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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31 October 2021

POM

◎ 바이오-의료산업의 미래: 마이크로바이옴과 나노 소포의 융합

김 윤 근엠디헬스케어 대표이사

최초의 생명은 38억 년에서 41억 년 전에 처음 지구상에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가설은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1997년에 잠수함으로 바다 열수구 탐사를 하면서 제시된 ‘심해 열수구 가설’이 현재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해저 열수구 주위에 있는 황철석의 촉매작용을 통해 유기물이 생성되었고, 해저 유기물 층에서 일어난 반응은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대사활동과 흡사했으며, 이때 최초의 생명체가 생겼다는 이론입니다.

생명의 공통조상을 영어로 LUCA(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고 합니다. LUCA는 지각 안에서 나오는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열에너지를 이용하여 유기물을 만들 수 있는 미생물이었고, 현존하는 미생물 중에선 극한적인 환경에 서식하는 혐기성 고세균이 공통조상과 가장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LUCA의 후손들은 번식하면서 생존을 위해 바닷속을 이동하면서 바다 표면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이때 태양을 만나게 된 광합성 미생물은 태양 에너지로 이산화탄소와 물을 포도당과 산소로 바꾸게 되었고, 공기 중에는 산소가 많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공기에 산소 농도가 높아지게 되면서 산소를 이용하여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호기성 미생물이 많아지게 되었고, 지구는 본격적으로 혐기성 미생물, 광합성 미생물, 그리고 호기성 미생물이 공존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LUCA가 지구에 나타나고 15억 년이 지난 후, 즉 지금부터 약 20억 년 전에 생명의 진화과정에서 엄청난 공생관계가 일어났는데, 이는 호기성 미생물인 미토콘드리아가 혐기성 미생물 안에 들어가서 살게 된 사실입니다. 이를 과학자들은 세포 내 공생(endosymbiosis)이라고 하였고, 인간은 혐기성 미생물과 호기성 미생물이 긴밀한 공생관계를 통해 진화한 생명체인 셈입니다. 또한, 혐기성 미생물과 호기성 미생물이 공생관계가 이루어진 이후에 광합성 미생물이 혐기성 미생물 안에 들어가 살게 되었고, 이때 들어가 살게 된 광합성 미생물을 우리는 엽록체라고 부릅니다.
즉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진화적으로 혐기성 미생물과 호기성 미생물의 집합체이고, 식물은 혐기성, 호기성, 그리고 광합성 미생물의 집합체인 셈인 것입니다.

생명을 이루는 세포막은 생명체 내부와 외부를 서로 구분하게 해줍니다. 세포막은 지질 이중 층과 단백질 분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포막을 통해 세포 내외부로 물질이 선택적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에너지는 세포막을 통해 전자가 이동하면서 생긴 전자기력을 통해 이루어지고, 생명의 에너지인 ATP가 이러한 원리에 의해 생기게 됩니다.
생명의 탄생은 세포막이 생기게 되면서 내부와 외부가 구분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상에 생명이 생기기 전에 자연에 존재하는 무기물에서부터 유기물인 지질이 만들어졌고, 이는 물에 녹지 않는 성질 때문에 서로 모이게 되고 이때 지질 막으로 된 소포(vesicle)가 만들어졌습니다. 지구상에 소포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생명이 생기기 이전에 존재하였고, 소포가 서로 융합하고 분리되면서 나노 크기의 소포와 마이크로 크기의 소포가 공존하다가 어느 순간에 미세입자인 미세소포(microvesicle)가 복제를 시작하면서 생명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지구상의 생명체는 나노 소포를 통해 세포(cell) 사이에 정보와 물질이 교환되면서 진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즉, 생명체는 나노 소포로 연결된 나노 코스모스(nanocosmos)인 셈입니다.

저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질병의 근원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풀기 위하여, 많은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교병원을 그만두고 포항공대(포스텍)로 직장을 옮기고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만난 것이 바로 세포가 세포 밖으로 분비하는 나노 소포라는 물질이었고, 이를 세포외소포(extracellular vesicle)라고도 합니다. 이때만 해도 세포외소포의 존재 이유를 세포 안에서 만들어진 불필요한 쓰레기를 세포 밖으로 보내는 정도로 이해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당시 저는 특히 병원성 세균이 분비하는 나노 소포가 여러 질병의 중요한 원인 인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여러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이후 수행한 여러 실험 결과를 보면서 제가 생각했던 가설이 옳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여러 논문을 통해 세상에 알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주장했던 내용이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영역이었기 때문에 연구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돌파하기 위하여 2014년에 포항공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새로운 모험을 감행하게 되었습니다.
8년 동안 포항공대에서 연구하면서 특정 병원성 세균이 분비하는 나노 소포가 질병의 중요한 원인 인자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어떤 다른 유익한 세균은 소포를 통해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 시키고, 질병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미생물이 분비하는 나노 소포를 활용하면 질병 진단뿐만 아니라 치료제도 개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2014년 10월 1일에 포항공대 반창일 교수, 단국의대 지영구 교수와 함께 ‘엠디헬스케어(MD Healthcare)’라는 회사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물질과 정보의 세계가 통합되는 4차 산업혁명이 21세기 산업의 주요 화두입니다. 20세기에 고도로 진행된 산업화와 함께 질병 패턴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여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18세기 후반 1차 산업혁명의 시작과 비슷한 시기에 영국 의사인 제너에 의해 천연두 백신이 개발되었고 이것이 1차 헬스케어 혁명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19세기 후반에는 대량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2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고, 이 시기에 질병의 원인 인자로 미생물이 중요하다는 ‘미생물 이론’이 의학의 물줄기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2차 헬스케어 혁명은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 개발을 통해 일어나게 되었는데, 20세기 초반에 페니실린을 필두로 여러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세균에 의한 질병이 해결되었습니다.
20세기 후반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고, 헬스케어 분야에도 인간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시대, 즉 3차 헬스케어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인간 유전체 정보를 해독한 지 약 20년이 지난 지금, 인간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정밀의료를 구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저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 유전체로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의 집단지성’입니다. 최근 유전체를 분석하는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여 생명체의 진화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었고, 그 결과 인간은 자연에 집단지성으로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과 같이 진화한다는 통생명체 이론(holobiont theory)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유전체 정보(집단지성)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정보를 기반으로 정밀의료를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4차 헬스케어 혁명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과 자연에 존재하는 미생물은 나노 소포라는 메신저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 몸에 흡수되어 순환하고 있는 미생물 소포가 주는 정보를 통해 새로운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엠디헬스케어’가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 ※ 사진출처 : MD헬스케어, 데일리안, KSEV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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