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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21 November 2020

1분 소확행

- 영화 속 의학이야기(4) : 돈 키호테(Don Quixote)

장 경 식 조선의대 내과학, 조선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영국의 히포크라테스라고 알려진 토머스 시드넘은 학생들이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 어떤 경력을 쌓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소설 돈키호테를 읽어라’라고 하였다. 영화의학교육(Cinemecation) 전문가인 샤피로(Shapiro)는 소설을 읽기 어려우면 피터 예이츠 감독의 Don Quixote, 2000 영화를 보라고 권유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겠지만 어릴 때 읽은 동화책의 이미지 즉 풍자에 돌격하는 조금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 현실을 무시하고 공상에 빠져서는 사람, 물불을 가리지 않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 등 조금 이상한 사람을 일컬을 때 돈키호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좋은 의사가 되는 방법이 돈키호테를 읽는 것이라고 하니 조금 혼란스러웠다. 이번 소확행에서는 2015년 제작된 ‘돈키호테 맨 오브 라만차 2015’와 소설 돈키호테를 중심으로 돈키호테에 대한 오해를 풀고 영화의학교육에서 사용되는 돈키호테 효과 등에 대하여 소개한다.

돈키호테는 편력기사(Knight-errant)인데 사전적 의미는 무사 수행자, 편력기사, 협객이지만, 편력기사로 번역되며 모험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며, 불의를 바로잡고 정의를 확립시키는 기사를 말한다. 오래전 영화이긴 하지만 안소니만 감독의 엘시드(El Cid, 1961. 주연; 찰톤 헤스톤, 소피아 로렌)에서 그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영화에서 양국 영토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수석무장끼리 결투를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말을 탄 채 긴 창을 들고 서로 부딪쳐서 승부를 결정하는 모습이 돈키호테에서 나오는 편력기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도 엘시드와 그의 명마 바비에카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엘시드는 11세기 스페인 국토회복 전쟁 당시 유명한 국민적 영웅이다.

돈키호테 소설은 1,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 비교적 방대한 내용이다. 책을 읽기 전에 한번 시청하면 좋은 유튜브 자료에는 플라톤아카데미 TV에서 제작한 ‘8대 고전읽기- 돈키호테 (안영옥 교수)’와 ‘TV, 도서관에 가다 (147회 돈키호테)’, 평생학습 파트너, 휴넷 HD에서 제작한 박철교수의 ‘시대를 관통하는 돈키호테’ 등이 있다.
안영옥 교수에 의하면 우리는 정상 궤도에서 어긋나 괴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부정적인 의미로 돈키호테라고 잘못 부르는데, 돈키호테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돕는 정의로운 사람이고, 따뜻한 인간성과 절대적인 의지를 갖고 실제 행동에 나선다고 한다.
러시아의 소설가 투르게네프는 인간 성격을 햄릿형과 돈키호테형으로 구분하였는데, 햄릿형은 방황하는 인간의 전형이고, 돈키호테형은 행동을 우선하는 인간으로 분류하였다. 즉 햄릿처럼 생각이 깊어 쉽게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을 햄릿형 인간이라고 하고, 생각이 나면 먼저 저돌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돈키호테형 인간이라고 한다. 중국 전국시대 전설적인 명의 편작(扁鵲)은 의지는 강하지만 기질이 약해 무슨 일이든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는 노나라 공호와 의지는 약하지만 강한 기질 탓에 일단 시작하면 결실을 보고 마는 조나라 제영의 심장을 서로 바꾸는 수술을 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의자가 강한 사람을 햄릿형이라고 하고 기질이 강한 사람을 돈키호테형이라고 하는 것 같다.

산초가 바라타리아 섬의 통치가가 된다는 소식을 들은 돈키호테는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유사한 조언을 한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하느님을 두려워하라. 너 자신을 알라. 농부 출신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미덕을 중용으로 생각하고 후덕한 행동을 자랑으로 삼아라. 가난한 자의 눈물에 더 많은 동정심을 가져라. 동정심을 가진 재판관의 명성을 얻어라. 노역으로 벌을 준 사람에게 말로 모욕하지 마라. 식사는 조금씩 하되 저녁은 더욱 적게 먹어라. 음주는 절도 있게 하라. 사람들의 면전에서 트림하지 마라.”

“혹시 정의의 회초리를 꺾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뇌물의 무게 때문이 아니라 자비의 무게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하네”

소설 등 문학작품이나 영화 등 멀티미디어 속의 유머와 은유는 사람들이 큰 깨닫는 힘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변화시키는데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를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고도 하고, 전문용어로는 치료적 은유라고 한다. 샤피로는 수련 중인 의사들이 영화를 볼 때 실제 환자를 보는 것보다 더 감동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영화를 통하여 학생들과 수련의들에게 ‘공감과 이타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확립해가면서 감성적인 이상주의를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이것을 ‘돈키호테 효과’라고 하며, 이러한 돈키호테 효과라는 개념적인 모델로 설정하여 의학교육에 이용하고 있다. 즉 영화를 통한 상상을 통하여 환자를 볼 때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현실 등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며, 공감능력과 이타심을 배양하여 환자에게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의사가 될 수 있는 소양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돈키호테에 미쳐서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박철 교수는 휴넷 강의에서 ‘힘든 절망의 시대를 살지라도 한 번뿐인 인생을 자유롭고 명예롭게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 21세기는 돈키형테형 리더를 원한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좋은 의미의 돈키호테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을 설립하고 의료와 사회봉사활동을 많이 한 장기려 박사들 필두로 하여, 최근에는 외상외과라는 어렵고 힘든 의료 활동에 뛰어들어 응급의료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이국종 교수도 돈키호테적인 삶을 살아가는 의료인이 아닐까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해 보지 않은 일을 마음속으로 그려 보는 것을 ‘상상’이라고 하고,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상상하는 것을 ‘공상’이라고 하는데, 공상 중에 충동에 이끌려 저돌적으로 움직이며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돈키호테라 치부해 버리지만,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불광불급 不狂不及,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있듯이 돈키호테는 꿈과 이상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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