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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 E-NEWSLETTER No.79 NOVEMBER 2017

ISSN 2287-9390 (Online)

대한의학회(Korean Academy of Medical Sciences). The enhancement of medical specialties through education, research and training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의 시행에 즈음하여

삶의 마지막 과정으로서의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삶의 가치 되새기는 계기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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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명 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사무총장

의학적 권고에 반하는 환자의 퇴원(discharge against medical advice)에 대하여 대법원이 의사를 살인방조죄로 처벌한 보라매병원사건(1997년)이 발생한지 근 20년만인 2016년 2월 4일 오랜 논의 끝에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 공포되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부분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내용을 함께 담고 있다. 2017년 8월 4일부터 호스피스ㆍ완화의료 관련 조항들이 시행되었고, 2018년 2월 4일부터 연명의료 관련 조항이 시행될 예정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와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및 그 이행 과정들을 법률로서 규정함으로써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그렇다면 의료진의 입장에서 환자의 최선의 이익은 무엇이고 환자의 자기 결정권은 어떻게 존중하여야 할 것인가?

이 법은‘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한하여 연명의료 결정 등을 할 수 있도록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즉 법률이 정의한‘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인 임종과정으로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의학적 판단을 받지 않으면 이 법에 따른 연명의료 결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의학적인 기준으로 객관화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며 연명의료결정과 그 결정을 이행하는 것도 쉬운 과정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평소 환자의 삶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 등에 대해 교감하고 이해한다면 법의 제정 목적인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판단을 위한 것도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이 법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어떻게 보장하고 있을까? 이 법은 환자 본인이 명시적인 의사를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을 통해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환자가 의사능력이 온전할 경우에는 환자는 담당의사에게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의사는 적절한 설명을 거쳐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여 환자의 자율적인 결정을 문서화하고 그 효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미리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있는 경우 담당의사가 환자에게 작성 여부 및 그 내용을 확인 받아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에 있는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 및 확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작성하는 절차 속에서 진정으로 환자가 원하는 임종기의 삶이 무엇이고 그의 결정이 진정한 자율적인 결정인가 하는 것에 대해 의료진과 함께 소통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생각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삶은 무엇이고 어디까지 인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초고령사회가 다가오고,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가족의 관계와 삶에 대한 가치가 다양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죽음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남에게 전할 이야기가 아니다. 환자는 치료받고 나을 권리도 있지만 스스로의 삶을 정리할 기회를 가질 권리도 있다. 그 동안 우리사회는 죽음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터부시해온 경향이 있다. 특히 환자에게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었다. 그러나 죽음도 삶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삶의 한 과정이다.

의사의 역할이 구조적 신체적 질환의 회복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라면 죽음을 앞둔 환자의 돌봄도 기꺼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일 것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시행이 의료계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에서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의 문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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