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치료가 어려운 대표적 혈액암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오늘날의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처럼 다양하고 독성이 많은 항암치료와 더불어 동종조혈모세포이식법 등 모든 치료법을 동원하여도 3~5년의 장기 생존율이 불과 30~40%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bcr/abl’ 융합유전자를 표적으로 결합하는 ‘글리벡’이라는 역사적인 경구용 표적항암제가 개발되어 임상치료에 도입된 후 ‘백혈병’ 치료의 역사는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다양하고 이질적인 ‘급성골수성백혈병’에서의 수 많은 미확인의 다종, 다변화 돌연변이와 이를 아우르는 유전체 이상을 한번에 차단하는 ‘표적치료제’는 이론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동시 다발성의 무작위 유전자 이상을 ‘글리벡’의 경험에서처럼 용이하게 시장에 도입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매우 무의미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하지만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17년 ‘급성골수성백혈병’에 대한 ‘표적치료제’ 들을 연속하여 승인하였다. 이는 지난 세기 40년 이상 똑같은 항암제를 모든 환자들에게 동일하게 투여하던 ‘3+7’로 명명되는 독성 합병증이 큰 표준 1차 관해유도 항암 치료법 대신 환자의 분자유전면역학적 특징에 따라 차별화되어 임상적용 될 것이라는 큰 기대 때문이다.

불치병으로 여겨지던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글리벡’을 포함한 최신 ‘표적치료법’의 도입에 의해 ‘불치병’의 오명을 벗게 되었고, 현대의학의 총아라 불리는 최첨단 분자유전학적 진단법의 급속한 발전에 기인하여 이들 변이 유전자 단백질을 정량하고 실시간 추적하는 기법까지 도입되어 치료 효과를 판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이들 ‘표적치료제’의 임상적용 가능성을 높인 대표적인 연구의 모범 예를 살펴보았다. 가장 최근 FLT3 돌연변이 유전자에 대한 다수의 표적항암치료제 ‘midostaurin’ ‘gilteritinib’ ‘quizatinib’ ‘crenolanib’ 등이 이미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하였거나 3상 임상시험 중이다. 이들 중 특히 ‘midostaurin’은 2017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8월호에서 이 약제의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였다. 717명의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참여하여 이 신약을 투여 받는 경우 그렇지 않은 대조군 환자들에 비해 통계적으로 우월한 장기 생존율을 보였으며 특히 생존 중앙값이 무려 74.7개월 대 25.6개월의 경이로운 큰 차이를 보였고(그림 1) 독성 합병증에서도 양 군에서 차이가 없었다. 통상 FLT3-ITD 변이 유전자 양성 환자의 경우 표준 항암치료 반응도 절반 수준으로 낮고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시도하여도 조기 재발율이 높은 숙제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지 도전이 기대된다.

또한 CXCR4억제제를 포함한 다종의 골수 미세환경 조절제, 2세대 후성유전자 이상 조절제 및 IDH1, IDH 2, bcl-2, MDM2, Wnt, Hedge-hog 변이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다양한 효시 약제들도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표 1). 10여 년 이내에 이들 신종 ‘표적치료제’들이 고식적인 ‘3+7’ 1차 관해유도 병용치료법의 한계를 뛰어 넘는 효과와 저독성 성과로 고령 환자들에서도 ‘환자 개인 맞춤형 치료’를 실현하는 미래 지향적 치료법의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급성골수성백혈병’의 표준 치료의 원칙이 바뀌어야 할 희망찬 새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비록 이들 진격의 21세기 신약 치료제들을 국내 임상 일선에 신속하게 도입하여 치료가 절실한 많은 환자들로부터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으나 멀지 않은 미래에 보다 전향적으로 도입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