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길 선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독일의 첫 방문은 2002년 프라이버그에서 열린 유럽조직공학회(ETES) 학회참석이었다. 겨울이라서 날씨가 을씨년스럽고 음식이 맞지 않은 기억이 난다. 그 후에도 독일을 수차례 방문하였다. 한편, 필자가 개인적으로 제일 먼저 구입한 공식적인 교양서적은 1975년 고2때, 명동 미도파 백화점에서 구입한 “안네의 일기”이었다.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숨어 살다가 유태인 청소에 결국 적발되어 베르겐 벤젠 수용소에서 굶주림과 질병으로 16세에 짧은 생을 마감한다. 이 비극적 내용이 동년배의 고등학생 필자의 입장으로 엄청난 쇼크를 받았고,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명복을 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먼 훗날 45년 만인 2020년 3월 초에 독일 베를린에 학살된 유럽 유태인을 위한 기념물(Denkmal fur die ermordeten Juden)을 방문하게 된다. (COVID19가 유럽에서 창궐하기 바로 직전이다) 홀로코스트를 기리는 2,711의 검은 대리석 추모비가 장엄하고 엄숙하게 누워 있다. 2차세계대전 때, 홀로코스트에 관한 에피소드는 수도 없이 많지만 영화 “쉰들러 리스트” 만큼 수작이며 감동적인 영화도 없다.
- 쉰들러 리스트 OST, John Williams: Schindler´s List Theme - Itzhak Perlman
스티븐 스틸 버그 감독 1993년에 만들었다. 흑백으로 제작되었고 천진난만한 소녀만을 빨간색으로 처리하여 감동을 주었다. 1994년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색상‧촬영상‧미술상‧음악상‧편집상 등을 수상하였다.
이차대전 패전 직전인 1945년 2월, 흑해부근의 얄타에서는 미‧영‧소 얄타 삼상회담이 열린다. 연합군승전 후에 독일영토의 분할에 대해서 논의되었다. 똑같이 네 등분하여 영국‧프랑스‧미국, 그리고 소련이 나눠가졌다. 영‧프‧미 소유영토는 서독으로, 소련영토는 동독으로 할당 통치되었다. 수도 베를린은 동‧서 베를린으로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 반반씩 나눠가졌다. 1989년에 소련이 해체되어 러시아와 동구각국으로 분할되었다. 따라서 소련이 동독에 대한 얄타회담의 조건이 소멸되어 동서독이 통일된 것이다. 독일은(일본과 함께) 아직도 자국군대가 없다. NATO군만이 있을 뿐이다. NATO군의 의장은 미국대통령이다.
베를린에 중심적인 랜드마크는 전쟁이 연상되는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 Gate)과 전쟁기념관이다. 독일 태생에 바흐는 1721년 브란덴부르크 공 크리스티안 루드비히에 바치는 6개의 협주곡을 정리하여 곡이름을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으로 헌정하였다. 이 협주곡이 17‧18세기 바로크 음악의 시대를 통 털어 최대 걸작일 뿐만 아니라 “합주 협주곡”중에서도 최고의 경지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합주 협주곡(Concerto grosso)의 특징은 독주자가 여러 명 등장하는 데에 있다. 다른 협주곡의 형태는 관현악 협주곡(Ochestral concerto), 독주 협주곡(Solo concerto)이 있다.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1001곡에 들어있다.
- 바흐(Bach) -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3번, Brandenburg Concerto No.3 in G major, BWV 1048
1521년 독일의 성직자 마르틴 루터는 교황으로부터 파문당한다. 이유는 당시 로만 카톨릭의 부패가 크게 달하여 면죄부를 판매하는 등의 폐단이 심했다. 루터는 이에 반발하여 비텐베르크성 만인성좌교회문 앞에 95개의 논제를 붙여놓았다. 이른바 “십자가 신학“을 주장하였다. 결국 루터와 로마가톨릭교회는 더 이상 공존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파문당한 루터는 바르트브루크 성에서 숨어 지내면서 신약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하여 구텐베르그의 인쇄기로 대량출간하였다. 이제 성직자가 없어도 자유롭게 성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었고, 이때 번역성서에 사용된 독일어는 현대 독일어의 표준이 되는 큰 공헌을 하였다. 이후 개신교 프로테스탄트 등의 종교개혁이 줄을 잇게 되었다. 2020년 유럽 인공장기학회에 윈터스쿨이 종교개혁의 장소 루터하우스 비텐베르크 대학에서 있었다. 80km 서쪽으로 떨어진 할레(Halle)시에도 방문을 하였다. 대부분 독일 시내답게 무겁고 고색창연하다. 선입견인지는 몰라도 독일전체의 음악은 와그너, 베토벤, 바흐, 모차르트 등의 클래식이 우선한다. 이탈리아의 칸초네, 프랑스의 샹송등과는 차이가 있다. 아마도 독일을 대표하는 가요가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독일은 베토벤 9번 합창교향곡 4악장이 제일 적합하다.
- 베토벤 9번 '합창'교향곡 4악장 카라얀 베를린필 Beethoven Symphony no.9 4th Karajan Berlin Phil 1986 (24 min)
우리 삶의 화음이 우아하게 울려퍼진다./ 아름다움의 감각이 영원한 꽃을 피우고/ 평화와 즐거움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물결치는 파도와 같이./ 거칠고 사나웠던 모든 것은/ 고귀한 즐거움으로 변하노라./ 음악의 마력과 거룩한 언어가 지배하는 곳에는/ 고귀함이 모습을 드러내고/ 밤과 폭풍은 빛으로 변하도다./ 외적인 평화와 내적인 열락은/ 행복한 자를 지배하나니/ 봄날의 햇살 아래 예술은 빛을 던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