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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05 May 2019

기획특집 – 과로사회에서 의사들이 알아둘 만한 이야기

김 현 주이화의대 직업환경의학

대한민국은 여전히 과로중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중에서 세 번째로 오래 일하는 나라이다. 2013년 한 사회학자는 한국사회를 과로사회라 규정하기도 하였다. 2018년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주 52시간 근무가 본격 시행되었다. 어떤 이는 과로 사회에서 탈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한편 근로기준법에 의해 주 40시간근무에 노사합의에 의해 주 12시간까지 연장근무가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리둥절 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간 주말근무는 주당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의해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한 사회였다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한편 보건의료업종 등 근로시간 특례업종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당 52시간 이상 일해도 된다. 동네의원의 의사들이나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들 모두 장시간 노동과 높은 직무스트레스 상황에서 일하고 있다. 또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노동시간은 하루 10.9시간, 한달에 휴무일은 3일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과로중이다.
과로사와 과로 자살
1969년 일본의 29세 신문발송부의 사원이 뇌졸중으로 갑자기 사망하자 돌연사한 것을 계기로 과로사라는 용어가 통용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도에 처음으로 언론에 과로사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현재는 작업관련 뇌심혈관질환으로 부르며, 산재보상이 되는 업무상 질병의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우울증에 이르러 자살하는 사례들이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2008년에 한 방송국의 외주작가(22세)가 격무에 시달리다가 투신자살한 사례가 보고되었고, 2017년에는 과도한 노동과 비정규칙 스태프 해고 문제로 괴로워 하다가 목숨을 끊은 이한빛 PD의 사망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도 과로 자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과로자살이라 부르며 연간 60명이 산재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과로자살의 산재 승인율은 2016년 18.2%(10건)에서 2017년 36.5%(23건)로 오르는 추세이다.
과로에 무감각한 사회
2011년에 고용노동부의 발주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과중업무 종사자 관리방안이라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제목에서 연장, 야간, 휴일근로는 근로기준법상의 용어, 과중업무는 산재보상보험법상의 개념이다. 과로의 정의에 대한 학술적 정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대체로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으로 표현한다. 이 과제를 진행할 때 장시간 노동의 기준을 과로사의 위험이 확실하게 증가하는 주당 60시간으로 할 것인가, 근로기준법 위반인 52시간 이상으로 할 것인가 토론이 있었는데, 함께 있었던 공무원들은 말했다. “우리는 매일 밤 10시에 퇴근하는데요...”공무원들도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사회에서 과로는 당연한 것으로, 극복할 수 없는 난제처럼 여겨진다.
올해 들어 의사 세 명이 과로로 쓰러졌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메이저 대학병원의 중환자실 전담의사를 했던 임상교수와 당직을 서던 30대 소아과 전공의였다.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사망소식도 과로에 내몰리는 의사들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의사니까, 감수해야 한다, 우리 때는 그보다 더한 살인적인 노동을 감내했다는 식의 생각을 가진 은연중에 비치는 동료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의사들의 과로는 본인뿐 아니라 환자의 안전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료계에서 과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이다.
직장인 환자 10명중 3명은 과로중
앞서 언급한 2011년 연구에서 임금근로자중 주당 52시간 장시간 근무를 하는 사람이 30%이상, 야간작업 종사자가 10%이상으로 확인되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진료실에 들어오는 직장인 10명중 3명이상은 과로중이라는 뜻이다.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을 수년동안 하는 경우 고혈압, 당뇨병 발생이 증가할 뿐 아니라 뇌졸중과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2배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근무시간의 영향으로 흡연, 음주, 운동부족 등의 해로운 생활습관이 증가하기도 하고, 일주기리듬이 교란되며, 사회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울증상도 증가한다. 여러 문헌에서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이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연구에서 주당 52시간이상의 장시간 노동은 지난 2주간 우울감을 1.7배 증가시킨다고 보고되었다.
과로사와 과로 자살의 예방과 보상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야간작업 종사자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사업주가 실시하는 특수건강진단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이는 뇌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요인, 수면장애, 기능성 위장장애, 유방암에 대한 스크리닝을 포함하고 있다. 2016년에 이 건강진단을 받은 사람은 약 130만명이라고 한다. 직업환경의학계는 이들 직업적 고위험군에 대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야간근무로 인해 혈당조절이 잘 안되는 경우에 사업주에게 해당 노동자를 주간근무로 전환하도록 하기도 한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은 앞으로 진료실에 들어오는 직장인 환자가 과로로 인해 발생 또는 악화될 수 있는 건강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일반인보다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관점을 가지고 대해주시기를 기대해본다.
이러한 예방제도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과로중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뇌졸중, 뇌출혈, 심근경색, 협심증,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직장인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면 그들이 과로를 했었는지 물어보고 급성기 이후에 산재상담을 위해 직업환경의학과를 방문할 수 있도록 권고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2014년, 일본은 ‘과로사 방지법‘을 제정했다. 정부에 과로사(과로자살 포함)의 위험성을 교육하고 예방할 의무를 규정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과로사 방지를 우한 전 사회적인 노력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대한의학회(http://www.kam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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