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Skip to contents

E-NEWSLETTER No.186 October

의료와 테크

◎ 수면을 기록하는 시계에서, 건강을 예측하는 시계로 수학적 모델링과 웨어러블이 만드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김 재 경
KAIST 수리과학과 부교수

스마트워치를 차고 잠을 자면 아침마다 수면 시간, 수면 단계, 심박수 등 다양한 정보가 쌓인다. 하지만 우리 연구팀이 관심을 가진 질문은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었다.

“어젯밤 어떻게 잤는지를 알려주는 것에서, 오늘 밤 어떻게 자야 하는지를 알려줄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서 개인 맞춤형 수면 가이드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후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한 알고리즘이 갤럭시 워치에 적용되면서, 사용자의 최근 수면 패턴을 바탕으로 개인에게 적절한 취침 시간대를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마다, 그리고 같은 사람이라도 날마다 적절한 수면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어제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면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졸릴 수 있고, 반대로 휴일에 늦게까지 잤다면 평소 취침 시간이 되어도 잠이 오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개념이 수면의 ‘2-과정 모델(two-process model)’이다. 하나는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하는 수면압이고, 다른 하나는 약 24시간 주기로 움직이는 일주기 리듬이다.

웨어러블에서 얻은 최근 수면 이력을 이러한 수학적 모델에 입력하면 현재의 수면압과 생체리듬 상태를 추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어젯밤 몇 시간 잤습니다”라는 사후 평가를 넘어, “오늘은 언제 자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저는 이것이 웨어러블 기반 디지털 헬스의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웨어러블의 첫 단계가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것이었다면, 다음 단계는 미래 상태를 예측하는 것이고, 궁극적인 단계는 더 좋은 상태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개인별로 제안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이미 수면을 넘어 정신건강 예측으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 연구팀은 웨어러블에서 얻어지는 장기간의 수면과 생체리듬 정보를 이용해 우울 및 조울 상태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였다. 단순히 수면 시간이 줄었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수면 시간과 수면 시점, 생체리듬의 변화와 같은 시간적 패턴을 함께 분석한다.

현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수면, 활동량, 심박수 등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측정되는 다양한 생체 데이터를 수학적 모델과 AI에 결합해 수십여 가지 질환의 발생이나 상태 변화를 조기에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목적은 의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병원 밖에서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의미 있는 변화를 조기에 포착함으로써, 의료진이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를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번 갤럭시 워치 수면 가이드 개발은 연구실에서 수식으로 연구하던 수면과 생체리듬 모델이 실제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기능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라기보다 시작에 가깝다. 처음의 스마트워치가 우리가 얼마나 걸었고 얼마나 잤는지를 기록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자야 하는지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장기간 축적되는 생체 데이터를 이용해 건강 상태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필요하다면 생활습관이나 수면 스케줄까지 개인별로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수면을 기록하는 시계에서 수면을 설계하는 시계로, 그리고 건강을 예측하는 시계로. 웨어러블 데이터와 의학, 인공지능, 그리고 수학의 결합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한의학회(https://www.kams.or.kr)
(06653)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14길 42, 6층/7층 (서초동, 하이앤드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