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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05 May 2019

1분 소확행

- 맥주를 즐기자 1편 : 맥주는 어떤 술인가?

백 성 현 건국의대 비뇨의학

대한민국은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입니다. WHO가 2014년 발표한 ‘술과 건강에 대한 세계 현황보고서 2014’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연간 알코올 섭취량 순위 (순도 100% 알코올 기준)에서 세계 1위는 벨라루스로 17.5L였고 한국은 15위로 평균 12.3L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18도 소주 기준 약 190병입니다). 세계 평균 섭취량은 6.2L, 일본은 7.2L, 미국은 9.2L, 러시아 15.1L였습니다. 그럼 한국 사람들은 어떤 술을 가장 좋아할까요? 저서 2015 생생트렌드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은 단연 맥주라고 합니다. 술에 대한 만족도 또한 맥주가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이는 취할 때까지 먹던 술 문화가 즐기는 형태로 변화하면서 도수가 낮은 맥주를 선호하게 되었고 다양한 수입맥주와 신규 맥주들이 등장하며 생긴 트렌드입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 말은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 유한준이 남긴 명언을 토대로 유홍준 교수가 구절을 좀 고쳐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1권의 머리말에 실은 글입니다. 요즘처럼 세계 각국의 많은 맥주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과연 어떤 맥주가 맛있고 좋은지 알기가 힘듭니다. 이 글은 제 부족한 지식이나마 맥주에 대해 아실 수 있도록 해서 전보다 더 즐겁게 맥주를 즐기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성해보았습니다.

맥주는 말 그래도 보리로 만든 술입니다. 쌀이나 밀은 가을에 수확하고 주식으로 사용하다 보니 주로 봄에 수확되는 보리가 상대적으로 술을 만들기가 편하기 때문이었겠습니다. 그냥 보리는 전분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효모가 작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싹튼 보리인 맥아를 이용합니다. 맥아에는 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효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맥아를 갈아서 따뜻한 온도에 물을 부어두면 전분이 분해되어 당이 됩니다. 이걸 끓이고 홉을 추가한 뒤 효모를 첨가해서 발효를 시키면 맥주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맥아를 살짝 볶아서 황금색으로 만들면 일반적인 라거 맥주가 되고 좀 많이 볶으면 카라멜향이나 커피향이 나는 흑맥주나 스타우트 맥주가 되며 보리에 밀도 좀 섞어 넣으면 밀맥주가 됩니다. 홉을 더 많이 넣고 진하게 맥주를 만들면 IPA가 됩니다. 효모에 종류에 따라 상온에서 빠르게 발효를 진행하면 다양한 향이 특색이 있는 에일맥주가 되며 저온에서 천천히 발효를 하면 깔끔한 맛이 특징인 라거맥주가 됩니다.

맥아는 맥주 성분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성분입니다. 가장 비싸고 전량 수입하여 생산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맥아가 2/3 이상 들어가야 맥주로 그 이하는 발포주라고 부르며 가격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맥주 기준은 맥아 10% 이상 입니다). 필라이트가 12캔에 만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을 보일 수 있는 것은 맥아가 10% 미만 이라 원가가 적게 들고 맥주가 아니기 때문에 주세도 훨씬 적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최근 하이트진로의 새 맥주인 테라 맥주는 이 맥아를 오스트레일리아 청정지역에서 나오는 것을 써서 좋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한국 맥주가 맛이 없다는 평은 대개 이 맥아 비율이 낮은 것도 원인 중 하나 입니다. 맥아 비율도 낮고 재료를 아껴서 맥주를 진하게 만든 뒤 물을 섞어서 양을 늘리니 말 그래도 물 같은 밋밋한 맛이 나는 것이지요. 그러니 선전도 깔끔하다 목넘김이 좋다라고 만 선전하고 그냥 맛을 느낄 것도 없이 원샷으로 마시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고요. 밋밋하니 소주라도 타야 맛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한국맥주도 맥아 100%인 올몰트 맥주가 있기는 합니다. 하이트진로의 맥스, 오비맥주의 오비프리미어,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입니다. 최소한 한국 맥주가 맛이 없다는 평을 하시려면 이 맥주들 정도는 마셔 보시고 평가를 하는 것이 맞다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옛날 스타일의 바싹 튀긴 후라이드치킨에 맥스 생맥주 한잔 하는 것을 매우 매우 좋아합니다.

