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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17 June 2020

1분 소확행

- 영화 속 의학이야기(1) : 안락사

장 경 식 조선의대 내과학, 조선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안락사라는 용어가 어렵기도 하고 생명을 살리는 의료인들에게 죽음이라는 의미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1997년 보라매 병원과 2008년 김할머니 사례에서와 같이 의사들에게 결코 방관할 수 없는 용어이다. 간접적, 직접적, 소극적, 적극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더 어려워지고, 때로 서로 혼용하여 쓰이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다. 실제로 많이 쓰고 있는 ‘자의 퇴원’이라는 용어는 기존 사례에서 보듯이 ‘의학적 충고에 반한 퇴원’ 혹은 ‘가망 없는 퇴원’일 수 있으며 이 두 가지 모두 ‘소극적 안락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당사자의 의지의 유무에 따라 자발적, 반자발적(involuntary), 비자발적(nonvoluntary) 안락사로 분류하기도 한다.

안락사에 관한 영화는 많이 있으나 비자발적 안락사에 속하는 영화에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베티 블루’,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있고 자발적 안락사에는 ‘내 인생은 나의 것’, ‘씨 인사이드’와 ‘유 돈 노우 잭’ 등이 있다.
‘내 인생은 나의 것’, ‘씨 인사이드’와 ‘유 돈 노우 잭’과 같이 자발적 안락사와 관련된 영화에서는 경추 손상 등으로 인한 사지마비로 거의 움직일 수 없으나 정신은 맑은 환자가 안락사를 원하는 상황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에서는 사지마비뿐만 아니라 혈액 투석 등을 하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천재 조각가 환자가 치료 받지 않고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데 이를 도와주려는 의사와 판사와의 갈등을 그린 미국 영화이다. ‘씨 인사이드’역시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법적 투쟁을 하는 영화이며, ‘유 돈 노우 잭’은 안락사를 원하는 환자들에게 안락사를 도와주다가, 마지막에는 직접 약물 주입을 시행하여 큰 반향을 일으킨 미국인 의사 잭 케보키언의 삶을 영화화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의사에게 안락사를 요구하지만 가족은 끝까지 환자의 곁을 지키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2009’가 개봉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인도 영화 ’청원‘은 자발적 안락사에 관한 영화이다.

‘청원[Guzaarish, 2010]’은 ‘씨 인사이드[The Sea Inside, 2004]’의 인도판이다. 스페인 영화인 ‘씨 인사이드’에 비해 보다 동양적인 사고방식을 느낄 수 있으며, 볼리우드(Bollywood) 영화라고 불리는 인도 영화 특유의 춤과 노래도 감상할 수 있다. 사고로 경추손상을 입어 전신마비로 14년을 살아가는 당대 최고의 마술가와 그 곁을 한결같이 기키고 있는 간호사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그녀의 도움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라디오 디제이로 삶을 살아가지만, 어느 한 순간도 움직이는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다. 오랜 친구인 변호사에게 안락사를 청원하게 하지만 허락될 리가 없다. 안락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수 없는 사람들의 갈등이 계속되는 줄거리이다.

안락사와 같은 생명윤리 관련 문제에는 당사자일 때와 의사 혹은 보호자, 방관자일 때의 처지가 각각 다르다. 장애가 심한 아이을 간호하고 있는 노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살아 있을 때는 그래도 아이를 돌보아 줄 수 있지만 죽고 나면 누가 아이를 돌봐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아이에게 ‘우리 같이 죽자.’라고 했더니 ‘내가 왜 죽어요?’라고 단번에 이야기하더란다. 영화에서처럼 전신마비로 말은 할 수 있고 젓가락 같은 막대기로 컴퓨터 자판을 칠 수 있지만 본인의 의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 환자나, 루게릭병처럼 서서히 전신이 마비되어 가는 환자를 만났을 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이들이 안락사를 원할 때 의료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청원(Guzaarish, 2010)’의 명대사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Life is short, My friends.
But it is long enough, if you live with all your heart.
Break the rules, Forgive quickly, Kiss slowly, Love truly, Laugh uncontrollably
and never regret anything that made you smile.
인생은 짧지만 온 마음을 다한다면 충분히 길어요.
원칙은 깨버리세요, 용서는 빠르게, 키스는 천천히, 사랑은 진실하게, 웃음은 조절할 수 없을 만큼
그리고 당신을 미소짓게 했다면 절대 후회할 필요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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