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료 기술혁신과 첨단재생의료

감염 등으로부터 생명구조가 목표인 Healthcare 1.0에서 증상조절 및 질병관리가 목표인 Healthcare 2.0으로, 그리고 이제는 완치 및 예방이 목표인 Healthcare 3.0으로 빠르게 헬스케어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는 세포ㆍ유전공학 및 IT 융복합 분야의 기술혁신으로 가능하게 되었으며, 건강수명 연장 및 의료비 절감이라는 시장의 니즈가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변화는 절실한 환자들은 자국의 법이나 의료전달 시스템에서는 불가한 첨단치료를 위해 치료가 가능한 다른 나라로 국경을 넘어 기꺼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한 예로 줄기세포치료를 찾아 시술이 가능한 나라로 직접 여행하는 “stem cell tourism”을 들 수 있다. 이는 인허가를 받지 않은 치료효능을 온라인상 또는 환자에게 직접 홍보를 하는 상업적 행위로서 선진국에서도 자국의 환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 경제적 손실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뿐 아니라 이들 미래의료가 가지는 산업적 가치 때문에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재생의료 분야의 법ㆍ제도가 빠른 속도로 정비되고 있다. 이에 첨단재생의료의 정의 및 관련 해외 법ㆍ제도 동향과 국내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첨단재생의료 관련 법ㆍ제도 해외 동향

첨단재생의료란 인간의 세포, 조직, 장기를 대체하거나 재생시켜서 원래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복원시키는 의료기술로써,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 및 융복합 치료 등이 포함된다. 기존 의약품 및 의료기기와의 차별점은 살아있는 세포가 주재료로서 복합적인 작용기전을 가지며, 동물실험으로 안전성ㆍ유효성 평가가 어렵고, 의료시술과 연관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허가 측면에서 의약품 및 의료기기와 다른 분류체계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유럽, 일본, 미국 등에서 재생의료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정의를 설정하고, 법ㆍ제도를 신설 및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유럽(EU)은 2007년 11월에 살아있는 세포나 조직을 치료 목적으로 인체에 사용하는 행위가 기존의약품 및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여 「Regulation 1394/2007/EC」를 제정하면서 ‘Advanced Therapy Medicinal Product(ATMP, 첨단치료제재)’범주를 신설하였고, ATMP를 ‘질병 치료 또는 예방 등을 위해 살아있는 유전자, 세포, 조직 등을 인간에게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재’라고 정의하였다.일본은 2014년 11월에 「재생의료 등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재생의료 등 기술’을 사람의 신체 구조 또는 기능의 재생, 수복 또는 형성을 목적으로 하거나, 사람의 질병 치료 또는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세포가공물을 이용하는 것 중에서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조치가 필요한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2016년 12월에 「21세기 치유법(21st Century Cures Act」을 제정하면서, ‘Regenerative Medicine Therapy(RMT, 재생의료치료)’를 세포치료(Cell therapy), 치료적 조직공학 제품(Therapeutic tissue engineering products), 인간 세포 및 조직 제품(Human cell and tissue products), 복합제품(Combination products using any such therapies or products)이 포함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고, 이들 치료기술은 인허가 과정을 거쳐서 ‘Regenerative Medicine Advanced Therapy(RMAT, 첨단재생의료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게 된다.

