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Skip to contents

E-NEWSLETTER NO.102 February 2019

기획특집 – 의료기기와 의료기술 Ⅱ

-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쟁점과 과제

이 무 열중앙의대 생리학

최근 한의학(한방)계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한방 의료기관이 혈액검사기기나 진단용 초음파, 골밀도검사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고 이에 따른 의료법 위반과 관련된 법적소송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과 배경에 대해서 잠시 생각 내지는 설명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인체생리학 전공자로서 복지부 산하의 의료기술평가를 담당하는 복지부 산하의 공공기관에 수년간 파견근무를 하였기에 의사로서는 드물게 의료기술평가에 대하여 전문성을 지니게 되었다. 국내의 의료기술평가 전문가는 각 직역의 관심그룹(영어표현으로는 stake holder)에서 배출되며 의료기기 제조관련자(회사 종사자), 의사 중 일부(대개는 실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과대학의 임상교수와 의료정책 전공자), 보건학 내지는 보건행정 관련자(간호사들도 상당수 참여), 약학행정 전문가 등이 주축을 이룬다. 물론 이 가운데 국내의 의료기기를 이용한 의료기술의 평가에는 대부분 의료분야 교수가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의료법 상 의료인의 정의에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는 것으로 이해되는 바, 의료기술의 평가에 있어서도 의과의료기술은 의사 중심의 평가절차를, 치과의료기술은 치과의사 중심의 절차를, 한방(한의사들은 한방이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임)의료기술은 한의사 중심의 절차를 통해서 심사의 과정이 이루어진다.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의료인(특히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의료행위는 대부분 행위별 수가제를 통해 어떤 의료행위를 했느냐에 관한 기록을 바탕으로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그 대가를 받을 수 있으며, 그 의료행위는 2007년 이후 도입된 의료법 내의 신의료기술 관련 법안으로 인해 정식으로 신의료기술로 인정 내지는 평가가 된 의료기술에 한하여 수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역으로 말하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경우 의학·치의학·한의학에 기반을 둔 의료기술을 자유롭게 환자에게 펼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의료행위로 인정된 기술이 아닌 경우에는 수가를 청구할 수 없다. 하지만 의과계의 경우 의료기기 분야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최신 의료기기가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고 있고 의료현장에 도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의료기기는 의학 및 과학적 배경에 기반을 둔 의과용 현대의료기기를 의미한다. 최근 한의사들의 이러한 현대의료기기를 진료에 사용하겠다는 발언과 실제로 환자 진료에 사용한다는 사례를 여러 곳에서 듣게 된다. 과연 한의학 종사자가 의료기기에 대해 정확히 이해를 하고 임상진료를 하는지에 대해서 상당히 의심스럽고 걱정스럽기까지 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한의사가 의료법 상 의료인으로 인정받고 있고 사람의 질병을 다룸에 있어 의사와 거의 동등한 권한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실제로 의료법의 배경과 그 내용을 보면 의사의 경우 의학이론을 근거로, 한의사는 한방이론에 근거한 내용을 가지고 한의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현대의료기기 또한 ‘의료’라는 표현으로 인해 오해를 유발할 소지가 많다. 의과 내지는 의사들의 경우에는 ‘의과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여 의과의 의료행위를 하면 될 것이고, 한방 내지는 한의사들의 경우에는 ‘한방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여 한방의 한방의료행위를 하면 되는 것으로 구분되어 생각해야 할 부분을 두루뭉술하게 ‘현대의료기기’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의과와 한방을 대학의 교육과정·교육의 인증과정, 면허의 범위, 면허시험의 종류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분해 놓은 국내의 의료이원화 체계를 완전하게 역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소위 고시 3총사라고 하는 사법, 행정, 외무고시(요즘은 명칭이 조금씩 바뀌고자하는 추세이지만)의 합격자는 각각의 영역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직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해당 고시에 합격한 사람을 통칭하여 ‘고시합격생’이라고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교육과정을 마치고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의료인이라 표현하고(물론 간호사와 조산사도 의료인에 포함되지만)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로서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행정고시를 합격했다 해도 법조인과 같은 범주의 국가에서 인정하는 ‘고시’ 합격생이라고 하지만 변호사나 판사, 검사의 업무를 담당하지는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의사고시를 합격한 사람은 의사, 치과의사고시를 합격한 사람은 치과의사, 한의사고시를 합격한 사람은 한의사라고 부르고 해당하는 영역의 의료기기, 특히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여 본인들의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신의료기술 평가분야는 의학, 치의학, 한의학의 분야가 분리되어 있다. 해당 분야로 평가를 신청하여 해당 분야의 기술로 인정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이며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의과의 영역과 한의학(한방)의 교육 및 업무영역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동일한 기계를 사용하겠다는 논리(사실 논리라고 표현하기도 부끄럽지만)는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았다고 자신이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생각은 이제는 버렸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수학과에서 수학교육을 받고 대학을 졸업했다고 수학분야의 전문가라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은 정신감정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일 것이다.
의학은 과학의 한 분야라 할 수 있다. 끝임 없이 검증하고 논리와 기전을 찾아내며, 인체를 다루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오류를 계속해서 검증한다. 심지어 노벨의학상을 받은 업적조차도 그 이후에 오류가 발견되면 취소하는 것이 의학자와 과학자의 기본적 소양이라 할 것이다. 과학은 사실 하나이다. 하지만 어느 과학의 분야에도 동양과학, 서양과학으로 나누어 교육받고 활용하지는 않는다. 의학도 하나의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의 한 분야로서 끊임없이 검증받고 성과를 통해 평가받을 뿐이다. 수백 년 이어온 전통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한방’에 대해 과학의 한 분야라고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의료기기는 의과이론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의과 현대의료기기와 한방이론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한방 현대의료기기로 구분하여 의료의 현장에서 이용해야 할 것이다.
전술한 내용을 근간으로 하여 국내 의료관련 해당분야 종사자들(stake holder)들의 올바른 이해와 적절한 판단을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자동화라는 표현으로 기계의 수치를 확인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다. 예를 들어 혈당측정기를 통해 혈당을 측정하여 ‘혈당이 높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이를 적절하게 다양한 방법과 조건을 통해서 검사하면서 당뇨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의료계 가운데에서도 의과만의 독립적 영역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대한의학회(http://www.kams.or.kr)
(06762) 서울특별시 서초구 바우뫼로 7길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