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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 E-NEWSLETTER No.79 NOVEMBER 2017

ISSN 2287-9390 (Online)

대한의학회(Korean Academy of Medical Sciences). The enhancement of medical specialties through education, research and training

논문 저자실명제 합시다!

논문저자로서 적합한지 여부는 출판 윤리적인 측면에서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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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성 태
대한의학회 간행이사

연구와 출판에서 편집인, 전문가심사자, 저자 등 관계되는 당사자 모두 요구되는 윤리 사항을 잘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 중에서 저자가 지켜야 하는 출판윤리에 여러 항목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저자됨(authorship)이다. 저자됨이란 연구와 논문작성에 관여한 연구자 중에서 저자로 명기하는 기준에 합당한 사람이 저자로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와 논문작성에 기여하기는 하였으나 저자 기준에 합당하지 않는 사람은 기여자(contributor)로 구분하여 기록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모든 의학학술지는 국제편집인위원회(ICMJE)에서 정한 지침을 따라 이러한 저자와 기여자를 구분하여 기록하고 있다.

국제편집인위원회는 저자의 기준으로 다음 4가지 항목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1) 연구의 주제 선정과 상당한 지적 기여나 연구결과의 직접 생산, 2) 논문의 작성 또는 수정, 3) 최종 원고 검토 및 투고 동의, 4) 전체 연구내용에 대한 공동 책임이 그 것이다. 이 저자됨의 기준에 맞지 않게 저자를 기입하면 저자됨 위반(inappropriate authorship)이 된다.

저자됨 위반에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명예저자(honorary author, 또는 선물저자 gift author), 유령저자(ghost author), 교환저자(swab author), 도용저자(theft author) 등이다. 그 중에서 명예저자가 가장 흔하여 국내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만연하고 있는 유형이다. 저자 이름 하나 둘 추가된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나는가, 우리 스승, 주임교수, 과장, 또는 연구팀장이니까 공저자로 모셔야 한다, 연구재료에 포함된 환자의 진료 또는 수술을 하신 분이다, 저 분을 공저자로 모시면 우리에게 유리하다, 우리 팀은 전원 모든 연구논문에 다 공저로 참여하는 것이 관례로 전통적인 미덕이다 등 여러 이유로 전혀 거리낌 없이 아무런 역할이 없는 연구자 이름을 저자에 올리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논문의 내용은 고사하고 자신의 이름이 어디에 올라 있는지도 모르는 저자도 있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 왔다.

유령저자는 실제 연구에 기여한 연구자가 막상 출판될 때 저자에서 제외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경우는 드물지만 연구 외적인 요인에 의하여 발생한다. 유령저자의 국내 사례 중 법정분쟁으로 이어져서 책임저자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까지 있었다. 미국에서는 제약사가 주도하는 임상시험 논문에서 실제로 연구를 주도하고 논문을 쓰는 사람은 제약사 소속 연구원이고 막상 논문은 임상연구에 참여한 저명한 임상의가 저자로 기재하는 것을 지칭하는 경우로 흔히 사용된다. 즉 제약사 연구원은 유령이 된 것이다. 교환저자는 두 연구자가 합의 하에 서로 각자 논문에 기여 없이 공저자로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논문업적이 쉽게 배가되는 매우 유혹적인 방법이다. 도용저자는 알리지도 않고 특정인의 이름을 일방적으로 공저자로 기입하는 것을 말한다. 모두 사실과 다른 기록이므로 출판윤리상 저촉되는 저자됨이다.

저자는 연구논문 내용에 책임을 지며 동시에 논문 출판에 의해서 생기는 이익을 취한다. 명예저자가 만연된 경우에 일어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우선 저자됨에 대한 윤리의식이 흐려지면서 자칫 출판윤리 전반에 대한 경시 태도가 생기게 된다. 저자됨은 개인적인 일이므로 편집인이나 독자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태도로 발전하면서 심각한 윤리 문제로 이어진다. 학술지에 공개하는 논문은 연구내용 뿐 아니라 연구자와 연구 수행기관까지 모두 사실에 근거하여 기록하여야 한다는 대원칙을 어기면서 아무런 윤리적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다. 당연히 독자에게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해당한다. 명예저자 본인 입장에서는 공짜로 출판물이 생기니 좋을 것이고 자신의 연구기록에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학술적으로 기여한 바가 전혀 없는 논문으로 개인의 연구업적이 늘어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기여 없는 공저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명예저자의 희박한 윤리의식은 실제 열심히 연구를 수행한 주연구자(특히 제1저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연구업적 환산 방식에 따라서는 열심히 연구하는 젊은 주저자의 연구업적 환산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연구계에 명예저자가 많아지면 연구업적 지표(research metrics)에도 거품을 만들어 여러 연구관련 지표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도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명예저자가 과거부터 만연하였고 우리 유교문화 전통에 따라서 스승이나 선배를 공경하는 미덕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학술적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하면서 경쟁할 목표를 가진다면 이런 관행은 이제 정리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국내 대학들이 여러 평가에서 세계 상위권 몇 위의 대학이라고 내세울 마음이 있다면 이것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자칫 웃음거리나 조롱거리가 되어 추락하거나 일부 사례를 빌미로 국내 연구자 모두가 도매금으로 비윤리적인 연구자로 낙인찍힐 우려도 있다.

