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내용 바로가기

대한의학회 E-NEWSLETTER No.93 APRIL 2018

ISSN 2287-9390 (Online)

대한의학회(Korean Academy of Medical Sciences). The enhancement of medical specialties through education, research and training

코리아 바이오헬스의 도전

국내 바이오헬스산업의 혁신성장을 위한 전략

  • 홈으로 이동
  • 인쇄
박 하 영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한국은 지난 20여 년간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와 육성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림 1)의 기초연구단계에 주로 머물러왔던 산업이 이제 자체 개발제품의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임상실험 수행, 바이오시밀러와 위탁생산에서의 매출 증가 등의 시장사업화단계로 진화하는 중이다. 그러나 한국 바이오헬스산업이 국민의 건강과 행복,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산업의 초점이 시장으로 옮겨가며 시장을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의 바이오헬스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산업 발전에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그림 바이오헬스 산업에서의 발견에서부터 매출까지의 단계와 비즈니스 모델 및 관련 조직

본 연구를 수행했던 한국공학한림원 바이오헬스산업 정책위원회는 코리아 바이오헬스의 도전은 산업생태계 활성화에 달렸다고 보고 이를 위한 아젠다를 도출했다. 산업생태계 활성화의 키워드는 전 세계 시장의 2%에 불과한 바이오헬스 내수시장이 아닌, 글로벌화와 개방에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말하는 산업생태계는 (그림 2)로 표현되는 개념이다.

그림 2 바이오헬스 산업생태계

1. 혁신생태계를 움직이는 4대 원리
바이오헬스산업이 성공하려면 과학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요건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혁신생태계를 움직이는 패러다임으로 아래 4대 원리에 대한 인식 공유가 필수적이라는 게 본 연구의 인식이다.
첫째, ‘가치 기반 혁신’이다. 현재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제도(행위별수가제)는 많은 환자에게 많은 양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진료 결과와 무관한 진료 양에 따라 의사들을 보상한다. 단기적 평가에서 장기적 평가로, 환자 대상 평가에서 일반 건강인 집단 대상 평가로, 시술·투약 등 제품과 서비스의 투입량 평가에서 건강과 삶의 질과 같은 결과 평가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증거 기반 혁신’이다. 혁신 산출물인 신제품이나 신서비스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허가과정을 통과하려면 기본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안전성(safety)과 효능(efficacy) 입증이 요구된다. 보험급여 역시 비용 대비 효과성 입증에 바탕을 두어야 함은 물론이다. 셋째, ‘공유 기반 혁신’이다. 강건한(robust) 생태계는 다양한 역량과 자원을 갖는 기업이 각자가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에 진입해 다른 기업 및 고객과 윈-윈 할 수 있는 거래를 통해 성공하고, 그 성공을 바탕으로 진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기반 혁신’이다. 환자뿐 아니라 건강한 소비자까지 주요 자원인 정보의 소유자로서, 바이오헬스산업 생태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생태계 혁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2. 산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아젠다
<창업 활성화>
정부의 바이오헬스 산업정책 초점은 스타트업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선진국 거대 시장에 진출하는데 필요한 인프라와 환경 조성에 둘 것을 제안한다. 대학 연구자가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창업 활동이 교수 활동의 논문과 같은 비중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인사 기준에 명문화해야 한다.
상장 기술특례 제도를 적극 실행하고, 투자자가 비상장 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처음 투자자가 그 다음 투자자에게 자기 주식을 팔거나, M&A 과정 중에 주식을 팔 수 있도록 다양한 회수(exit) 기법을 개발해야 한다. M&A에 대해 세제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혜택을 부여하는 장려책도 요구된다. 거래에 따른 수익 발생 시점과 세금 결정 시기의 불일치 등 M&A에 대한 제약요인이 해소돼야 인수합병이 활성화되고 제품개발도 가속화될 수 있다. 정책자금은 민간자금이 흐르지 않는 곳에 집중해야 한다.
민간이 투자를 꺼리는 초기 단계와 초기 기업의 바이오 초기펀드에 정부가 50~80% 정도를 출자함으로써 정책적 목표 달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국내 IPO 시장을 미국이나 일본 등의 하이테크 기업에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한국 바이오헬스산업의 가장 심각한 병목현상은 초기, 즉 기초연구단계의 쓸 만한 발견이 없다는 것이므로, 선진국에서 사업적으로 의미가 있는 초기 발견을 미리 알아보고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의료현장 혁신역량 강화>
의료현장의 우수 연구 인력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 즉 ‘protection time’을 제공하는 것이 보건의료 연구력 증진의 핵심이다. 의학전문대학원 폐지와 함께 중단되었던 MD-PhD 프로그램도 활성화해야 한다. 의과대학과 약학, 생명과학, 공학 등의 타 학문 분야 간의 연구 및 교육 연계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의료현장 속의 다학제 융합생태계 구축도 중요하다. 융합 교육 또는 가상 융합연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 투자가 요구된다.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융합연구 활성화도 그 중 하나다. 현재의 대학 산학협력촉진법은 보건의료 분야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의과대학이 독립된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필요 기술에 대한 연구와 사전 전략 수립, 특허 등에 대한 선행 실적 분석, 필요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시장의 정의, 기술의 개발 가능성 및 산업화 성공 가능성 판단 등 기술개발 전주기에 걸쳐 의사결정 문제를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도 다차원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시장의 전략적 활용>
중국 바이오헬스 시장은 2016년 기준으로 약 1,084조원으로 추정된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이다. 중국내 중산층 증가 등에 따라 고급 헬스케어서비스 수요가 확대되면서 해외 헬스케어 관광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그 시장규모가 3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중국시장의 전략적 활용을 위해 가칭 ‘코리아 바이오헬스 지원센터’를 중국 현지에 설립하여 현지 정보의 수집 및 공유, 법무·계약 자문 및 검토 등 기업이 중국 사업을 실행하기 이전에 거쳐야 하는 다양한 사항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공생을 위한 협력 추진도 중요하다. 중국의 지방 정부들과 협력 관계를 조성하고 국내 유망기업과 중국 현지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과 주요 인프라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의료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현재 의료제공체계를 의료기관 간 적절한 기능 분담을 통해 상호협력하고,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과 결과라는 가치에 따라 보상을 받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의 질과 가치를 측정하고, 이에 영향을 주는 위험도를 측정하고 보정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며,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정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의 ‘행위 중심 서비스 단위에서의 진료비 지불(fee-for-service)’을 ‘질환 위험집단 중심(population based)의 포괄화된 진료비 지불’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없이는 예측-예방이라는 미래 (정밀)의료의 가치에 대한 보상이 불가능하고,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디지털헬스에 대한 제공자 집단의 호응도 기대하기 어렵다.
공유 (상호운용) 가능한 표준 기반의 진료정보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전자의무기록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나, 많은 경우 동일 의료기관 내에서도 부서 간 전자의무기록 진료정보의 통합과 상호운용(interoperable)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중간단계 솔루션으로 표준 기반 진료기록요약지의 구축과 활용을 제안한다.

