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순 철고려대학교 산부인과 교수 (정부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 정책위원)
1. 현황과 미래
가임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라고 한다. 2020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 0.84로 이는 OECD국가중 가장 낮은 수치이다. 이미 출생아수는 1970년도 100만명에서, 2020년 27만 2000명으로 감소하였고 지속적으로 감소중이다. 가임기 여성의 감소로 출생아 수 감소는 일정부분 예상되는 상황이었으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합계 출산율이 1.3--> 1.0 --> 0.92 --> 0.84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정책 성과를 평가할 때, 출생아 수 감소는 수학 공식의 분모에 해당하는 가임기 여성 수 감소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합계 출산율 감소는 정부 정책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출산율 감소는 복합적인 문제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주택문제,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육아 문제, 교육 문제, 분만 인프라 문제 등 많은 어려운 문제의 총체적인 결과이다.
이러한 저출산 정책의 실패로 예상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2020년부터는 대한민국의 인구감소가 시작되었는데, 사망자는 30만명인데, 출생아수는 27만명이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2060년에는 대한민국 인구가 4000만명으로 2100년에는 1700만명 수준으로 감소하게 된다.
현 정부들어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 정책방향에서 ‘출산율 제고’를 빼고 ‘삶의 질 향상’‘일 가정 양립’으로 바꾸었다. 노력을 해도 신생아수 증가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합계출산율 감소는 정책의 결과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는, ‘인구 감소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할 것인가 아니면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것인가’에 대하여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27만명의 출생아는 현재 대학정원의 절반수준이다. 20년 안에 현재 대학교의 절반은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노인 인구의 증가로 국민 연금이 소진될 거란 전망도 있다. 2020년에는 이미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였고 지방 소멸, 지방 고령화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출산 연령이 늦어지다보니, 고령임산부의 증가로 당뇨병, 고혈압, 전자간증, 쌍태임신 등 고위험 임산부는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충격의 범위가 어디까지 일지, 개인마다 판단은 틀릴 수 있지만, 충격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2. 저출산 고령화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의 사회, 경제, 문화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 흐름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저출산에서 일부 성과를 본 다른 국가의 정책을 참조할 수는 있을 것이다.
첫째는 가족지원(직접 지원)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많은 임산부와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부모는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부족하다고 한다. 2021년도 저출산/고령사회 예산은 72조이다. 이중 저출산 예산은 46조이고 이중 가족지원(직접지원)에 해당하는 비용은 18조이고 주거/고용/교육(간접지원)은 28조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원을 받는 가정이 느낄 수 있는 가족지원(직접지원)은, 한국은 GDP대비 1.4%에 해당하는데, OECD 평균 2.4%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OECD 수준의 2.4% 가족지원(직접지원)을 한다면, 정부는 28조 정도의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프랑스 3.68%, 스웨덴 3.54%에 비하면 한국의 가족지원(직접지원) 정책은 부족하기만 하다.
그 동안 한국 공무원 사회에는, 직접 지원보다는 간접지원 정책이 좋은 정책이라는 인식이 퍼져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직접지원 정책도 대안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임산부와 출산 후 육아 가정이 체감할 수 있는 가족지원(직접지원)을 높이는 정책을 추천하다.
둘째는 출산율 제고를 정책목표에 다시 넣는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가임기 여성 감소로 인한 신생아 수 감소는 일부 불가피하지만, 합계 출산율 감소는 정책결과라는 것을 언급하였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늦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출산율 제고를 정책 목표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한다. 또한 가족은 행복한 것, 아이들은 기쁨이라는 사회 인식 확산을 위한 정부, 언론, 교육 모든 기관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임신부 관련한 의료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감소하여 산부인과 병원이 문을 닫고, 분만취약지 여성은 산부인과 의료기관이 없어 어려움에 놓이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 의료인 중에는 지방 의료원 등에서 봉사하고 싶은 의사가 많지만, 특히 산부인과 의사는 분만 관련 사고로 인한 소송에 대한 두려움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의료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의 많은 국가와 캐나다, 일본 등은 분만 관련 임산부 사망 또는 신생아 뇌성마비 등의 의료행위 중 피할 수 없는 사고에 대하여 국가가 제도를 통하고 책임지고 있다. 코로나 백신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합병증이 생긴다면 국가가 합병증에 대한 보상 책임을 지듯이, 불가피하게 발생한 분만관련 사고에 대하여, 의료진이 기본 의무를 다했다면 이후 발생하는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는 정책전환이, 분만취약지를 감소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책일 것이다.
임산부와 육아중인 가정에 대한 조건과 차별없는 가족지원 정책, 출산과 육아는 행복한 것이라는 사회인식과 함께 여성 혼자 감당하는 육아가 아니라, 지역사회, 기업, 국가가 함께하는 육아,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 방향, 임산부를 위한 의료 인프라 구축 등은, 현재의 악화일로에 있는 저출산 흐름에 작은 전환점을 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