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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75 October 2025

의료와 테크

◎ 글로벌 소아 상담 AI 동향과 국내사례: 아e안심톡의 도입과 전망

김 성 하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지난 7월 31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응급의료센터 주관으로 국내 최초의 소아 상담 플랫폼 ‘아e안심톡’이 문을 열었다. 24시간 운영되는 이 플랫폼은 분당차병원(주기관), 인하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의료진이 기획·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운영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많은 보호자들이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플랫폼 출범에 함께한 의료진으로서, 의료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새로운 시기에 소아 상담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해외에서는 어떤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지, 또 아e안심톡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소아 환아 보호자의 상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응급실 과밀화, 소아 진료 인력 부족, 그리고 디지털 기술 발전은 우리나라만이 직면하고 있는 변화가 아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맞물리면서 언제 어디서나 보호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AI 기반 소아 상담 시스템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소아 진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동시에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연구와 고찰을 촉진하며, 중요한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잘 알려진 해외 사례 중 하나는 중국 Shanghai Children’s Medical Center에서 운영하는 ‘Smart Doctor’ 시스템이다. 보호자가 입력한 병력과 증상을 기반으로 AI가 사전 환자 분류를 수행하고, 필요한 경우 적합한 검사나 진료 항목을 추천한다. 이후 최종 진료는 의사에게 이어져 병원 내 진료 흐름을 최적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을 도입한 뒤 환자 대기 시간은 20분 이상 줄었으며 보호자 만족도 또한 크게 향상되었다. 이는 AI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진료 전 단계에서 환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접수 단계에서의 AI 개입은 소아 환자 진료의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 시스템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로 주목할 만한 사례는 싱가포르 KK Women’s and Children’s Hospital에서 시행 중인 ‘Urgent Paediatric Advice Line(UPAL)’이다. 보호자가 AI 챗봇을 이용해 자연어와 사진으로 증상을 설명하면, AI가 증상 키워드 등을 추출해 응급도를 판정하고 안내 문구를 제시한다. 이때 위험 요인에 해당하는 증상이나 상담 내용이 있으면 바로 의료진으로 연결된다. 이를 통해 응급실 방문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선별하고 불필요한 내원을 줄여 의료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2019년 런칭 이후 사용자의 약 90%는 가정 간호 또는 가정 모니터링을 권고받았다. 또한 사용자 중심 설계 과정을 거쳐 지속적으로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있으며, 머신러닝을 도입해 AI 기반 안내 기능을 확장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Doctronic’은 의료 상담·결정 지원 소프트웨어로, 보호자가 AI에게 직접 자연어로 상담 내용을 입력하면 AI가 초기 진료 수준을 판단하고 필요시 실제 의사에게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의료 접근성이 비교적 낮은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하루 5만 건 이상의, 상당한 수의 상담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소아 증상에 특화된 분류 모듈을 포함하고 있어 소아의 발열, 호흡기 증상, ADHD 등 소아 특정 분야에 대한 상담도 제공한다. 또한 병원이나 보험사와 연계되어 보호자가 입력한 증상 정보를 바탕으로 진료 필요성을 조언하기도 한다. 이는 AI가 접근성이 낮은 의료 현장에서 단순 임상적 판단을 넘어 초기 감별(screening)과 안전망(safety net)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에서도 아e안심톡이라는 새로운 소아 상담 플랫폼이 최근 운영을 시작하였다. 아e안심톡은 보호자가 웹 또는 QR코드를 통해 접속하면 챗봇이 우선적으로 증상과 중증도를 확인하고, 경증으로 분류된 경우 게시판을 통해 소아응급 전문의와 1:1 상담을 연결한다. 무엇보다 24시간 전문의가 직접 상담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순수 AI 기반 상담 시스템과 차별화된다. 또한 앞서 언급한 해외 사례처럼 AI 원트랙이 아닌 소아 응급 의료진의 실제 개입이 이루어져 상담의 안전성을 확보한다.

아e안심톡은 현재 시범 사업 단계이지만, 운영 과정에서 축적되는 상담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AI 기술과 결합할 잠재력이 크다. 특히 전문적인 상담을 위해 개발된 의사결정 나무 알고리즘과 추후 개발 가능한 자연어 인식 모델과 접목된다면, 보호자의 질문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형 소아 상담 AI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소아 상담 AI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상담 데이터의 표준화와 안전한 관리가 필요하다. 둘째, AI가 제시하는 정보가 임상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검증과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셋째, 전문의의 경험과 데이터 기반 AI가 조화를 이루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글로벌 소아 상담 AI의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고, 국내에서도 아e안심톡을 통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앞으로 아e안심톡이 해외 사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형 소아 상담 AI 모델로 더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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