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윤 영
대한항공 항공보건의료센터 센터장
고립된 기내 환경, 응급상황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항공기 문이 닫히는 순간, 기내는 하나의 ‘고립된 공간(Isolation)’이 된다. 지상 병원과 달리 즉각적인 의료 인력 보강이나 장비 추가가 불가능한 환경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공간 안에는 수백 명의 승객과 수십 명의 승무원이 함께 존재한다. 이처럼 제한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기내 응급상황은 더 이상 개별 승객의 문제가 아니라, 항공사 전체의 대응 역량을 시험하는 사건이 된다.
기내 환경은 의료적으로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항공기는 순항 중 객실을 고도 약 7,000~8,000피트에 해당하는 압력으로 유지하며, 이로 인해 산소 분압은 지상 대비 약 25~30%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난기류와 기압 변화까지 더해지면, 고령 승객이나 심혈관·호흡기 질환을 가진 승객에게는 증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여객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기내 및 공항에서 발생하는 환자 승객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연간 환자 승객 발생 건수는 2,581건이었으며, 여객 운항이 정상화된 2023년에는 2,492건, 2024년에는 2,821건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환자 승객은 탑승 전 건강 상태가 사전 검토된 경우뿐 아니라, 사전 예측 없이 기내나 공항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경우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기내 응급상황이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님을 의미한다.
개인의 판단이 아닌, 시스템으로 대응하는 기내 응급의료
이처럼 기내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항공사는 ‘개인의 대응’이 아닌 ‘시스템의 대응’으로 움직인다. 응급상황 발생 시 객실승무원은 규정된 범위 내에서 초기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기내에 탑승한 의료인이 있는지 확인해 협조를 요청한다. 동시에 필요시 항공사는 24시간 운영되는 ‘항공응급콜’을 통해 지상의 전문 의료진과 즉시 연결된다.
이후 기내에서 환자를 직접 돌보는 객실승무원, 항공기의 운항 상황을 총괄하는 종합통제센터, 그리고 지상의 항공응급콜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항공편을 목적지까지 운항할지, 회항하거나 인근 대체공항으로 향할지를 결정하는 최종 판단은 기장이 내린다.
이 일련의 과정은 의료인의 단독 판단이나 개인의 책임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라, 기내와 지상을 연결한 ‘통합된 의사결정 체계(Integration)’의 결과다. 기내에서 의료인이 수행하는 역할 역시 완전한 치료가 아니라, 제한된 환경에서의 의학적 판단과 환자 상태의 안정화이며, 이러한 판단은 항공사의 통합 의료지원 체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제한된 환경을 보완하는 항공사의 의료지원 체계
일각에서는 객실승무원이 과연 의료적 대응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항공안전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객실승무원은 비상시 구급용구를 사용해 규정된 범위 내의 응급처치를 수행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 이는 의료행위를 대체하기 위함이 아니라, 의료인이 도착하기 전까지 필요한 최소한의 응급처치를 수행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내에는 국내 법령과 국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표준화된 의료 장비와 의약품이 탑재되어 있다. 비상의료용구(EMK, Emergency Medical Kit), 구급의료용품(FAK, First Aid Kit), 감염예방 의료용구(UPK, Universal Precaution Kit), 자동심장충격기(AED) 등은 항공안전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그리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기준에 따라 마련된다.
더 나아가 대한항공은 법적 최소 기준을 넘어, 승객 고령화와 중증·만성질환 증가에 대비해 기내 의료장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원격의료 심전도, 산소포화도 측정기, 경추보호대, 기관지용 튜브카테터 등 추가 의료기기를 도입해 제한된 환경에서도 보다 정교한 초기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체계는 기내에서 선의로 도움을 제공하는 의료인이 보다 객관적인 판단과 안전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의료인의 초기 판단과 개입은 환자의 상태 안정뿐 아니라, 불필요한 회항이나 운항 리스크를 줄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개별 의료인의 헌신을 넘어 항공 안전 전반에 기여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고립이 아닌 연결, 그리고 조용한 초대
기내 응급의료는 더 이상 고립된 공간에서의 개인적 헌신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객실, 운항, 지상 의료진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된 통합형 의료 지원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내 응급상황은 빈번하지는 않지만, 언제든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이 통합된 의료지원 체계는 의료인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제로 작동한다.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이 체계가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료인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다음번 기내에서 도움이 요청될 때, 그 체계의 한 축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 구분 | 품목 |
|---|---|
| 비상의료용구 (EMK, Emergency Medical Kit) |
|
| 구급의료용품 (FAK, First Aid Kit) |
|
| 감염예방 의료용구 (UPK, Universal Precaution Kit) |
|
| 자동 심장충격기 (A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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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대한항공 기내 의료장비
| 중증 질환 감별 및 응급상황 조기 대응 품목 | ||
|---|---|---|
![]() [활력징후 Package] |
![]() [AI 기반 심전도] |
![]() [기관지용 튜브 카테터(I-gel)] |
| 즉각적인 환자상태 평가를 위한 V/S 측정장비 Package 지원 (혈당측정기, SpO2 측정 장비 포함) |
기내 의료진의 심혈관계 질환 감별을 위한 AI 분석 기반 심전도 도입 |
Endotracheal tube 외 기관지용 튜브 카테터 탑재 |
| 난기류 대비 부상처치 품목 | ||
![]() [경추보호대] |
![]() [구급의료용품, FA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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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난기류 발생 증가에 따라, 기내 다수자 부상 대비 경추보호대 등 응급처치 물품 보강 | ||
| 공황장애 등 불안장애 승객을 위한 동영상 제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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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 승객의 실질적 대처를 위한 영상 제작, 홈페이지 및 기내 AVOD 동영상 탑재 ※ 영상 보기 : LIN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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