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성 현
건국의대 비뇨의학
이번 글에서는 어떤 맥주가 맛있는 맥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이 문제의 정답은 사실 ‘사람마다 다 다르다.’ 입니다. 각자 자신의 취향이 있으니 다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술 취향, 맥주 취향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하지만 고작 10-20개의 맥주를 먹어보고 내 취향은 어떻다 라고 하시기에는 세계엔 너무도 많은 종류의 다양한 맥주가 있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종류별로 다양하게 맥주를 겪어보시고 본인의 취향을 파악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 글에서는 다양한 종류별로 제 주관적인 취향대로^^ 맥주를 추천 드리겠습니다.
또한 참고하실 수 있도록 세계적으로 어떤 맥주가 잘 팔리는 지도 알려드리겠습니다.
- 내 취향의 맥주는 어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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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취향의 맥주를 아시려면 일단 어떤 종류 맥주가 있는지부터 아셔야 합니다.
맥주는 일반적으로 어떤 식으로 발효하느냐에 따라 라거 / 에일 / 람빅 맥주로 분류합니다.
라거는 저온에서 천천히 발효된 맥주로 부드럽고 가벼우며 깔끔한 맛이 특징입니다. 일반적인 맥주는 대부분 이 라거에 해당하며 시원하게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라거는 다시 페일라거 / 필스너 / 둔켈 으로 나뉩니다.
- 1. 페일라거: 가장 일반적이고 흔한 맥주입니다. 일반적인 하이트 카스 칭타오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등 대부분 아시는 맥주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 2. 필스너: 체코 필센 지방에서 라거보다 맛을 좀 강하게 하고 좀 더 씁쓸한 맥주를 만들었는데 이게 말 그대로 빅히트를 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가 되었고 맥주의 한 종류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습니다. (그 맥주가 바로 필스너 우르겔입니다. 편의점에서도 쉽게 사실 수 있습니다)
- 3. 둔켈: 보리맥아를 약간 볶아서 색은 좀 어둡고 구수하면서도 약간 달달하게 만든 맥주입니다. 라거에 초콜릿/커피향이 얹어진 느낌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에딩거 둥켈, 파울라너 둥켈 등을 권해드립니다.
에일맥주는 보통 상온에서 빠르게 발효된 맥주입니다. 라거보다는 과일향 같은 독특한 향이 나고 복잡한 맛을 가지고 있으며 시원하되 너무 차겁지는 않게 해서 맛을 느끼면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에일은 페일에일, 인디안페일에일, 벨지안페일에일, 밀맥주, 스타우트 (또는 포터)로 구분합니다.
- 1. 페일에일: 이전에는 맥주를 만들 때 맥아를 볶는 과정에서 불조절을 잘 못해서 검게 태워서 맥주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약간 흑맥주 스타일이 되었는데 산업혁명 이후 석탄과 코우크스를 연료로 쓰게 되면서 세밀한 불조절이 되면서 맥아를 원하는 만큼만 살짝만 익힐 수 있게 되었고 이리 만든 술은 이전보다 훨씬 깔끔하게 보여서 페일 이라는 말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현 시점에서 보면 하나도 페일하지 않습니다만^^ 이 계열 맥주로는 대강 맥주 (원래 대동강 페일에일이었는데 대동강과 아무 관련이 없는 관계로 '동'을 빼게 되었습니다), 구즈아일랜드 홍커스 등이 있습니다.
- 2. 인디안페일에일 (IPA):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 시절에 영국에서 인도까지 맥주를 실어 나르려다 보니 상하는 걸 막기 위해 알콜 돗수도 높이고 방부제 역할을 하는 홉을 많이 넣어서 만들어서 보냈던 맥주입니다. 도수도 6-8도로 높고 홉 때문에 씁쓸한 맛이 특징입니다. 인디카, 벨러스트포인트사의 스컬핀, 빅아이, 구즈아일랜드 IPA, 국내 7브로이의 IPA 등 다양한 IPA가 있습니다. 최근의 소규모 양조장 크래프트 비어들은 대부분 이 IPA를 주로 생산합니다.
