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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80 March 2026

오피니언

◎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 10년, 의료진과 함께 완성하는 든든한 환자 안전망

김 상 봉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약을 처방할 때, "이전에 약을 드시고 부작용이 있었던 적이 있나요?"라고 묻는 것은 일상적인 풍경이다. 모든 의약품은 치료 효과라는 빛과 함께 부작용이라는 그림자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환자의 증상과 기저질환을 세심히 살펴 적절하게 처방하고 투약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특성에 따라 드물지만 아나필락시스 쇼크,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등과 같은 중증 부작용이 예기치 않게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중증 부작용은 환자에게 고통일 뿐 아니라 환자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진료에 임한 의료진에게도 무거운 심리적 부담과 안타까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상적인 의약품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은 ‘의료진의 과실이 아니라 의약품의 본질적 특성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사실이며,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아픔"인 것이다.

과거에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가 발생했을 때, 환자나 유족이 직접 소송을 통해 의약품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만 했고 의료진 역시 원치 않는 분쟁의 중심에 서야 하는 고충을 겪었다. 이에 2014년부터 입원이 필요한 중증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지원하고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해, ‘무과실 보상 원칙’에 입각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 제도’를 국가가 운영하고 있다. 개인이 밝히기 어려운 의약품과 부작용 간의 인과관계를 국가가 대신 조사하여 보상해 주는 이 제도는 의료진의 관심과 협조 속에서 지난 10여 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25년 말까지 총 1,740건의 피해 구제 신청이 접수되었고, 이 중 1,266건(사망 128건, 장례 127건, 장애 41건, 진료비 970건)에 대해 보상금(196억 원)이 지급되었다. 이때 피해 구제 급여는 제약사에게 생산·수입 실적에 비례하여 부과된 부담금으로 지원한다.

그간 피해 구제 급여가 다수 지급된 의약품을 살펴보면, 항생제(아목시실린, 세파클러 등), 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 트라마돌 등), 항경련제(라모트리진, 카르바마제핀 등), 그리고 통풍치료제인 알로푸리놀 등이 있다.

* 5년간(19∼23년)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 급여 지급 대상 의약품 분석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 제도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의료진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는 바로 진료실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첫째, 의료진은 부작용 환자에게 피해 구제 제도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가장 ‘신뢰받는 안내자’이다. 2025년 대국민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5%가 피해 구제 정보를 얻는 가장 효과적인 경로로 ‘의료진의 설명’을 선택했다. 의료진의 설명으로 환자는 발생한 부작용이 ‘누구의 과실도 아닌 불가피한 과정’이고 국가 보상을 받을 기회가 생겨 의료진과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한 수혜자의 보호자는 "막막하던 차에 담당 교수님이 피해 구제 팸플릿을 주시며 제도를 안내해 주셨을 때, 제 아픔을 알아주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라고 당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앞으로 의약품 부작용 환자의 퇴원 시 피해 구제 접수 기관인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14-3330)으로 연계하는 작은 관심을 보여준다면 환자가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의료진은 공정한 보상을 위한 ‘임상적 근거의 제공자’이다. 부작용과 의약품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심의 과정에서 의료진의 소견과 진료 기록은 무엇보다 중요한 판단 기준이므로 의료진의 긴밀한 협조는 보상 절차의 신속·정확성을 높이는 기초가 된다.

마지막으로, 의료진은 동일한 부작용 재발을 막는 ‘적극적 예방자’이다. 식약처는 피해 구제 이력이 있는 환자의 정보를 DUR을 통해 의료진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의료진이 처방 단계에서 꼼꼼히 확인하고 처방 시 활용한다면 부작용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식약처는 의료진이 더욱 안심하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 발전 5개년(26~30) 중장기 계획’을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중증 피해 보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진료비 보상 상한액을 기존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대폭 상향하고, 입원 전후의 외래 통원 치료비까지 보상 범위 확대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알레르기 내과 등 전문의를 상근 자문 위원으로 위촉해 조사 과정의 의학적 전문성도 한층 높일 계획이다.

진료 현장에서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 제도’가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가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며, 꼭 필요한 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진의 각별한 애정과 적극적인 제도 안내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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