발생 추이와 감염병의 심각성에 기반한 병실 수급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소관 업무의 지휘권이 달라서 효율성이 떨어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중환자실 부족이 뻔히 보이는데도 의료기관과 의료 인력을 담당하는 부서는 손을 놓고 있다가, 사망자가 속출하기 시작하자 뒤늦은 대응으로 뒷북 행정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그나마 전국에서 자원하여 모여든 의료인들의 헌신으로 인해 더 큰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현장에 갔던 방역전문가의 말을 빌지 않아도 당시 그곳은 혼돈의 도시였다.

1차 유행이 마무리되고 안정을 찾아갈 때, 정부는 감염병 전담병원을 제대로 지정하여 2차, 3차 유행에 대비했어야 하나, 6월경에는 그나마 지정했던 병원들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촉구하였으나 당국은 반응이 없었다.
2차유행이 시작되어 사정이 다급해지자 수도권 상급병원 보직자들을 대상으로 부랴부랴 화상회의를 소집할 정도로 대비는 계속 부실했다. 중대본도 질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기에 각 부처가 앞을 다투어 소비쿠폰을 발행하고,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일을 방관하고 있다가 2차 유행을 맞게 된다.
거리두기 3단계도 변형을 거듭하여 전문가들 조차도 방향성을 가늠 못할 정도가 되었고, 언론은 1.5단계, 2.5단계 등으로 부르게 되었다. 어렵게 5단계를 확정했으나, 정작 실전에서는 적용 시기를 늦추는 구실을 찾은데 급급했던 것은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영업중단과 축소 기간을 연장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 대표적인 예가 12월 초 확진자 숫자가 하루 1천명을 넘겼음에도 마지막 단계로 진입하지 않은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3차 유행은 2달째에 안정세로 돌아서기는 했으나, 보다 강력한 거리두기 단계를 짧게 시행하고 풀었더라면 더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확진자 숫자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1월 중순부터 지속적으로 거리두기 완화책을 지속한 결과 4월 초에 다시 환자수는 증가세로 돌아섰고 일일 확진자는 당시 400명 선에서 현재는 600명 선으로 올라선 상태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위험군에 대한 백신접종과 취약시설에 대한 선제검사가 효과를 보여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안정세를 보이는 것이다.

중대본이 방역정책을 주도하고 방대본은 실무에 집중하는 현재의 방식은 다음에 다른 감염병이 유행한다 하더라도 지금의 경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즉 방역의 컨트롤타워를 일원화 하지 않으면 다시는 K-방역이라는 용어를 쓸 수 없을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의 업무 중복은 2차관과 청장의 관계설정이 애매한 것에서 출발한다. 보건전문가가 아닌 장관이 지휘봉을 잡으면 더 혼란스럽게 된다. 방역의 시작은 감염원의 원천 차단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처음부터 스텝이 꼬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질병청이 중심이 되고, 중대본은 백신 접종률 증대를 위해 문체부를 중심으로 모든 부처의 역량을 가동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수급이 충분하더라도 전국민 70% 접종은 처음부터 만만한 목표가 아니었다. 고가의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접종 사업의 경험한 필자의 판단으로는 50%만 달성해도 무난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12-17세 이하가 포함되면 상황은 호전될 것이다.

방역정책을 전문성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전개하고, 복지부가 가지고 있는 행정능력을 적기에 발휘하기 위해 보건부 설립을 제안한다. 의료계에 산적한 문제들은 복지행정에 매몰되어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한지 오래이다. 보건복지부는 1, 2 차관이 관장하고 있는 복지와 보건을 분리하여 2차관 조직과 질병관리청, 식약처를 포함해서 보건부로 개편해야 한다. 복지 분야는 여성가족부와 통합하여 더 따뜻한 사회복지를 실현하는 부처로 가면 될 것이다. 국회와 정부의 진지한 검토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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