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정 식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현재 우리나라의 의과대학은 고등교육법 제11조의 2항 ‘해당 기관의 교육과 연구, 조직과 운영, 시설과 설비 등에 관한 사항을 스스로 점검하고 평가하여 그 결과는 고시하여야 한다’와 ‘의학∙치의학∙한의학 또는 간호학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인정기관의 평가∙인증을 받아야 한다’에 의거하여 일정 기간 내에 의학교육에 대한 평가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의학교육 평가인증은 우리나라의 의과대학이 설립된 이후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의과대학은 1950년 이전에는 6개의 의과대학이 있었고 이후 경제발전과 의료수요 급증, 정치적인 영향으로 인해 2017년까지 41개 의과대학으로 늘어났다. 지역 분배라는 점이 고려되어 신설의대 난립이 되었고 이와 관련하여 신설의대 평가인증 절차 없이 신입생 허용이 되어 의학교육의 부실 논란이 일어났다.
1996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평가가 시작되었으나, 이는 교육부 주도 의학계열 학교 평가로 대학별 순위 및 등급 부여가 이루어져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의학교육의 질 관리 필요성과 국제 기준 부합 요구가 높아지면서, 체계적인 평가 인증 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1998년 한국의학교육협의회 주도로 한국의과대학인정평가위원회가 설립되었다. 1999년에는 10개 신설의대를 대상으로 자문평가를 실시하였고, 2000년 1주기 평가인증을 시작으로 의학교육의 체계적인 발전을 위한 실천방안이 모색되었다. 2001년 의교협 발전방안 워크숍 및 공청회를 개최하여 법인 명칭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으로 결정하였다.
이후 2003년 발기인 대회와 창립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설립되었으며, 2004년 제1주기 5차년도 의과대학 평가인증을 실시하였다. 2004년 보건복지부 법인 인가, 2014년 교육부 고등교육프로그램 인증 인정기관 지정, 이후 2016년 세계의학교육연합회 평가인증기관으로 인정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의학교육 평가인증은 주기별로 평가인증의 특징이 있으며 제1주기 평가인증(2000-2005)은 교육을 위한 인력, 시설,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 충족으로 총 50개 기준 필수 18개 권장 32개였다. 제2주기 평가인증(2007-2011)은 의과대학 교육의 국제적 수준 부합으로 교육의 기본 책무 수행(필수 기준), 질적 향상(권장 기준), 수월성(우수 기준)으로 총 75개 기준 필수 41개, 권장 34, 우수 34개로 구성되었다. POST 2주기 평가인증(2012-2018)은 교육의 질 향상, 수월성 및 다양성, 미래지향성, 성과 바탕 교육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였으며, 총 97개 기준 기본과 우수 기준 44개로 구성되었다. 또한 중간평가연구보고서, 학생보고서, 주요변화 계획서가 추가되었다. 이후 ASK 2019 평가인증(2018-2025, 2018년은 시범사업으로 3개 학교만 이 기준으로 시행)으로 WFME의 국제표준기준에 의한 국제적 표준화, 정성평가를 주로 하였으며 지속적 질관리 유도를 위해 총 143개 기준, 기본 92개 우수 51개로 구성되어 현재 평가인증이 진행 중이다.
의학교육의 평가인증의 절차는 주기와 상관없이 거의 동일하게 진행된다. 평가를 받는 의과대학이 먼저 평가를 위한 서류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신청하고 자체평가를 시행하여 이를 기반으로 자체평가연구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의과대학마다 자체평가는 자체평가연구팀이나 질개선팀 등 다양하게 구성되고 있다. 제출된 자체평가보고서는 방문평가단에서 1차 서류 평가를 진행하며, 필요 시 추가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이후 방문평가를 통해 서면평가에서 평가된 부분을 확인하고, 방문평가단은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인증기간은 판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며, 현재는 2년, 4년, 6년의 인증기간을 정하고 있다. 평가에 이의가 있는 의과대학은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재평가를 받기도 한다.
최근 의과대학 학생의 급격한 증원으로 인해 ‘기본 의학교육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되어, 2024년도에는 학생 정원이 급격하게 증원된 30개 의과대학에 대해 주요변화계획서를 작성하고 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2025년도에 2차년도 학생정원 증원에 대하여 시행할 예정이며, 2026학년도에는 의과대학 학생 입학정원이 이전 정원으로 동결된 상태로 주요변화계획서 평가도 30개 피평가대학에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게 시행할 예정이다. 이전 정원으로 동결됨에 따라, 주요변화계획서 평가는 30개 피평가대학의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의 의학교육기준의 수정과 개선을 통해 2026년부터 ASK2026 평가인증이 공포되었으며, 2026년도의 평가부터는 이 기준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새로운 기준인 ASK2026은 국제표준 기준을 우리나라의 의학교육환경에 맞게 수정하여 보완한 기준이며, 이를 통해 각 의과대학의 의과교육의 수월성과 설립 이념에 맞게 미래지향적인 교육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후 디지털 시대와 인공지능이 널리 일상화되는 것과 맞물려 의학교육에서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접목시키고 발전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
인증평가도 이제는 AI 기술을 이용하여 정량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는 가능하겠지만, 교육자의 교육철학이나 이념 등에 대한 평가는 평가위원들의 교육을 통해 시행되어야 한다. 이후 인증기간에 대한 부분도 의견을 수렴하여 새로운 평가기준에 맞게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의학교육에도 생성형 AI가 어떻게 적용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미래 의학교육에 대한 예측을 통해 AI 기반 평가 보조 시스템 도입 검토 등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