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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18 July 2020

기획특집 – 감염병 관리와 역학조사관제도의 변천

전 병 율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감염병 관리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역학조사 시스템이 국내에서 언제 어떻게 도입이 되었는지 또 역학조사관 제도는 어떻게 발전이 되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정리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1980년대 빈번하게 발생했던 각종 전염병의 감염 경로와 원인 규명을 위해 역학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이 당시만 해도 보건사회부에는 이를 담당하는 전문 요원이 없었던 까닭에 의과대학 또는 보건대학원의 역학전문가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학조사를 의뢰하곤 하였다. 이 경우에도 대량의 환자가 발생하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경우에 국한하였으며 역학조사의 법적 근거나 표준 매뉴얼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필자가 강화군 보건소장이었던 1988년 당시 강화군 지역의 이질 집단 발병 시에도 강화 지역에서 필자 주도하에 자체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하였고 군의관 시절인 1991년도에 서천, 군산 지역에 콜레라 환자가 집단 발병하였을 때는 국방부에서 보사부로 2개월간 파견 명령을 받아서 콜레라 방역활동에 참여하였고 이때도 역시 역학조사는 의과대학의 예방의학교실에서 보사부의 의뢰를 받아 실시되었다.
또한 필자가 복지부 방역과장이었던 1998년에 학교 급식이 시작되고 집단급식이 늘면서 음식물을 비위생적으로 처리하여 1998년 한해 동안에만 확진된 이질 환자가 905명에 달하였지만 보사부 방역과에는 역학조사를 전담하는 직원이 한명도 없었었을 뿐더러 체계적인 역학조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1988년 강화지역 이질 집단발병과 1991년 서천, 군산 지역 콜레라 집단 발병 당시 기본적인 역학조사도 실시하지 못했던 필자의 기억 속에서 1998년의 전국적 이질 집단 발병에도 기본적인 역학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함에 문제의식을 갖고 다른 국가의 역학조사제도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결과 국내에서 미국 CDC의 EIS(Epidemic Intelligence Service) 프로그램을 본떠서 우리나라에도 역학조사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하였고 1998년 당시 복지부 장관에게 ‘역학조사관제도 도입 및 운영방안’을 보고하여 본격적으로 역학조사관 도입을 준비하게 되었다.

역학조사관은 역학조사, 질병감시, 예방접종 등에 관한 전문지식을 토대로 현장에서 감염병 관리를 수행하는 최고의 전문인력임에도 의사인력 지원자가 없는 관계로 공중보건의사중에 지원자를 중심으로 선발하여 운영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였고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1999년 복지부내 과장급 공무원 인사가 단행되고 필자가 보험급여과장으로 보직 이동을 하고 이종구 과장이 방역과장으로 보직을 맡게 되어 이종구 과장(현 서울의대 교수, 전 질병관리본부장), 양병국(전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현 질병관리본부장) 등이 중심이 되어 공중보건의사 중심의 역학조사관 제도를 도입하였다.
1999년 7월에 17명의 공중보건의사에게 2주간 역학조사 관련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바로 시범사업이 시작되었으며 2000년 3월에 20명의 제1기 역학조사관이 선발되어 국내에서 최초로 본격적인 역학조사관 제도가 출발하게 된 것이다. 2000년 이후 2000년 홍역(3만 2647명 발생), 2001년 콜레라(18명 발생), 2003년 사스, 2008년 노로바이러스(625명 발생), 2009년 신종플루(10만명 이상 발생),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원인 규명, 2013년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100명 이상 발생),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100명 이상 발생) 등의 각종 감염병 발생 당시 이들 역학조사관의 활약은 정말 눈부셨다.
비록 공중보건의사를 역학조사관으로 임명하여 출범하였으나 이 제도는 꾸준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전국적으로 시도의 역학조사와 감염병 관리 수준을 기대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며 시군구 차원의 역학조사와 감염병 관리 능력 향상을 위한 FMPT 제도 도입 및 정착까지도 가능해졌다.

2015년 메르스 국내 유행 이후 감염병 대응 강화를 위해 역학조사관 제도를 종전의 공중보건의사 선발방식에서 전문임기제 중심으로 선발 방식을 개선하였고 2015년 말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중앙 30명, 각 시도 2명 이상의 역학조사관을 두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고 2017년부터는 역학조사관 교육대상을 연구관 및 연구사 등 정규직 직원에게도 확대하였다. 이후 2020년 1월에 발생한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 역학조사관 정원을 43명에서 130명으로 대폭 확대하였다.

돌이켜보면 2000년부터 2015년까지는 공중보건의사 역학조사관이 질병관리본부, 시도 및 검역소에 매년 35명 수준에서 근무하였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질병관리본부, 시도 및 검역소에 전문임기제 역학조사관, 공중보건의사 역학조사관 및 일반직 공무원 역학조사관을 합하여 총 100명~129명까지 근무하였고 2020년 5월 현재 178명까지 늘어났다. 이와 같은 역학조사관 증원에 따라 2016년 콜레라 유행, 2018년 메르스 2차 발생 및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노로 바이러스 감염증 유행과 현재의 코로나19 유행에 신속한 역학조사 및 대응이 가능해졌고 결과적으로 감염병 유행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현장 중심 직무 훈련(On the Job Training, OJT)이 포함된 수습역학조사관 교육제도(2년 교육) 도입으로 역학조사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WHO(세계보건기구)의 WPRO(서태평양 지역본부) 역학조사관 교육 프로그램 참여와 해외 감염병 역학조사 참여 등에 따른 신종 감염병 최신 지식 습득과 국제 협력 공조체계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역학조사제도의 눈부신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질병관리본부 및 지자체의 역학조사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현재의 역학조사 방법이 조사 당사자의 기억과 진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서 정보의 신뢰성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신뢰성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토부와 공동으로 역학조사 지원시스템(EISS, Epidemic Intelligence Support System)을 개발하여 현재 코로나 19 확진자 동선 파악을 위해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확진자의 동선 파악에는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으나 EISS 역시 IT 기술을 통한 자료수집 기법 중 하나여서 한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2020년의 코로나 19 대유행을 경험하면서 무엇보다도 역학조사관의 전문성 강화와 역량을 증대할 수 있도록 육성 정책을 강화하고 민간 의료영역 종사자들과 비교하여 불리함이 없도록 충분한 보상 기전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역학조사관에 대한 충분한 보상 및 육성을 위한 과감한 정책적 배려가 이루어짐으로써 우리나라의 감염병 관리 수준이 지금보다 훨씬 향상된 수준으로 발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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