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 미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AI는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미래 의료계를 이끌어갈 의대생이 의료 AI를 책임감 있게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사하게도 필자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의과대학 및 유관 단체가 참여한 「2022년 의료 AI 교육 및 해외 진출 지원 사업(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지원)의 총괄 책임자로서, 지난 3년간 의료 AI 교육 및 연구 기반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왔다. 사업은 크게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AI 역량 교육, 의료진과 개발자 대상 AI 교육, 그리고 AI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의 세 축으로 운영하고 있다.
‘AI 증강 의사(AI Augmented doctor)육성’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수행된 의대생 교육사업에서는 우선 미래 의사가 갖추어야 할 ‘의료 AI 핵심 역량 체계’ 도출하였다. 해당 성과는 의학 교육 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지인 Academic Medicine에 게재되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의과대학의 AI 교육과정 설계에도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 AI 역량이 기존 의과대학 졸업 역량 체계에 유기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AI 역량 교육과정 편성·운영 가이드 라인’을 개발하였다. 개발한 의료 AI 역량 체계와 가이드 라인을 바탕으로, 2022년 가톨릭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가 정규 및 비정규 의료 AI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2025년 상반기 기준 총 8개 의과대학이 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규과정 운영 성과로는 2022년 3개 대학에서 총 345명의 학생이 15개 수업을 이수하였고, 2023년에는 5개 대학, 33개 수업에서 1,001명이 이수하였다. 의정 사태 이후인 2024년에는 7개 대학에서 총 341명(대학원 228명 포함), 2025년에는 8개 대학에서 의대생 191명이 참여하였다. 2025년에는 각 대학별로 자체적인 확산 사업도 본격화되었다. 일례로 고려대는 AI 리더그룹 (AI 동아리:‘Heal Code’) 육성 지원 사업과 교수 대상 세미나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아대는 의료 정보학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세미나와 해커톤을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 연세대, 경상국립대, 경희대, 강원대, 가톨릭관동대에서도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이 기획·운영되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에서 시행된 ‘의료 AI 특강’에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총 1,092명의 의대생이 참여하였다. 2022년에는 영남대, 경상국립대, 중앙대, 한양대, 제주대 등 5개 대학에서 738명이, 2023년에는 전북대, 충북대, 가톨릭관동대 등 3개 대학에서 354명이 참여하였다. 평균 만족도는 각각 4.22점과 4.31점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와 함께 2022년부터 매년 여름, 전국 의대생을 대상으로 「의료 AI 써머스쿨」을 개최하고 있다. 이는 국내 AI 분야 최고 석학들의 강의와 실습으로 구성된 이원화된 교육 방식으로 진행되며, 2022년에는 12개 대학에서 146명, 2023년에는 30개 대학 137명, 2024년에는 29개 대학에서 208명이 참여하였다. 이처럼 참여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뿐 아니라, 써머스쿨을 통해 학생들 간의 네트워크 형성, 교수 및 기업과의 연계가 활성화되어 의료 AI 연구 및 개발에 실제로 참여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2024년에는 의대생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의료 AI 연구·창업 네트워킹 행사’가 개최되었으며, 올해는 의료 AI 현안을 중심으로 전문가와의 패널 토크, 의료 AI 교육 및 정책 방향 도출을 위한 원탁 토론회 등 학생 주도형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의료진 및 개발자 대상 교육도 4년간 꾸준히 이어졌다. 의료진 교육은 총 15개 과정에서 2,192명이 수강하였고, 평균 만족도는 4.42점에 달하였다. 개발자 교육은 14개 과정에서 620명이 참여하였으며, 만족도는 4.37점이었다. 해외 진출 측면에서도 4년간 총 12개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이 이루어졌고, AI 기업의 해외 전시 참가 및 학회 발표 등 정책 홍보 활동은 총 33건 진행되었다. 대표적인 참여 기업으로는 메디웨일, 아이도트, 어셈블써클, 로앤서시컬, 신라시스템, 브레인헬스케어 등이 있다.
올해는 지난 4년간의 NIPA 지원사업이 종료되는 해이다. 이 사업을 통해 전국의 의대생들과 직접 만나 의료 AI 교육을 확산하는 데 일조할 수 있었던 것에 보람을 느낀다. 사업 종료 이후에도 전국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언제, 어디서나 의료 AI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의료 AI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비영리단체 '투비닥터'와 공동사업으로 추진되었으며, 2024년 사업 참여 7개 대학 교수님들이 제작해 주신 25개 의료 AI 관련 학습 동영상 자료가 업로드되고 대화방을 이용하여 지식을 견고히 하고 관심사를 소통하며 네크워킹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특히 이 플랫폼은 의대생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으로 ‘학습자와 교수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Co-Creation/Production)’이라는 글로벌 의학 교육의 지향점을 반영한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다.
AI 시대의 의학 교육은 지식과 기술의 습득을 넘어, 비판적 사고, 데이터 해석 능력, 윤리적 감수성, 소통과 협업, 창의적 사고 등 통합적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본 사업은 전국 의과대학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의료 AI 교육 모델을 제시하고, 의료 AI 역량 교육의 토대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 이 기반 위에서 현명한 의료 AI 사용자이자, 연구와 산업을 이끌 리더들이 꾸준히 양성될 수 있도록, 의료 AI 교육의 체계적 발전이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학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