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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05 May 2019

의학회에 바란다

김 강 립 보건복지부 기획조정실장

1966년 ‘분과학회협의회’로 시작한 대한의학회가 2007년 사단법인으로 새 출발할 때 필자는 보건복지부 담당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당시 법인설립 허가 여부를 검토하면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 분야 발전을 위해 대한의학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대한의학회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하는 고민을 했다.

당시 대한의학회의 법인 허가를 추진하면서 법인격이 필요한 사유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한 것으로 기억한다. 의료와 의학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유능하고 사명감을 가진 후학을 양성하여 대한민국 의료의 현재와 미래를 선도해 나가는 것이다. 필자는 대한의학회가 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전문가 결사체이며, 설립 취지에 맞게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법인격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법인 설립 허가를 추진하였다.

임의단체로도 의학 발전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던 대한의학회는 사단법인이 된 이후 국가나 사회로부터 기대 받는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해 왔다. 종래의 사업에 더해 의학 발전을 위한 공적 연구, 수련 평가, 임상진료지침 연구 등으로 활동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나갔다. 보건복지부 소관 법인으로서 공적 대표성에 기반해 국내외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학술지를 발간하는 등 연구 기반을 강화하면서 보건의료 정책의 연구와 개발에 관한 사업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최근 보건의료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은 건강위협 요인과 질환의 변화, 의료 수요의 변화로 이어진다. 최근의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위협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기술, 사회 변화 역시 커다란 변혁으로 다가온다. 이런 때일수록 전문가들이 변화를 선도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서 건강 증진과 의료기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 대한의학회가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위한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해왔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필요도 커지고 있다.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사항에 대한 고려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먼저 의학은 의료의 질, 즉 보다 높은 임상 의료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각종 변화에 대응하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기술을 적용하며, 사회 구성원들이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또한 꼭 필요한 때 꼭 필요한 의료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의료의 기술과 학문이 발전하더라도 그 발전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불 가능한 비용 수준과 지속가능한 지불체계 및 재정구조가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전국민 건강보험이라는 세계 여러 나라가 놀라워하는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의료비용 관리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고령화 추세, 만성질환의 증가는 분명하고도 시급한 위협요인이다.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고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 나가는 정책기조 속에서 이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제도설계와 구조 개선이 꼭 필요할 것이다.

의료의 질, 접근성, 비용. 이 세 가지는 동시에 만족되면 좋겠으나 어느 정도는 서로 상충되는 관계에 있다. 사실 전 세계를 둘러보아도 모두가 만족하는 보건의료체계를 갖춘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의료의 질적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나, GDP 대비 의료비가 OECD 평균의 1.6배로 비용면에 대한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의료 이용 보장 측면에서 볼 때도 우리나라와 달리 광범위한 보험 가입과 보장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소위 ‘오바마 케어’ 등 새로운 의료 보장 체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최근 의료의 질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아졌다. 대한의학회와 회원들의 노력으로 암, 심뇌혈관, 중증질환 등 일부 분야에서는 여타 선진국 보다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기대여명은 82.1세로 미국의 78.8세보다 높다. 의료 이용 접근성 역시 과하게 보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할 정도로 국민들의 의료 이용을 보장하는 구조다. 그런데 의료비용 측면에서는 극단적으로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의료인 입장에서 해외 사례, 실제 현장의 상황 등을 감안하여 비용의 적정성에 대해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공감이 되는 측면도 많다. 정부에서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각종 수가의 적정성을 고민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보건의료가 직면한 사회적 과제를 인식하고 정부와 방향성을 같이 하면서 각 요소들 간의 조화를 달성하기 위한 고민과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 의료 영역은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만으로는 최적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전문성에 근거한 합리적이고 올바른 판단, 전문가로서의 선도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서 대표성 있는 전문가 집단인 대한의학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국민들도 안심하면서 모두가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의료 환경을 만들어 나가려면 전문가로서 의료인들의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현장의 의료인들이 느끼는 어려움과 개별적인 욕구도 존중되어야 하고, 점점 커지는 의료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도 적절히 수용해야 하며, 그 사이에서 우리 의료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한다. 지금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 의료가 당면한 현재의 과제들을 풀어나가며 동시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하는 변혁기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대한의학회가 적기에 중대한 역할을 정부와 함께 해주실 것을 기대하며, 앞으로도 보다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노력과 고민을 계속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대한의학회(http://www.kams.or.kr)
(06762) 서울특별시 서초구 바우뫼로 7길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