- 3. 벨지안페일에일: 인도식은 도수와 홉을 "몽땅 쎄게" 라면 벨기에식 페일에일은 홉보다는 도수만 높이고 효모 느낌을 강하게 입니다. 두벨, 레페브라운 등은 편의점에서도 쉽게 드실 수 있는 벨지안페일에일입니다. 이전에 수도원에서 사순절에는 먹지는 못하고 마실 수만 있어서 맥주를 진하게 만들어 먹었는데 그 맥주가 현재도 일부 남아서 트라피스트 맥주라는 이름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당연히 가격이 매우 비싸고 구하기 어렵습니다. 치메이 (Chimey), 파울라너의 살바토르 등이 있습니다. 대형마트에는 일부 구비되어 있습니다.
- 4. 밀맥주: 맥주는 말 그대로 보리로 만들어지는 술 입니다만 보리맥아가 50% 이상 들어가면 밀맥주로 분류하게 됩니다. 흰색을 띄고 있어 바이스(Weiss) 비어, 윗(Wit) 비어라고도 하고 밀로 만들었다 하여 휘트(Wheat)비어, 바이젠이라고도 합니다. 밀이 들어가면 색은 다소 하얗게 되고 탁하게 되며 맛도 부드럽고 구수해집니다. 딱 막걸리 맥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에딩거, 호가든, 파울라너, 1664블랑, 에델바이스, 외팅거, 슈무커, 바이엔슈테판 헤페바이스, 제주휘트에일 등 다양한 밀맥주를 쉽게 구하실 수 있습니다. 이리 많은 맥주를 예로 든 이유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라서 그렇습니다.^^
- 5. 포터/스타우트: 이전에 영국에서 만든 맥주로 맥아를 검게 태워서 씁쓸하게 만든 맥주입니다. 항구의 짐꾼(포터)들이 편하게 마시던 저렴한 술이라 포터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민타임, 발라스트포인트 빅토리앳시 등이 있으나 구하기 힘든 종류입니다, 영국을 싫어하는 아일랜드는 우리가 더 쌘 흑맥주를 만들겠다 하고 만든 것이 스타우트입니다. 기네스가 바로 스타우트에 해당합니다. 기네스는 아주 검고 쓰지만 탄산 대신 질소를 넣어 훨씬 작고 부드러운 거품을 내는데 그 덕에 강한 맛에 대비해서 부드럽게 넘어간다고 합니다.
람빅맥주는 어떻게 보면 맥주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는 맥주 입니다. 맥주는 맥아를 효모로 분해해서 알콜로 만든 것 입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효모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공기 중에 방치하거나 이전에 만든 맥주통에 다시 넣어서 그냥 만들었는데 효모와 다양한 박테리아, 특히 젖산균으로 오염이 되면서 발효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맥주가 상하거나 젖산분해로 시큼한 맛이 날수 밖에 없었습니다. 파스퇴르가 미생물의 존재를 증명하고 1883년 칼스버그 브루어리에서 효모를 분리하게 되면서 현재 맥주는 효모 외에 다른 균을 전혀 넣지 않으면서 시큼한 맛이 안 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벨기에에 몇몇 브루어리들은 이전과 동일하게 공기 중에 방치하는 방식으로 계속적으로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게 람빅 맥주 입니다. 젖산으로 인한 신맛 때문에 사워 맥주라고도 하는데 쉽게 생각하면 치즈나 김치, 홍어와 같은 발효맥주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식초 같은 맛이 특징이며 따라서 처음 시작은 어려우나 마니아 층이 있는 맥주라 하겠습니다.
