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유 일대한의학회 정책이사
공공의대 설립 비용은 연간 약 2만 5천 명 지역의사전형 의과대학생 지원 가능할 정도의 재정 부담.
- 공공의대의 경우 학생 정원 확보의 불확실성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의대 정원 결정 예정이므로) vs 지역의사전형은 기존 의대 정원 내에서 모집 가능.
- 공공의대 설립 이후 학생 모집 시작 가능 vs 지역의사전형은 바로 모집 가능
지역의사 확보를 위해서 새 정부에서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전형 제도 도입 등을 계획하고 있다. 모두 국가 재정으로 설립하고 운영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이러한 정책으로 양성된 의사들은 의대 졸업 후 약 10년 정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지정하는 의료기관에 의무복무를 하는 방안이다. 위와 같은 비슷한 정책을 일본과 대만에서도 시행하고 있는데, 취약지 지역 의사 확보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나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 이탈하는 문제, 의무복무를 마친 후 대부분 대도시로 떠나는 문제, 재정 및 지역 정주여건 문제 등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점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전형 제도를 추진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재정적인 문제로 우리나라 2022년 의대 신설법 국회예산정책처(9건) 자료에 따르면 공공의대 하나 설립하는데 소요 예산만 평균 2천억원 정도, 최대 3천 6백억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작년 국립대 의과대학의 평균 연간 등록금이 학생 1인당 약 800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하나의 공공의대 설립 비용은 약 2만 5천명 지역의사전형 의과대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다. 지역의사전형 제도의 경우에는 기존 의과대학을 이용해서(새로운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설립할 필요 없이) 바로 시행할 수 있으므로 재정적 부담은 공공의대보다 줄일 수 있다. 또한, 공공의대의 경우 설립 비용뿐만 아니라 설립 이후 운영비, 교수 확보 문제 등 추가 재정적 부담 및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우리나라 공공의대와 비슷한 취지로 일본에서는 1972년 자치 의과대학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자치 의과대학은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의료 인력을 양성하여 지역의료 인력 부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재정적인 문제 등으로 자치 의과대를 추가로 설립하지 않고 2008년부터는 기존 의과대학에 지역 정원제를 만들어 지역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의대보다는 지역의사전형제도가 훨씬 실용적일 수 있다.
둘째, 의대 정원 확보 문제가 있다. 앞으로 의대 정원은 정부 직속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공공의대를 설립한다면 공공의대 정원을 추가로 확보할 방안이 필요하다. 기존 의과대학에서는 이미 확보하고 있는 자신들의 의대 정원을 절대 양보할 가능성이 없다. 지난해 의정 사태 당시, 각 대학 총장들에게 필요한 의대 증원 정도를 조사하였을 때 3,400명 이상의 대폭적인 증원을 신청했던 전례가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의대 정원을 대학의 위상 및 수익 증대와 연관 지어 생각하며 기존 의대 정원을 공공의대에 절대 양보할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추가로 의대 정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의료 인력 추계위원회에서 공공의대를 위해서 무조건 의대 증원을 해야 된다고 한다면 과학적 추계를 위해서 설립한 위원회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게 된다. 이와 반면에, 지역의사전형은 현재 의과대 자체 정원 내에서 수시 전형의 한 형태로, 일정 비율로 바로 모집을 시작할 수 있다. 즉, 지역의사전형은 의대 정원을 추가 확보할 필요가 없이 실행할 수 있어서, 이러한 측면에서도 공공의대보다 정책 실현 가능성도 더 높을 것이다.
셋째, 공공의대는 새로 의과대학 건립하는데 필요한 준비, 설계 및 건설 기간 등 학생 모집을 위해서는 수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또한 수련병원을 새로 건립하거나 기존 타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이용하더라도 병원 선정 및 양질의 교수 확보 등을 위해서는 준비 기간 등이 더 소요될 수 있다. 이와 반면에 기존 의과대를 이용한 지역의사전형을 통한 학생 모집은 제도를 만들고 바로 모집을 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위와 같이 공공의대보다는 지역의사전형 도입이 재정 및 실효성 측면 등에서 더 많은 장점이 있지만, 공공의대의 경우 지역 공공의료에 종사하겠다는 취지로 전체 학생을 모집해서 교육을 함께 하므로 지역의료에 대한 동질감, 동료의식 및 동기 부여는 지역의사전형보다는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장단점 이외에도 두 가지 방안 모두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문제점 해결 방안도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대 졸업 이후 의무복무 기한을 잘 지키고 지역 필수의료를 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의무복무 이후에도 가능한 지역의사로 장기간 남을 수 있는 방안 등도 강구되어야 한다. 현재 시행 중인 의대 군 위탁생 제도에 의해서 의대를 졸업한 군의관들의 경우에도 의무복무 이후에 장기 복무를 하지 않고 전역하는 경우가 70% 이상이다. 또한, 외과나 응급의학과를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 중증외상, 응급환자를 담당하는 장기 군의관을 양성하고자 하는 ‘의대 군 위탁’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무복무 기간도 채우지 않고 지원금을 반환하고 전역하여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편법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은 문제가 지역 의사 전형이나 공공의대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보완 방안(인센티브 제도 등)이 필요하다. 이외에, 정부가 1977년부터 도입한 공중보건장학의 제도(자원자를 받아 의대 수업료와 생활비 등을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졸업 후 공공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복무토록 하는 제도)가 지원자가 거의 없어서 실패하였던 것을 고려해서, 우수 학생을 유치하고자 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 밖에, 예전부터 제기되었던 위헌 문제(의무복무 제도가 직업선택 자유 침해 소지), 교육문제(공공의대 교육의 질 유지, 수련과목으로 어떤 임상과를 포함할 것인가? 등), 배출된 의사 배치 문제(누가, 어떻게, 어느 병원에 배치), 지역 정주여건 개선 방안, 지역의료 전달체계 개선, 지역환자 이송 체계 등에 대해서도 성공적인 지역의료 정책 시행을 위해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