실제로 저자 수 실태를 파악하고자 국내 종합의학학술지인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JKMS)와 Yonsei Medical Journal(YMJ)의 저자수를 5년 단위 연도별로 전수조사로 집계하여 미국의사협회 학술지인 JAMA 자료와 비교하여 보았다(표 1). 이 자료에 의하면 국내 두 학술지는 경향이 비슷하여 1990년 평균 4명 수준보다 저자 수가 점차 늘어나서 2015년도 원저의 경우 7명, 증례보고의 경우 5명 수준에 있다. JAMA의 원저 저자수도 국내 학술지에 비하면 조금 적지만 같은 기간에 점차 증가하였다. 지난 20년간 대학이나 병원의 대형화, 연구의 대형화, 다기관 공동연구 증가, 분자수준 연구의 증가 추세에 따라 저자수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있다. 그런데 국내 학술지 저자수가 단일기관 연구와 다기관 연구 논문에서 차이가 별로 없다. 즉 이 자료는 다기관연구는 대체로 연구에 실제 참여한 저자 위주로 기록하지만 단일기관연구는 다수 명예저자가 포함된다고 추정하는 근거가 된다. 단일기관 연구 논문만 따로 환산하면 국내 학술지는 평균 저자수가 6-7명인데 JAMA는 2.2명으로 그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미국에서도 명예저자는 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와 비교하면 뚜렷하게 적다. 이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저자수가 공동연구에 의해서 많은 것이 아니라 연구팀별로 기본 저자수가 이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단일기관연구라도 실제로 기록된 저자가 모두 연구에 참여하였을 수도 있다. 저자 수가 많은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편집인으로 또 저자로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이 자료는 우리 단일기관 원저 논문은 대체로 여러 명의 명예저자를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표 1] 3개 종합의학학술지의 논문당 평균 저자수 비교

연도 JKMS YMJ JAMA
원저 단일기관 원저 증례 원저 단일기관 원저 증례 원저 단일기관 원저 증례
1990 4.1 - 4.6 4 - 4.7 3.4 - 2.6
1995 4.6 - 5.3 3.9 - 5 6 - 2.9
2000 5.7 5.2 5.4 5.1 4.9 5.7 4.8 3.7 2.9
2005 5.3 5.5 6.9 6.1 6.1 4.9 6.7 3.2 2.3
2010 8 6.8 6 6.3 5.3 5.7 5.7 3.5 2.1
2015 7.1 6.7 5.2 6.9 7 5.2 5.9 2.2 2.9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황우석 사태 이후 연구윤리와 출판윤리를 준수하자는 캠페인이 집중되어 연구노트 기록유지, 논문의 날조, 변조, 표절(3대 연구부정), 중복출판, 연구윤리심의(IRB) 등의 위반이 크게 감소하였다. 2015년에 교육부는 연구윤리지침을 개정하면서 부당한 저자표시와 부당한 중복출판을 연구부정 행위로 분류하여 그 내용에 따라 3대 연구부정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음을 고지하였다. 즉 저자됨 위반도 중대한 연구윤리 위반으로 문제 삼을 근거가 생긴 것이다. 그러면서 예방을 특히 강조하였다. 지금처럼 실제 연구자 외에 다수의 명예저자를 공저자로 계속 기록하면 조만간 타율에 의한 강제조치와 저자됨 위반에 따른 불이익을 받을 우려도 있다. 그러기 전에 우리 내부의 자정작용으로 저자됨 윤리를 준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자 중에서 책임저자(corresponding author, 교신저자라고도 함)는 저자 전체를 대표하여 편집인 또는 저자와 필요한 교신을 담당하고 내용을 책임지는 저자이다. 당연히 책임저자는 투고한 원고 내용을 상세하게 알고 필요한 경우 편집인이나 독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JKMS에 투고된 논문의 책임저자와 교신해 보면 내용을 모르는 책임저자가 더 많았다. 즉 책임저자까지도 명예저자인 셈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논문은 제1저자만의 물건인가? 대부분 의학논문에서 제1저자는 대학원생이나 전공의 또는 젊은 연구자이고 책임저자는 지도교수나 원로 교수가 맡는다. 결국 핵심은 우리나라의 유교문화에서 비롯한다. 교수나 나이든 전문가는 연구나 논문 쓰는데 뒷전에 있고 참여는 물론 내용도 모른 채 책임저자로 기록되는 우리 의학연구 문화와 이런 관행을 고쳐 나가야 한다. 무릇 저자라면 내용에 대하여 지적인 기여를 하고 원고를 쓰거나 수정에 참여하고 최종본 원고를 읽고 함께 그 내용을 알고 책임져야 한다. 그런 연구자만 저자로 기록하거나 저자가 되려면 그렇게 역할을 하도록 하자. 그리고 특히 책임저자는 그 역할을 분명하게 제대로 담당하자. 책임저자는 전체 저자를 대표하여 편집인과 독자를 상대해야 한다. 그러면 저자실명제가 자연스럽게 실현되는 것이다. 저자실명제가 정착되면 우리가 디디고 서있는 우리나라 연구 인프라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 이 내용 핵심은 대한의학회 학술지인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32권 6호 2017년 6월 발행에 오피니언으로 출판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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