대개는 너무 신맛 때문에 설탕이나 과일향과 맛 (체리 블루베리 복숭아 등이 사용됨)을 섞어서 만듭니다. 두체스 드 부르고뉴 (한국말로 부르고뉴 공작부인), 티머만스 복숭아 람빅을 권해드립니다. 처음엔 매우 당황스러운 맛이 납니다만 드시다 보면 이런 맛도 있구나 싶으실겁니다.
- 어떤 맥주가 많이 팔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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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많이 팔리는 맥주는 다음과 같습니다. (네이버 마시즘 블로거 참조)
1. 중국 설화 맥주: 한구엔 들어와있지도 않은 설화 맥주가 중국인들의 머리수에 힘입어 1위 입니다. 이 맥주는 중국에서만 팔리고 좋다기 보다는 저렴해서 잘 팔리는 맥주입니다. 한국에는 설화수 화장품 때문에 이름 문제로 못 들어온다는데 최근엔 설화라는 이름을 뺀 프리미엄 맥주 라인이 들어온다고 하니 먹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 중국 칭따오 맥주: 역시 또 중국입니다. 칭따오는 이전 독일이 칭따오를 조차지로 쓰면서 본인들이 마실 맥주를 만든 데서 시작합니다. 그 설비 그대로 만들고 있어서 현재는 독일 맥주보다도 더 독일 맥주스러운 달달한 몰트 맛이 강한 맥주로 유명합니다. "양고기엔 칭따오"는 참 잘 만든 선전인 듯 싶습니다.
3. 미국 버드라이트: 맥주는 물로 된 보리빵이라고도 합니다. 즉 칼로리가 높습니다.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다이어트 열풍을 맥주도 피하지 못하고 라이트 맥주가 오리지널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4. 미국 버드와이저: 미국의 앤하이저 부시가 체코의 부데요비체 여행을 갔다가 지방 맥주를 마시고 너무 감동을 받아 제조법을 배워와서 만든 맥주가 버드와이저입니다. 문제는 그 지방 이름을 그대로 쓴거였지요 (체코 지역을 그대로 영어로 읽은 것이 버드와이저 입니다). 결국 체코의 오리지널 부데요비치키 부드바르와 상표권 분쟁이 붙어 당연히 졌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그냥 버드나 안호이저 버드 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코카콜라, 말보로와 함께 미국 3대 기호식품으로 불릴 만큼 유명하고 가벼운 맛으로 어느 음식이나 장소에도 잘 어울립니다.
5. 브라질 스콜: 브라질 인구는 2억1239만명으로 세계 5위에 해당합니다. 브라질은 중국, 미국 다음 3번째로 맥주를 많이 만드는 곳입니다. 스콜의 뜻은 스웨덴 말로 "당신의 건강을 위해"라고 합니다^^
6. 중국 연경 맥주: 연경은 베이징의 옛 이름입니다. 당연히 중국에서만 팔리고 베이징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맥주입니다. 근데 베이징 인구가 2150만이나 됩니다^^ 도수는 4%로 좀 낮고 편안한 맛입니다.
7. 네덜란드 하이네켄: 한국에 가장 먼저 들어온 수입맥주로 프리미엄 맥주로 인정받고 있는 하이네켄 입니다.
8. 중국 하얼빈: 중국 최초의 맥주는 하얼빈입니다. 만주 철도 건설 러시아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진 맥주라고 합니다.
9. 브라질 브라마: 스콜과 더불어 한국의 오비와 하이트 처럼 브라질 내에서 스콜과 앙숙으로 있는 맥주입니다.
10. 쿠어스 라이트: 카스 맥주의 원형으로 알려진 쿠어스 맥주의 라이트 버전입니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습니다. 맥주 마시기 딱 좋은 시점이지요. 세상엔 먹어봐야 할 너무도 많은 좋은 맥주가 있습니다. 모두들 많은 맥주를 경험해보시고 본인 취향에 맞는 맥주를 찾아서 즐기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절대로 음주 후 운전대는 잡지 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