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Skip to contents

E-NEWSLETTER No.137 April 2022

기획특집

◎ 의료와 메타버스

문 석 균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중앙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2018년에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영화가 한편 개봉하였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이라는 영화인데,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로 뭐든지 할 수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한 가상현실. 오아시스(Oasis)에서 주인공이 오아시스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악당들을 막아내는 내용을 그렸다. 스토리는 권선징악의 전형적인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 표현한 가상세계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메타버스(metaverse)의 세계를 잘 묘사하고 있다.

현재는 PC나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해 로블록스나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지만 이 영화에서 나왔던 것처럼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vive를 이용해 시야를 완전히 차단한 후 화면을 구현해 몰입도를 높이면 가상세계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 같다. 이처럼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던 메타버스의 세상이 COVID-19의 판데믹 상황으로 많이 앞당겨졌다. 이런 사회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의료계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첫째, 강의실 풍경이 바뀌고 있다. 줌(Zoom)이나 구글미트(Google Meet)를 이용하던 방식에서 강의 공간을 메타버스 플랫폼인 XR Class나 게더타운(Gather Town) 등으로 옮겨왔다. 이는 실시간 VR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의 피로도를 극복하고, 별도의 자료나 영상물을 제작할 필요 없이 가상의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강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교수와 학생 모두 아바타를 형성하여 수업에 참여하게 되는데, face to face 미팅을 하는 느낌을 주어 몰입감이 높아졌고, 한 공간에 있다는 소속감을 줄 수 있어 수업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둘째, 교육 방법이 다양해졌다. 해부학이나 임상 실습 교육은 전통적으로 교과서, 인체 모형, 실습 동영상, 카데바 실습 등을 이용했는데, 이런 방법들은 획일적인 2차원적 자료이기 때문에 3차원적인 인체 구조물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컸고, 반복적인 실습 교육이 어려웠다. 하지만 VR 장비나 마이크로소프트 HoloLens 2를 이용한 방법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교육의 필수 요건인 반복 훈련을 가능하게 했다. 아직 컨텐츠가 많지는 않으나 발전 가능성이 높고, 특히 임상 실습에 있어서 획기적인 교육의 전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셋째, 수술실이 메타버스 안으로 들어왔다. 2021년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제29차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해외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수술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본인 아바타를 설정하고 가상 강의실에 입장해서 폐암 수술 기법 강의를 수강하고 수술 과정을 참관했다. 수술실 내 구축된 360도 8K 3D 카메라로 집도의, 수술간호사, 수술실 내 환경을 원하는 시점대로 볼 수 있었고, 기기를 통해 상호 작용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실제 수술실 안에서 참관하는 것 같았다. 조만간에 VR과 햅틱 기술은 가상환경에서 수술을 직접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할 것이다.

넷째, 메타버스에서 병원을 개원하기 시작하였다. 일산차병원이 제페토에 가상병원을 개원했고, 게더타운에 ‘한림대학교의료원 메타버스 어린이화상병원’을 개원했다. 병원 방문이 어려운 직원 가족과 고객 등을 대상으로 병원 내 가상 공간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실제 환자에게 맞춤형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원격의료의 산을 넘어야 하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제한이 있지만 이미 많은 병원들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분당서울대병원이 추진 중인 ‘메타버스 글로벌 병원’이나 ‘세브란스 메타버스 병원 프로젝트’를 착수한 세브란스 병원이 그 예이다.

메타버스라는 폭풍우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세계적 흐름을 읽고 의료의 키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의료계의 인식전환이 더욱 필요한 시기가 온 것 같다.


대한의학회(https://www.kams.or.kr)
(06762) 서울특별시 서초구 바우뫼로 7길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