이들 제도의 공통된 특징은 임상연구와 상업용 인허가를 2트랙(Two track)으로 분리하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은 ‘Hospital Exemption(병원면제)’ 제도 하에서 임상연구를, 제품 인허가는 ATMP로 임상시험을 통해 받게 된다. 일본은 임상연구 및 자유진료 트랙은 후생성의 ‘재생의료 등 안전성 확보법’에 의해 운영되고 제품 인허가는 일본 인허가 기관인 PMDA(Pharmaceuticals and Medical Device Agency)에서 ‘재생의료제품 조건부 허가제도’를 적용하고 이를 위해 PMDA는 약사법을 개정하였다. 미국은 21세기 치유법에서 보건부의 공중보건법에 기반하여 재생의료치료(RMT)에 관한 임상연구를 활성화하고, 첨단재생의료치료제(RMAT)는 FDA의 의약품법에 의해 관리를 받게 하므로 첨단재생의료 치료법의 환자 적용을 효율화하였다. 이와 같은 2트랙이 필요한 이유는 앞서 서술하였듯이 살아있는 세포가 주원료가 되고 완치를 목표로 하는 재생의료치료제는 조기 임상연구 실시와 안전성 및 효능검증을 위한 장기적 관찰이 임상연구에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여전히 과학적, 임상적으로 규명해야할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과 치료법이 없는 절실한 환자들의 기대가 공존하는 재생의료 분야는 체계적인 감시와 위험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위험 최소화’와 함께 기술혁신과 산업발전을 진행할 수 있도록 임상연구와 인허가 법ㆍ제도가 설정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유럽, 일본, 미국에서 실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첨단재생의료 관련 법ㆍ제도 동향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첨단재생의료 관련법 및 인허가제도가 정비되어 있지 않지만, 그 필요성은 19대, 20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2016년 2월 19대 국회에서 「첨단재생의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으나 자동 폐기되었고, 20대 국회에서는 2016년 11월까지 두 건의 첨단재생의료 관련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법안이 발의된 이후 언론에서는 생명권 침해나 안전성 우려, 국정농단 특혜법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최근 2018년 상반기 대부분의 기사에서는 일본의 사례 및 해외원정의료 현실 등을 근거로 첨단재생의료 관련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첨단재생의료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¹⁾은 현재 개발된 치료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재생의료 치료 기회와 국내에서 안전하게 줄기세포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재생의료 임상연구 활성화를 통해 치료제 개발 촉진 및 산업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다. 또, 미래 성장동력인 재생의료 산업 발전의 지원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어서, 재생의료 제품 개발 촉진과 세포 배양·제조 시설 등 기반산업의 동반 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첨단재생의료법의 적용 범위는 현행 약사법 및 의료기기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품목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제외한, 최소조작 범위 내의 재생의료와 최소조작 범위 외의 학술목적 임상연구로 설정하고 있다. 첨단재생의료법의 적용을 받을 경우 상업적 판매는 불가능하고, 상업적 판매를 위해서는 약사법 또는 의료기기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첨단재생의료 실시의 가장 큰 특징은 첫째,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첨단재생의료 심의위원회’를 거쳐서 실시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고 둘째, 심의는 첨단재생의료치료의 위험수준 정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심의하게 된다는 것, 셋째, 첨단재생의료 실시를 위한 인체세포는 세포처리시설로 인정받은 시설에서만 분리 및 배양이 가능하다는 것이며, 넷째, 이 모든 것은 임상연구로서 국가의 관리를 받게 되고 이에 따른 위험 모니터링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첨단재생의료 심의위원회’는 실시를 원하는 의료기관에서 제출한 실시계획서를 안전성·유효성·윤리성 전문위원회에서 검토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심의하고 승인한다. 그러나 유전자이입 등과 같은 고수준의 경우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한 단계 더 받도록 하므로 안전성 측면을 강화하고 있다. 모든 수준의 재생의료를 실시한 의료기관에서는 첨단재생의료 안전관리기관에 1년마다 실시기록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법의 모든 내용을 여기에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법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방향은 단기적으로 첨단재생의료 치료가 절실한 환자에게 합법적인 치료 기회를 임상연구를 통해 증대 시키고, 첨단치료가 원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현재 기술로는 규명되지 않은 위험에 대한 안전성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한 임상연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해당 질환에 대한 의학적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기능성을 보여주는 예비임상 근거로 활용 가능할 것이며, 이는 향후 상업적 개발로 연계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나아가 향후 치료제로 개발 시 조건부허가, 보험급여지급 등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 될 수 있을 것이다.

첨단재생의료법(안)은 현재 재생의료치료제가 포함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신속심사, 조건부허가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발의된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²⁾과 통합되는 것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논의 중에 있으며, 성공적으로 두 개의 법률(안)이 통합될 경우, 임상연구의 활성화를 통한 임상시험 후보물질의 증가와 효능이 우수한 재생의료 치료제의 상용화 증가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즉, 재생의료 분야의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제품화까지 아우를 수 있는 법안이 제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¹⁾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 더불어민주당 전혜숙의원, ‘16.11.09
²⁾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 더불어민주당 정춘숙의원, ‘17.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