홉은 삼과의 덩굴식물의 암꽃방울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맥주의 씁쓸하면서도 독특한 맛은 이 홉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사실 중세에는 맥주는 그냥 보리로만 만든 술이었습니다. 이 때에는 저장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맥주는 금방 상하고 쉬는 술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저장방법을 찾던 중 약초로 쓰이던 홉을 넣었더니 잘 상하지 않게 되면서 8세기 정도부터는 맥주에 기본적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홉의 종류에 따라 향과 쌉쌀한 맛의 정도가 많이 차이가 납니다만 일반적으로 유럽 쪽 홉은 맛과 향이 은은한 편이고 미국 쪽 홉은 향이 강해 자몽 계열 과일향처럼 느껴집니다. 홉의 맛과 향을 좋아하신다면 일반적인 맥주보다 더 홉이 많이 들어간 IPA를 드시면 됩니다. 참고로 IPA는 Indian Pale Ale의 약자로 영국에서 식민지인 인도로 수출하던 맥주로 당시 배로 실어 나르려면 양도 많고 잘 상하니 맥아와 홉을 잔뜩 넣어 알코올 돗수도 높이고 자연방부제 효과를 높여서 만든 것인데 강한 맛과 향 덕분에 맥주의 한 종류로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그냥 비싼 IPA 말고 홉의 향을 즐기고 싶으시다면 도수는 일반 맥주로 낮추고 홉만 많이 넣은 세션 IPA를 드시거나 미국 크래프트 맥주의 대장인 사무엘 아담스를 드시면 됩니다. 그냥 편의점에서 사실 수 있는 맥주로는 체코의 필스너우르켈을 드시면 소위 노블홉이라 불리는 유럽의 자츠 홉의 쌉쌀한 맛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세계에서 맥주를 가장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독일 사람들이 아니라 체코 사람들입니다. 그 나라가 가장 자랑하는 맥주이니 그런 의미로도 한번 드셔보실 만 합니다.

원래 맥주에는 물, 맥아, 효모, 홉만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맛을 위해 다양한 성분들이 추가로 들어갑니다. 예를 들면 밀맥주의 경우에는 보리맥아와 밀맥아를 섞어서 만든 맥주입니다. 밀을 섞으면 맥주 색은 좀 더 밝아지고 약간 탁하고 걸쭉해지며 바나나 같은 과일향이 나서 좀 더 색다르게 맥주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시면 막걸리 같은 맥주입니다. 에딩거, 파울라너 등의 밀맥주는 마트에서 비교적 쉽게 사실 수 있는 밀맥주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밀맥주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바이엔슈테판 헤페바이스를 가장 좋아합니다. 기네스북에 올라가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양조장인 바이엔슈테판 양조장 (1040년 시작)에서 만드는 맥주로 대형마트에서만 병맥주로 판매하고 있으며 생맥주로는 써스티몽크라고 하는 직영점에서만 판매합니다. 다소 비싼 가격이나 마실 때 부드러운 느낌과 올라오는 과일향은 꼭 한번 느껴보실 만 합니다. 좀 독특한 밀맥주로는 호가든이 있습니다. 호가든은 맛있기만 하면 뭐든 넣어서 술을 만드는 벨기에 맥주로 일반적인 밀맥주에 오랜지 껍질과 고수가 들어가 있습니다. 네. 쌀국수에 들어가는 그 고수 맞습니다. 그 덕에 호가든은 독특한 맛과 향이 납니다. 알고 드시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맥주는 일반적으로 4-6도 내외의 저도수 술입니다. 하지만 역시 다양한 도수의 맥주가 나와있습니다. 독일 맥주의 한 종류인 라들러는 맥주에 레모네이드를 섞은 술입니다. 낮은 도수에 달달한 레모네이드 맛이 섞여 여성들이 가볍게 한잔하기가 좋습니다. 반면에 도수가 높은 IPA 종류는 일반적으로 7-9도 내외이고 예전에 수도사들이 사순절에 금식을 해야 하는 기간 동안 음식은 못 먹어도 물은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때 죽처럼 맥아를 잔뜩 넣고 진하게 만든 복 비어, 얼려서 물을 분리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인 아이스복 등은 9-16도까지 도수가 높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맥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설명 드렸습니다. 위에 언급 드린 대로 몰라도 술을 드시는 데에는 아무 지장 없습니다만 아시면 추가적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기왕에 드시는 술이라면 깐깐하게 고르시고 좀 더 맛있게 좀 더 즐겁게 즐기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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