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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86 October

오피니언

◎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과 활용의 선순환을 위하여

백 롱 민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단장

의료 현장에서 데이터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전체 분석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밝히기 어려웠던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질병의 발생과 경과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개인마다 다른 유전적·임상적 특성을 세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의 특성에 맞는 진단과 치료, 건강관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충분한 규모와 품질을 갖춘 바이오 데이터는 의학 연구와 미래 의료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대규모 바이오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의학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All of Us Research Program, 영국의 UK Biobank, 핀란드의 FinnGen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4년부터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BioBigData.Korea, BIKO, 바이코)」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를 만들어가는 과정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은 국민 100만 명 규모의 통합 바이오빅데이터 구축을 목표로 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이다. 참여자의 자발적인 동의를 기반으로 혈액·소변·조직 등의 검체와 임상정보를 수집하고, 유전체 데이터의 생산과 공공기관 보유 데이터, 개인생성건강정보 등을 연계한다. 총 9년간 2단계로 나뉘어 추진되며, 1단계(2024~2028년)는 약 77.2만 명 규모의 바이오빅데이터를 구축하는 동시에 연구자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특히 본 사업은 희귀질환자와 중증질환자뿐 아니라 일반국민까지 함께 참여하여 다양한 질환과 건강상태를 아우르는 데이터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각 참여자의 유전체 정보에 장기간 축적되는 임상정보와 생활습관, 건강정보가 연계되고, 이러한 정보가 수많은 참여자에 걸쳐 쌓인다면 질환의 발생과 경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구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만들어 가는 데에는 의료 현장의 역할이 크다. 현재 전국 48개 참여자 모집기관에서 의료진과 연구진이 희귀질환자, 중증질환자, 일반국민을 모집하고, 사업에 대한 설명과 동의 구득, 임상정보와 검체 수집을 담당하고 있다. 진료와 연구를 함께 수행하는 의료 현장의 여건을 고려하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참여자 모집기관과 의료진의 협력이 사업 추진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연구를 통해 더욱 의미 있는 데이터로
본 사업의 목표는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결국 데이터는 연구에 활용되어 새로운 의학적 지식으로 이어질 때 그 의미가 커진다. 국민의 참여로 축적된 데이터를 연구자가 활용해 연구성과를 만들고, 연구 과정에서 새롭게 생산된 데이터와 결과가 다시 축적되어 다음 연구로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데이터의 구축과 활용이 서로 이어질 때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의 가치도 계속 높아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데이터 구축과 함께 연구자들이 안전하게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하고 있다. 연구계획에 대한 IRB 승인을 받은 연구자는 사업단의 데이터 이용 심의를 거쳐 필요한 데이터의 이용 승인을 받고, 바이오빅데이터플랫폼 내 폐쇄형 연구환경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올해 말부터 연구자 대상 데이터 이용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가 실제 연구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모여도 좋은 연구 질문이 없다면 그 안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찾기 어렵다. 어떤 임상적 질문을 던질 것인지, 분석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그리고 그 결과를 다시 진료와 후속 연구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는 결국 각 분야를 가장 잘 아는 의료진과 연구자의 몫이다. 학회 역시 전문 분야별 연구수요를 발굴하고 공동연구를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의료계의 다양한 연구자들이 각자의 임상적 질문을 가지고 이 데이터를 폭넓게 활용할 때, 비로소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가 가진 의학적 가치도 더욱 커질 것이다.

지속 가능한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를 위하여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가 장기적으로 축적되고 안정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데이터와 연구환경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본 사업은 여러 부처가 협업하여 추진하는 국가사업으로, 참여자 모집과 데이터의 수집·연계·활용 과정에서 다양한 법률이 적용된다. 실제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단계마다 적용되는 법률과 검토해야 할 사항이 달라, 사안별로 해석과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여러 기관이 각자의 역할과 책임 아래 사업을 수행하는 만큼, 기관 간 역할을 조율하고 사업 전반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거버넌스도 중요하다. 법률·윤리 자문과 기관 간 협의를 통해 하나씩 해법을 찾아가고 있으나, 사업 전반을 안정적으로 총괄·조정할 수 있는 법적·조직적 기반의 필요성을 체감하곤 한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는 일정 기간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자원이 아니다. 사업 종료 이후에도 데이터의 축적·관리와 연구자 활용이 계속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해외 주요 바이오빅데이터 사업들도 장기간 데이터를 축적·관리하고 연구자 활용을 지원할 수 있는 지속적인 운영체계를 갖추고 있다. 우리도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가 지속 가능한 국가 연구자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업 전반을 하나의 체계로 뒷받침하고 법적 쟁점을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특별법 제정과 함께, 범부처·다기관 사업을 실질적으로 총괄·조정할 수 있는 전담조직 마련에 대한 논의를 이제는 본격적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맺음말 – 배와 조선소를 함께 만들며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은 처음부터 데이터의 구축과 개방·활용을 함께 염에 두고 추진되었다. 이를 종종 ‘배와 그 배를 만드는 조선소를 함께 만드는 일’에 비유하곤 한다. 대규모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참여자를 모집하고, 데이터를 수집·생산·관리하며, 연구자가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까지 함께 만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1단계 3년차인 지금은 그동안 구축해 온 데이터와 시스템이 실제 연구 활용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전국의 참여자 모집기관에서 많은 의료진과 연구자들이 데이터 구축에 큰 힘을 보태주셨다. 앞으로는 여러 전문 학회와 연구자들이 각자의 임상적 질문을 가지고 이 데이터를 폭넓게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얻어진 연구성과와 경험이 다시 다음 연구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국민의 참여로 모인 데이터가 의료진과 연구자의 좋은 질문을 만나 의학적 성과로 이어지고, 그 결과가 다시 국민의 건강과 의료 발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 사업이 지향하는 바이다. 데이터 구축에 의료계가 함께해 주었듯, 앞으로 그 데이터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함께해 주기를 바란다.

대한의학회(https://www.kam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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