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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18 July 2020

1분 소확행

- 영화 속 의학이야기(2) : 노벨상

장 경 식 조선의대 내과학, 조선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의학과 관련된 노벨상에 생리의학상이 있지만 오늘은 노벨상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 중에 몇 가지 흥미로운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먼저 정신질환을 극복한 천재수학자 존 내쉬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뷰티풀 마인드(2001)’와 노벨상의 이면을 다룬 ‘노벨스 라스트 윌(2012)’,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이자 노벨상을 두 번 수상한 여성 과학자의 감동적인 이야기 ‘마리 퀴리-지식의용기(2016)’, ‘마리 퀴리(2019)’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는 메그 윌리처의 소설을 원작으로 작가 남편의 성공을 위해 평생을 바친 아내 조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더 와이프(2017)’ 이다. ‘더 와이프’는 일흔 한 살의 글렌 클로즈에게 골든 글로브 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엘리트들이 모이는 프린스턴대학원의 장학생으로 입학한 천재 수학자를 비추는 것으로 시작된다. 먹이를 쫓는 비둘기나 가방을 훔친 도둑, 미식 축구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독특한 천재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에 마음 한편에는 늘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었던 존 내쉬는 어느 날 친구들과 들른 술집에서 수학적 이론의 단서를 발견해 당시 주류 경제학의 바탕이 되었던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뒤집는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 이론을 1950년 22세 젊은 나이에 발표하게 되었다. 이 이론은 훗날 존 내쉬가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게임 이론(Theory of games)’의 핵심이 된다. 27페이지의 길지 않은 논문으로 일약 학계의 스타가 되고 이후 MIT 내 윌러연구소 교수로 수학을 강의하던 그는 자신의 수업을 듣던 물리학과 대학원생 알리샤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지만 대학원 시절부터 방치해왔던 정신분열 증세가 악화되어 행복한 가정을 지키지 못하고 지속적인 약물 치료로 연구를 다시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아 학자로서 명성도 잃었지만 결국 강한 의지와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극복해 내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현실과 망상에서 두 가지 축에서 나오는 반전도 이 영화의 흥미를 더한다.
영화 마지막에는 존 내쉬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1994년 12월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 연단에 선 그는 수많은 관중과 아내 알리샤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수락 연설을 발표한다.
“저는 오랜 세월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창조적인 이론을 발견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발견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저는 그것을 제 아내 알리샤를 통해 배웠습니다. 난 당신 덕분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당신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내 모든 존재의 이유예요”.. “You are the reason I am. You are all my reasons.” 원문에서 더 진한 감동과 여운이 느껴지는 이 영화의 명대사로 뽑을 수 있다.
이후 존 내쉬는 2015년 3월 루이스 니렌버그 교수와 함께 비선형 편미분방정식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꼽히는 아벨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5월 1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최된 시상식에 참석한 뒤 귀국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와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노벨스 라스트 윌(Nobel's Last Will, 2012)’은 노벨상의 이면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실제로도 노벨상 수상에 관한 비화들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케임브리지대 캐번디시 연구소의 왓슨과 크릭 그리고 함께 노벨생리의학상(1962년)을 수상한 런던대 킹스 칼리지의 모리스 윌킨스와의 이야기도 그중 하나이다. 왓슨과 크릭의 노벨상 수상에 결정적인 자료가 되는 DNA의 X-선 삼차원 사진을 찍은 사람은 윌킨스와 동료인 로잘린드 프랭클린이라는 여성 과학자였다는데, 아무도 이 과학자에 대한 제대로 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도 이런 노벨상에 관한 비화를 소재로 삼아 시상식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과정이 주요 스토리인 스릴러지만 의혹으로 얼룩진 재단 총회의 모습과 개인의 비리와 욕심이라는 이면을 보여줌으로서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마리 퀴리는 폴란드 출신으로 프랑스로 이주해 여성이자 이민자라는 편견 속에서 여성과학자로서 성장과 역경을 이겨낸 삶이 흥미로운 소재가 되기에 충분했고 1903년 여성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1911년에는 화학상을 받아 세계 최초 노벨상 2회 수상한 업적은 끊임없이 회자되고 영화로도 재조명되고 있다. 또한 그녀 못지않게 훌륭한 업적을 남긴 가족(첫째 딸인 이렌 퀴리, 사위 프레데리크, 둘째 딸의 사위 헨리 라부이즈는 노벨상 수상자, 둘째 딸인 이브 퀴리는 기자·국제기구 보좌관·아동구호활동가·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함)의 이야기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라듐과 플로늄을 발견한 업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지만 당시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 회원 자격에서 여성의 가입이 제한되어 있어 마리 부인은 애초에 후보에도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자로 확정된 남편 피에르가 노벨상 위원회에 직접 마리의 업적을 알리고 공동 수상을 요청하여 1903년 부부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1906년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었지만 피에르 자리에서 연구를 계속 할 수 있게 되었고 소르본 대학교 교수가 되면서 마리 부인은 프랑스 고등교육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학 교수가 되었다. 이후 1910년 금속라듐을 분리해낸 공로로 191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자가 되었다. 마리 부인은 연구비가 부족하고 가난한 환경에서도 개인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 과학의 정신에 위배한다고 생각하여 라듐에 대한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의 드라마 같고 위기도 있었지만 극복해나며 긍정적인 시너지와 교훈 주는 삶 때문에 아직까지도 마리 퀴리에 대한 수많은 다큐와 영화, 뮤지컬 등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더 와이프(The Wife, 2017)’는 노벨 문학상을 받는 남편 조셉과 그의 성공을 위해 킹메이커로 살아온 한 여성 조안의 삶이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재능도 있지만 여성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판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 남편의 글을 대신 수정하는 것으로 시작해 직접 글을 쓰게 되고 성공적인 출간이 거듭되면서 조셉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지만 조안이 느끼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은 영화 후반부에 갈수록 숨길 수 없게 된다. 시상식을 앞두고 조안은 조셉에게 소감을 말할 때 부인에게 감사나 영광을 돌리는 말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지만 조셉은 “아내는 제 정신이자 제 의식이며 제가 느끼는 모든 영감의 원천입니다. 조안, 당신은 내 뮤즈이며 내 사랑이고 내 영혼이오. 이 영광을 그대와 나누고 싶소.”라고 말하게 되고 조안은 자리를 박차고 연회장을 빠져나온다. 호텔로 돌아와서 둘의 감정이 격해지고 결국 조셉은 심장마비로 쓰러지게 된다.

노벨상은 타고난 천재적 재능도 필요하지만 헌신적인 노력과 훌륭한 스승, 시대적 흐름도 잘 타고 나야할 수 있다. 천재라기보다는 노력파가 받는 경우도 있는데 2012년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는 오사카병원 정형외과에서 수련의 생활을 할 당시 손재주가 없어 수술 시간이 길어지는 탓에 지도를 받은 의사들로부터 걸림돌만 된다는 의미의 ‘자마나카’로 불리며 야단을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초연구를 통해 더 많은 환자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상의사를 그만두고 연구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영화 감상도 중요하지만, 나의 조그만 한 소망 중의 하나는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 레지던트, 후배들 중에 아니 우리나라에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 영광스러운 일이 꼭 현실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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