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도 경경희의대 해부학·신경생물학교실
메타버스(metaverse)는 확장 가상 세계라고도 불리며,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이다. 이는 3차원에서 실제 생활과 법적으로 인정되는 활동인 직업, 금융, 학습 등이 연결된 가상 세계를 뜻한다. 다양한 측면에서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생활형/게임형 가상 세계라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대학 교육에 “비대면 강의”라는 핵심 키워드를 등장시켰고, 이는 메타버스를 포함한 “에듀테크(EduTech)”의 도입을 촉진했다.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입학식, 졸업식, 세미나, 강의, 연구, 미팅 등을 진행했다는 뉴스 기사가 이제는 어느덧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희대학교에서는 에듀테크 및 멀티미디어교육 관련 위원회가 구성되어 체계적으로 교육 체질 개선을 진행해왔다. 가상현실(VR)을 비롯하여 증강현실(AR), 메타버스 캠퍼스 등을 교육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관련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경희의대에서는 VR을 활용한 해부학교육을 2021년 전면 도입하여 실제 카데바 실습과 가상현실 실습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해부학 강의”를 시행하였다. VR 기반 실습 교육은 교육 미디어로서 다음과 같은 큰 장점을 가진다: (1) 오감으로 하는 ‘경험’ 그 자체를 만들어내는 기술이기에, 강력한 몰입감으로 경험의 질을 극대화할 수 있다. (2)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교육의 필수 요건인 반복 훈련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먼 곳의 사람들과 만나 원격 학습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3) 공간적/구조적 정보의 전달을 원활하게 하기에 3차원 시각화와 상호작용에 유리하다. 옛말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이제는 ‘백견이 불여일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직접 해봄으로써 배우는 교육 항목이 많은 수업에서 VR 교육은 매우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직접 해보는데 많은 비용이 필요한 교육이나 입체 공간 정보 및 다중 감각의 조합이 중요한 훈련, 반복학습으로 훈련되어야 하는 작업 등에는 VR기반 교육이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현재 의과대학 해부학 교육에서 활용되는 콘텐츠로는 교과서, 인체 모형, 실습 동영상, 카데바 실습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보재는 획일적인 2차원적 자료이기에 3차원 구조물 이해에 대한 어려움이 있고, 반복 학습이 불가능하다. 또한, 능동적 학습이 아닌 주입식 교육 콘텐츠이기에 학습 효율이 떨어지고, 교수자와 학습자가 상호 소통하며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경희의대에서는 “하이브리드 해부학 강의”를 전국 최초로 도입하여 그 활용가능성을 검증하고 향후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2021년 1학기에 시행된 경희의대 해부학 실습은 의학과 1학년 100명을 대상으로 총 12개 조를 편성하여 진행하였다. 실습은 “카데바 12구를 활용한 실제 실습”과 “오큘러스 퀘스트2 VR 장비 12대”를 동시에 사용하여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e-anatomy/e-neuroanatomy 사이트를 통해 해부학 실습 관련 동영상을 선행 학습 (플립-러닝) 후 실습에 참여하였다. VR 해부학 프로그램은 Sharecare You, Anatomy Explorer가 사용되었다. Sharecare You 프로그램은 인체 내부 장기 및 질병모델 학습을 하기 좋다는 특징을 가지며 Anatomy Explorer 프로그램은 뼈, 근육, 혈관, 신경 등을 학습하기 좋다는 특징을 갖는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오큘러스 퀘스트2 장비와 호환이 되지만 프로그램의 특성상 고성능 노트북을 통한 기기 연결이 필수적이다. 학생들은 실습 후 카데바 사진과 함께 VR 프로그램에서의 캡쳐 사진/영상을 같이 포함한 PPT 리포트를 제출하였다.
실습 진행 후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제출 받았으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음과 같은 키워드를 제공하였다: (1) Safe & Clean, (2) Efficient, (3) Iterative Learning, (4) Easy to find structure, (5) High accessibility, (6) Disease simulation. 이는 VR 교육을 처음 도입할 당시 예상되었던 학생들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부정적 의견도 있었다: (1) Low reality, (2) Difficult to control, (3) Program error, (4) Limitation on Team study, (5) Dizziness & Fatigue. 이러한 부정적 의견은 현재 수준의 VR 장비와 초창기 해부학 프로그램이 가지는 근본적 문제임을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교육의 성과는 우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본 칼럼에서는 최근 경희의대에서 진행된 “메타버스 시대의 의학교육”의 한 예로서 VR이 도입된 하이브리드 해부학실습에 대해 소개하였다. 향후 VR 및 메타버스가 도입 된 강의를 확대 시행하고자 계획하고 있으며, 경희의대만의 자체 신규 콘텐츠 개발도 준비 중에 있다. 또한, 기초/임상 교수에 대한 교수 학습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어 향후 그 활용 영역이 넓어질 것이라 기대된다.
현실과 가상의 벽이 허물지는 시대적 흐름에 가장 앞서 있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다양한 에듀테크 기술이 해부학과 같은 기초의학 분야 뿐 만 아니라 임상학 과목에도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 수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교강사는 에듀테크가 익숙한 MZ세대 학생들의 교육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