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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77 December 2025

오피니언(1)

◎ AI 사피엔스 시대, 의료는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최 재 붕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챗GPT가 등장한지 3년, 이제 AI 혁명은 현실이 되고 있다. 안그래도 발전 속도가 놀랍다고 하는데 최근 등장한 구글의 제미나이3.0은 정말 AI가 진정한 박사 비서가 되었다는 느낌까지 든다. 빅테크를 포함한 10대 AI 기업(엔비디아, 구글, 애플, MS, 아마존, 메타, 테슬라, TSMC, 브로드컴, 텐센트)의 시가 총액이 무려 3경 7천조원을 돌파하면서 이 거대 자본이 일으키고 있는 혁명은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의료 분야에서 AI가 인간 전문가 수준, 혹은 그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의료 AI의 발전 속도나 적용 분야 확대는 놀라울 정도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개한 진단 AI 시스템인 'MAI-DxO' (Diagnostic Orchestrator)는 오픈AI의 강력한 언어 모델을 활용하여 단순한 패턴 인식을 넘어, 실제 의사의 진료 과정을 모방하는 방식이다. 여러 AI 모델이 마치 5명의 AI 의사 팀처럼 협력하여 복잡한 진단 케이스를 분석하는데 복잡하고 어려운 진단 사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실제 의사들의 평균 진단 성공률을 크게 상회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는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체계적이고 복합적인 '진단 팀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AI를 1차병원에서 활용한다면 오진율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 뿐이 아니다. AI는 환자의 유전체 정보, 생활 습관, 전자의무기록(EMR) 등을 종합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제안하는가 하면, 신약 개발 과정에서 후보 물질 탐색 및 임상시험 성공률을 예측하는 데 활용되어 개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구글의 딥마인드에서는 알파폴드라는 AI를 개발했는데 단백질 구조 분석 기술을 혁신하면서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주목받고 있다. 개발을 주도했던 데미스 허사비스는 2024년 이를 인정 받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외에도 구글은 망막 이미지를 통해 당뇨병을 예측하는 프로그램, EMR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예후를 예측하는 프로그램, LLM을 임상 현장에 적용하는 프로그램 등 의료 효율화와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등장한 제미나이 3.0이 도입되면 이들 성능 또한 크게 좋아질 것이 분명하다.

거대한 적용분야를 감안하면 MS와 구글이 만들고 있는 의료 AI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AI가 발전하는 속도와 투입되는 거대한 자본을 감안할 때 의료분야 AI의 현장 적용도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AI가 도입되면 의사와 병원은 더욱 곤혹스러워질 것이다. 안그래도 이것 저것 검색해서 자신의 증상과 치료방법에 대해 파악하던 환자들이 이제는 AI까지 동원해 자신의 상태를 진단하려 할테니 말이다. 또 향후 미국에 AI 진단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의사의 진단이 내려져도 최신 AI 시스템으로 확인하자고 들 것이 뻔하다. 결국 글로벌 진단 시스템의 도입은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AI를 조력자로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AI는 의사를 대체할 수단은 되지 못하고 있다. AI는 막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 기반 진단에서 우위를 보이지만, 환자를 대하는 공감 능력, 윤리적 판단, 복잡한 비정형적 상황에 대한 통합적 사고는 오직 인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결국 AI를 활용해 의사의 전문성을 증강시켜주고,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함으로써 환자와의 소통, 복잡한 치료 계획 수립, 그리고 인간적인 돌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현재 가동중인 의료시스템에 혁명적 변화가 수반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러한 변화는 엄청난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의료체계에서 사라질 부분, 보완할 부분 등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미 일반 기업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다. 빅테크들은 올해에만 수만명씩 정리해고를 감행했고 아마존 같은 경우는 2033년까지 60만명 해고 계획까지 발표한 바 있다.

의료는 인류에게 가장 소중한 공익서비스이다. 대한민국의 의료체계는 세계적으로도 칭송받는 시스템으로 국민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지만 반면 너무 낮은 수가에 고민하는 의료계의 불만, 또 급격하게 오르는 건보료에 대한 국민 불만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AI는 이러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줄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다. AI로 혁신을 실현하려면 이에 대한 대규모의 연구와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에 따른 부작용을 고민하고 규제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선 기술확보가 되어야 규제도 의미가 있다. 이미 지나친 규제 허들로 의료분야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한국에서는 불가능, 미국으로 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료 데이터를 가진 국가다. 2년마다 온 국민이 의무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나라는 전 세계 대한민국밖에 없다. 누가봐도 미래 AI의료 시대를 열 엄청난 보고다. 그런데 의료 데이터에 대한 규제는 또 세계 최고라고 한다. 이 간극을 좁혀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가 열리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메디털 산업도 육성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미 수십년간 우수 인재를 흡수한 대한민국 의료계가 AI 관련 연구성과도 많이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강력한 규제로 인해 언제 사업화될지는 알 수 없지만. 연구는 반드시 사업화로 연결되어야한다.

우리는 선진국의 기술을 도입해 추격하는 방식으로 지금의 선진 시스템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제는 추격자가 아니라 도전자, 아니 적어도 세계 최초를 도전하는 글로벌 연구진과 협력하는 수준까지는 가야한다. 전세계가 모두 도입한 후에는 우리 기술로 파고들 시장은 없다. 얼마전 청년 스타트업 창업자의 한숨 소리가 아직 귀에 맴돈다. AI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 MRI 데이터를 확보해야하는데 규제가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그 이야기를 미국 투자기업에 했더니 그러지말고 미국으로 회사 옮기라고 했다고 한다. 정보 보안도 중요하다. 그러나 혁신을 지원하는 사회적 합의는 더욱 중요하다. 요즘 AI 인재유출에 대해 고민이 많다. 청년 AI 인재가 미국으로 떠나는 것은 돈보다 대한민국 규제 장벽이 더 큰 통곡의 벽이 된 탓이 아닐까? 단순한 규제완화가 아니라 세계관의 대전환, 이미 정해진 AI 문명시대에 대한 도전적인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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