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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 E-NEWSLETTER No.79 NOVEMBER 2017

ISSN 2287-9390 (Online)

대한의학회(Korean Academy of Medical Sciences). The enhancement of medical specialties through education, research and training

ELSI 센터 인간유전체 정보보호 가이드라인과 개선방향

유전체정보는 유용성, 개인정보보호, 윤리적 측면에서 폭넓은 사회적 합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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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 윤
연세의대 의료법윤리학

유전체정보를 분석하는 기술이 날로 발전함에 따라 유전체정보의 임상 및 연구에서의 활용가능성에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한편, 일각에서는 프라이버시 침해나 유전체정보에 근거한 차별 등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LSI(Ethical, Legal and Social Implications) 센터1)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초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유전체연구의 윤리적·법적·사회적 함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인간유전체 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작성하였다.

ELSI 센터의 가이드라인은 현행법 및 관계지침 중에서 유전체정보의 보호와 관련성을 찾을 수 있는 부분들을 기초 토대로 삼았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 「개인정보 보호법(‘개인정보법’)」과 같이 기존의 법에 있는 내용을 다시 가이드라인의 주요내용으로 포함시킨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유전체정보보호에 관한 개별법이 존재하지 않는 한,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일반법인 개인정보법과 여타의 법령에 규정된 유전체정보 관련 내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해석하여 적용해야 하는데 이것이 매우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때로는 법령 간의 관계가 모호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법」2)은 개인정보를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것으로 제한하는 반면, 「생명윤리법」3)은 이와 같은 제한이 없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의 유전정보가 개인정보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은 명확하지만, 이것을 이용하는 연구를 하려면 생명윤리법의 준수사항을 따라야 하는지 여부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또 같은 생명윤리법에 규정된 유전체정보와 관련된 내용이라도 해당 정보를 이용하는 주체가 개별연구자인지, 인체유래물은행인지 아니면 유전자검사기관인지에 따라서 적용되는 조문과 내용에 차이가 있다. 이러한 법적 현실을 고려하여 볼 때 연구자들이 최소한 본인들에게 요구되는 법적의무를 단지 알지 못해서 위반하게 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부득이 현행법의 내용을 가이드라인의 중심으로 삼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현행법 내용은 유전체정보의 보호만을 염두에 두고 제정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유전체 정보가 활용되는 목적이나 형태 등 구체적인 상황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규정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법은 비교적 최근인 2011년 제정된 후 법체계의 한계나 비현실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고, 이후 몇 차례의 개정을 거쳤지만 아직 안정적인 정착단계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전체 연구자들로부터 현행법 내용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고 연구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거나, 국내 유전체 연구 수준에 비해 과도한 도덕적 목표를 설정한 것이라는 불만을 주로 많이 들었는데 이들의 이야기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생명윤리법」에 따라서 인체유래물연구자는 기증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한 후 서면동의’를 받아야 되는데, 현재 사전동의가 아닌 형태의 동의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물론 사전동의를 면제받을 수 있는 사유가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고, 그 면제 사유가 있더라도 기관생명윤리위원회로부터 면제에 관한 심의를 받아야 한다.4) 물론 정보주체의 사전동의는 정보보호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 내지 절차이지만, 이것만으로 정보보호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요건을 구비하지 못해서 사용하지 못하고 보관만 하거나 폐기하는 귀중한 자원도 상당히 많다. 그렇다면 사전동의라는 절차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유전체 정보보호의 효과는 미미한 반면, 유전체 연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큰 경우와 같이 예외 인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현행법 해석에만 매어있을 것이 아니라 법적개선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전체정보보호의 관점에서 현행법의 또 다른 문제점은 법 제정 당시 고려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법적규율의 공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생명윤리법」은 유전정보에 의한 차별금지 및 유전자검사결과 제출강요금지에 관한 선언적 규정이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이러한 규정이 있는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5) 어떤 임상의로부터 보험회사가 산부인과 병원 측에 환자의 유전자검사결과를 요구할 때 거절해도 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유전체정보보호와 관련된 개별법이 있었다면 조금 더 쉽게 근거규정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보았다. 그밖에 성년이 된 이후에 발병가능성이 높은 질병에 대한 유전자 검사의 경우 미성년자의 동의 문제, 우연적 발견의 경우 회신과 관련된 문제, 유전자 검사 및 치료, 병원 내 잔여검체의 연구자원화, 유전체정보의 국제공유 등 구체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들은 아직 가이드라인으로 만들기 부적합한 면이 있어서 가이드라인과 별도로 ‘정책제언’6)의 형태로 정리하였다.

향후 인간유전체정보보호는 다음 세 가지 점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우선 유전체정보의 유용성과 가치가 인정되는 범위는 더욱 다양해지고 활용가능 영역의 외연도 지금보다 확장될 것인데, 이에 대비하여 각각의 활용 목적과 영역 등에 따라서 정보보호의 강도도 달라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동의방법의 개발 등 대응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비식별화 조치를 포함하여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적·물리적·기술적 조치를 고도화하여야 한다. 연구자의 정보 오·남용과 같은 비윤리적 행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외부적 공격으로 인한 정보침해 위험이 증가하고 있고, 또 이러한 기술적 장치에 의해 정보보호의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유전체정보의 활용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오는 것이 필요하다. 유전체정보보호의 문제는 개별적 연구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의 성숙과 공감대 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 1) ELSI 센터 홈페이지 http://elsi.aibhl.org/
  • 2) 제2조제1호
  • 3) 제2조제18호
  • 4) 제37조, 제16조 참조
  • 5) 제46조
  • 6) 인간유전체 자원 및 관련기술의 활용을 위한 정책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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