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지난 60년의 여정을 정리한 『대한의학회 60년사(60 Years of Leadership, 1966–2026)』를 발간하였다. 지난 10월 6일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창립 60주년 기념 심포지엄 및 기념식에서 편찬 보고와 함께 처음 공개되었다. 앞서 지난 호에 소개한 기념식이 축하로만 끝나지 않고 다음 60년을 준비하는 자리를 지향했듯, 이번 60년사도 걸어온 길을 되짚는 데 머물지 않았다.
대한의학회는 중요한 길목마다 그 발자취를 기록으로 남겨 왔다. 1979년 이문호 회장 재임 시절의 분과학회협의회 약사(略史)에서 출발해, 2007년 40년사(김건상 회장), 2016년 50년사(이윤성 회장)로 이어져 온 흐름이다. 이번 60년사는 그 뒤를 이어 50년사 이후인 2016년부터 2026년까지, 지난 10년에 초점을 맞췄다.
■ 유례없는 도전의 10년, 그 기록의 의미
이진우 회장은 발간사에서 지난 10년을 "우리 의료계가 유례없는 도전과 변화를 겪은 시기"로 돌아본다. 메르스와 코로나19가 잇따랐고, 의과대학 정원을 둘러싼 갈등이 의학 교육과 전공의 수련의 근간을 흔들었으며,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이 진료와 연구의 지형을 바꿔 놓았다. 편찬위원회가 마주한 물음도 여기서 나왔다. 자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넘쳐서 어려운 시대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 그래서 이번 기록은 성과만 나열하기보다, 그 과정에서의 고민과 선택의 흔적까지 함께 담으려 했다.
■ 4부로 구성된 지난 10년의 기록
60년사는 이전 기록의 체계를 이어 총 4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 '대한의학회 발자취'는 최근 10년의 발전과 과제를 객관적 시각에서 정리하고, 제22대 이윤성 회장부터 제25대 이진우 회장까지 역대 집행부의 재임기를 회고한 「의학회의 미래를 열다, 최근 10년의 기록과 리더십」, 그리고 학회 운영·학술 활동·수련교육·정책·의학 연구를 아우르는 「주요 사업 변천」을 담았다. 제2부 '스페셜 이슈'는 한 줄로 남기기 어려웠던 세 가지 사안 — 두 차례의 의정 갈등과 대응, 2019년 의학논문 출판윤리 논란과 대응, 코로나19 대응 — 을 별도로 조명하였다. 제3부 '사진으로 보는 대한의학회'는 제22대부터 제25대까지의 주요 장면을, 제4부 '부록'은 정관·연혁·학술대회·199개 회원학회 명단·정책연구 과제 등을 수록하여 지난 10년을 시기별·주제별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 지난 10년, 대한의학회가 걸어온 길
지난 10년의 발자취는 학술단체 본연의 역할을 지키면서도 안으로 조직을 다지고 밖으로 책무를 넓혀 온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학회의 근간인 회원학회가 2016년 165개에서 2026년 199개로 늘었다. 그 사이 원로 추대로 이뤄지던 회장 선출은 평의원 직선제로 바뀌어 2018년 제23대 장성구 회장이 첫 직선 회장으로 취임했고, 준회원 제도와 회원학회 대상(大賞)이 이 성장을 뒷받침했다.
학술의 무게도 한층 커졌다. 공식 학술지 JKMS는 주간 발행 전환과 국제 표준 심사 체계를 갖추며 2021년 영향력지수(JIF) 5.354를 기록했고, 2022년에는 미국 AAMC를 본떠 여러 전문가 단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대한의학회 학술대회를 새로 열었다. 홍콩과 싱가포르, 일본 등 여러 나라 의학회와 손을 잡고 IAMRA·GIN에도 가입하며 교류의 폭을 넓혔다.
교육과 연구에서 남긴 자취도 뚜렷하다. 2026년 5월 문을 연 전공의수련교육원은 전문과목과 병원마다 흩어져 있던 수련을 표준화된 체계로 묶어 내는 상설 기구로, 미국 ACGME나 영국 GMC처럼 수련을 총괄하는 기구가 없던 우리 현실에 한국형 모델을 세운 첫걸음이다. 2024년 문을 연 중개연구센터는 기초연구의 성과를 임상으로 잇는 다리 역할을 맡았고, 근거중심의학을 진료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한 한국형 평가도구 K-AGREE Ⅱ도 이 시기에 나왔다. 두 차례 감염병 위기에서의 대응, 2019년 미성년자 논문 저자 문제를 국제 기준(ICMJE) 위에서 매듭지은 판단, 국가건강정보포털을 통한 대국민 건강정보 제공까지 — 전문가 단체로서 감당해야 할 몫을 마다하지 않았다.
■ 다음 60년을 여는 디딤돌
『대한의학회 60년사』 편찬은 도경현 홍보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편찬위원회가 총괄하였다. 위원장은 도경현 홍보이사(울산의대)가 맡았고, 오승준 부회장(경희의대)·박형욱 부회장(단국의대)·이상규 기획조정이사(연세의대)·유성호 법제이사(서울의대)·곽승기 보건교육이사(가톨릭의대)·임춘학 정책이사(고려의대), 그리고 구현정 위원(울산의대)·박수현 위원(차의과학대)이 힘을 보탰다.
편찬위원회는 "미처 담지 못한 부분은 앞으로의 기록이 채워 갈 것"이라며, 이번 60년사가 지난 60년을 되새기고 대한의학회의 오늘을 이해하며 앞으로의 역사를 이어가는 소중한 기록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전하였다. 흩어진 자료를 모으고 증언을 구하며 문장을 다듬어 준 편찬위원과, 그 과정을 끝까지 함께한 사무국에 깊이 감사드린다. 미처 담지 못한 대목은 앞으로의 기록이 채워 갈 것이다.
이진우 회장 역시 "이 소중한 기록이 대한의학회의 다음 60년을 여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65개에서 199개 회원학회로, 함께 쌓아 온 60년. 그 발자취를 담은 한 권이, 이진우 회장의 말처럼 대한의학회의 "다음 60년을 여는 든든한 디딤돌"로 놓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