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내 결핵환자는 총 36,044명으로, 10만 명당 70.4명의 신고율을 보였다. 2011년부터 꾸준히 감소추세를 보여 2017년 결핵 신환자는 처음으로 30,000명 미만(28,161명)으로 내려갔지만, 아직 OECD 가입국 중에서 결핵 발생률은 격차가 너무 큰 꼴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핵은 일반 폐렴과 달리 만성, 전염성 질환이며, 감염된 이후 대부분은 잠복결핵감염(Latent tuberculosis infection, 이하 LTBI) 상태로 되었다가 일생의 어느 순간에 활동성 결핵으로 발병하게 된다. LTBI란 소수의 생존하는 결핵균이 체내에 존재하여, 증상도 없고 흉부사진 및 객담 검사 등으로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인생의 어느 순간에 균이 증식하여 활동성 결핵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역학적으로는 결핵 감염자의 약 10%에서만 결핵이 발병하며, 결핵 발병의 고위험군(예로, 장기이식 후 면역저하제 사용자 등)에서는 그 빈도가 더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LTBI 모두를 찾아내어 예방 치료할 필요는 없으며, 결핵 감염/발병의 고위험군만을 대상으로 결핵감염 검사를 하고, 그 결과가 양성일 경우 치료 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Targeted strategy). 치료는 과거 9개월간 이소니아짓 단독 치료가 표준이었으나, 최근에는 리팜핀이 포함되어 3-4개월 치료하는 단기치료법(이소니아짓/리팜핀 병합 3개월 또는 리팜핀 단독 4개월)이 많이 선호되고 있다.

과거 5년마다 시행되던 전국결핵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1965년 10-14세 나이의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 결핵감염 양성률이 69.5%이었으나 1995년에는 14.9%로 감소하였다. 2017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결핵안심국가 실행사업에서 혈액 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 결핵감염 양성률은 2.1%이었다. 즉, 젊은 나이에서의 결핵감염률이 상당히 감소한 것이 사실이나, 아직 40세 이상의 중년 및 노년에서의 결핵감염률은 높아, 전체 국민에서의 결핵감염률은 약 25-3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같은 결핵 선진국에서는 결핵 발생 대부분이 LTBI의 재활성화에 기인한다. 따라서 LTBI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결핵발생을 줄이고 결핵근절의 목표에 도달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반면에 결핵발생률이 높은 경제 후진국에서는 전염성이 있는 활동성 폐결핵의 관리도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족한 예산을 LTBI 관리에 과다하게 할당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활동성 결핵 발생률이 높기는 하지만, 적극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고, 제2기 결핵관리종합계획에 의하여 2022년 결핵발생률을 10만 명 당 40명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LTBI 관리도 함께 병행하여야 한다.

LTBI 관리의 원칙은 targeted strategy이다. 가장 대표적인 대상은 최근 전염성 결핵 환자의 밀접 접촉자이며, 이를 위하여 국가 주도로 접촉자 조사가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다. 예로, 최근 신문 기사에 나온 학교, 학원가 등에서 전염성 결핵환자가 발생하면 접촉자 조사를 통하여 추가의 활동성 결핵 및 LTBI를 찾아내게 된다. 그 외 결핵 감염/발생의 고위험군, 결핵 환자 접촉 위험이 높은 의료종사자가 그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는 이 targeted strategy에 추가하여 결핵안심국가 실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결핵 발생 예방에 중점을 둔 사업으로, 어린이집, 사회복지시설, 병역판정검사 대상자, 고등학교 1학년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다(2018년에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중 결핵감염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일부에서만 시행 예정이다). Targeted strategy 대상자에 대한 관리는 지속적으로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mass screening의 성격이 포함된 결핵안심국가 실행사업은 어느 정도 결핵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게 되면 그 범위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에 40세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LTBI 검진사업이 취소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LTBI 대처 관련 혼란을 가중시키는 예를 들어보자. 우리 국민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면 결핵 발생 고위험국가에서 온 경우로 LTBI 검사 및 치료의 대상이 된다. 반면에, 다른 위험 조건이 없는 우리 국민이 우리나라에 거주한다면 LTBI 고위험군이 아니므로 LTBI 검사조차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럼, 미국에서는 왜 필요 없는 결핵감염 치료를 하여 약제 부작용(주로 간 부작용)의 위험에 빠뜨리고자 하는 것일까? 미국에서는 오랜 경험에 따라, 현재의 LTBI 치료 도중 긴밀하게 경과를 관찰한다면, 중증 부작용의 위험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접촉자조사에서 65세 이상 나이(간독성의 빈도는 나이 증가에 따라 비례하여 증가한다)에서도 LTBI 양성이면 예방치료를 권고한다. 반면에 영국 NICE 지침에 의하면 65세까지로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 국내 결핵진료지침은 영국 지침을 수용, 개작하였으므로 마찬가지로 65세 나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TNF 길항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LTBI 검사 및 치료를 시행하여야만 생물학적 제제 사용 시 요양급여가 인정된다. 즉, LTBI 관리 원칙은 각국의 결핵 실태와 동원 가능한 보건가용자원에 따라 나라마다 다를 수 밖에 없고, 우리 나라의 현실에 맞는 근거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LTBI 관리 사업은 항상 이견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여야 한다.

종합하면, 국내를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결핵근절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활동성 결핵뿐만이 아니라 LTBI에 대한 동시 접근은 결핵을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LTBI 관리는 활동성, 전염성 결핵에 대한 철저한 관리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일부 mass screening 성격의 LTBI 관리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밀도 있게 진행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