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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37 April 2022

Issue??있슈!!

◎ 공공의대 라는 이름의 두려움 나만의 것인가?

이 무 열중앙의대 생리학 교수

개인적으로 의료 관련 단어에 공공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불안한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불쾌해지기도 하다. 얼마 전 친분이 있던 행정 전공의 교수님이 자신의 SNS에 의사들이 공공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친분에 금이 갈 정도로 논쟁을 벌인 기억이 난다. 사회적으로 얼마나 그런 인식이 강했으면, 그리고 얼마나 우리 의사들의 현실을 모르면 그런 말을 함부로 할까하는 생각에 분함을 참을 수 없었다. 물론 마지막은 훈훈하게 마무리했지만, 평화 시에 적을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에…….

부모님 은혜로 공부하거나 아주 일부는 자신이 학비를 마련하면서 공부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는 의대생이라고 해서 장학금을 더 주거나, 다른 유·무형의 혜택을 주는 것은 전혀 없다. 병원을 개원하거나 취업하는 과정에서도 없다. 정부는 무엇 때문에 우리들을 이토록 규제하는지, 의료제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온다. 보건소는 지역보건을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개원의들을 규제할 때 보면 참 무서운 곳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론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원칙이 그러니까 저희도 어쩔 수 없다고’ 공공이라는 단어는 아직은 의료인들에게는 규제라는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료인들이 공공이라는 단어에 얽매일 만큼 책임을 질만한 행동을 한 것 또한 없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그리고 이 자리를 통해 반드시 피력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우리나라는 공공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아직 부족하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의료가 공공의료라고 주장하는데, 그러면 그 기관에서 행하여지는 의료와 비공공기관에서 행하여지는 의료(민간의료라 칭하겠음)의 차이가 무엇인가?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구분이 명확하게 이루어지고 공공기관에서는 어떠어떠한 의료가 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의료인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까지 명확하게 각인이 되어야할 것이다.

둘째로는 의과대학 교육, 특히 기초의학 분야에 30년 이상 종사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의과대학은 함부로 신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 80, 90년대에 의과대학이 신설되고도 어느 정도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의과대학내 기초의학 전공자가 어느 정도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매우 취약하다. 외국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에 와서 의과대학에 자리를 잡으면 기초의학자가 되어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모든 기초의학 분야가 의사출신으로만 채워지는 것을 찬성하는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 교실에 의사출신이 한 명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본인의 기초의학자로서의 소신이다.

예를 들자면 외국에서 신경과학을 공부한다면 신경에 대해서는 매우 뛰어난 현대 의학적 지식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의과대 학생들이 이런 분들에게 심장이나 신장에 대해 물어본다면 대답을 못할 수밖에 없다. 인체에 대해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은 의과대학 교육과정 밖에는 없다. 의학교육 특히 기초의학 분야에서 의사출신이 일정 부분 이상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현재처럼 기초의학 분야의 지원이 열약한 현실에서는 무엇보다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이 선행된 이후에 의과대학의 신설을 논해야 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공의대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을 냉철하게 인지하며 철저히 준비하면서 추진하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들꽃을 꺾어다가 집안에 가져와 금방 시들어버리게 하는 것 같은 오류가 일어나지 않을까 심히 걱정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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