<스마트 규제>
바이오헬스는 그 특성상 R&D와 규제의 연계가 절실하다. 상용화를 위한 R&D 사업의 선정 및 평가 과정에 규제기관 담당자가 참여하여 가이드를 제공하거나, 대형 범부처 연구 사업에 규제기관을 참여기관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글로벌 규제 트렌드에 맞춰 국내 규제를 정비하고, 해외 진출 시 거쳐야 하는 다양한 장벽을 국제협약을 통해 감소시키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빠른 기술혁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사전규제를 사후규제로 전환하되, 보다 효과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규제과학’의 발전이 요구된다. 인허가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피규제자에게 만족할 만한 규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심사인력 확충과 안전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도 중요하다. ‘User fee 제도’ 개편을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3. ‘협치’와 ‘조정’의 바이오헬스 거버넌스
한국 현실과 이제까지의 바이오헬스 연구개발의 역사적 맥락을 감안할 때 혁신생태계를 ‘발견’에서 ‘시장’까지 전 과정에 걸쳐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시키려면 보건복지부라는 단일 부처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발견의 글로벌화’를 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역할, ‘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역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처 조직을 통폐합해서 중앙집중화 하는 방식으로 혁신생태계를 바꿀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발견에서 시장까지의 글로벌화라는 니즈에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정보통신산업(ICT)의 발전 경로와 유사하게 관련 부처 간 ‘경쟁’과 ‘협력’이 보다 유리한 측면도 있다.
정부가 바이오헬스산업의 혁신성장 정책을 도출하고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한 융합 저해요소를 해소하며, 각 부처에 흩어져있는 바이오헬스 관련 법·제도를 정비한다는 것을 전제로 다음과 같은 ‘정책-R&D 연계형 거버넌스’를 제안한다.

  • 대통령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에 ‘바이오헬스특별위원회’ 설치
  • 과학기술혁신본부 안에 4차 산업혁명 대응과 과학기술 기반 혁신성장을 담당할 전략국과 전략국 내에 바이오헬스 전략을 담당할 전략과 설치
  • 범부처 바이오헬스 R&D 전략기획단 설치
어떤 거버넌스도 장점과 단점이 있다. 정부 역할을 시대 흐름에 맞게 재설정한다면,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생태계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거버넌스는 하드웨어 중심이 아니라 ‘조정’과 ‘협치’라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선진국형 거버넌스일 것이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기 보다는 생태계가 활성화되는데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책·규제·제도를 통해 이해당사자간 갈등을 조정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최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