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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 E-NEWSLETTER No.79 NOVEMBER 2017

ISSN 2287-9390 (Online)

대한의학회(Korean Academy of Medical Sciences). The enhancement of medical specialties through education, research and training

전공의 육성 및 수련환경 개선에 필수적인 국가 재정지원 방안

환자 안전과 우수한 의료인 양성을 위해 의료를 공공재로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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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상 민
서울의대 가정의학

국가가 국민을 위해 제공하는 사회보장망의 중요한 양 축은 보건의료와 교육이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미래의 우수한 의사 인력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이야말로, 사회보장망의 양 축인 의료와 교육이 만나는 중요한 접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는 미래의 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는데 있어서 국가가 재정적인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심지어 OECD 국가 중 의료가 가장 자본주의화 되어 있다는 미국에서도 전공의 교육·수련은 정부와 보험자가 재정적인 지원을 담당한다.

전공의 수련을 국가가 지원하는 세부적인 방법은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미국의 경우에는 대표적인 사회건강보험인 메디케어에서 전공의 수련에 대한 직접지원 (전공의 급여, 지도전문의 급여, 행정비용 등) 뿐 아니라, 전공의 수련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환자 치료비용을 간접지원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간접 지원은 전공의 수련을 잘 수행하기 위해 피치 못하게 수련병원이 감당해야 하는 낮은 생산성, 대기 인력, 시설 및 공간 등 기회비용을 보상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의 예를 든다면,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우수한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외래를 유지하며 공간과 행정인력을 지원한다면, 아무래도 전문의 외래에 비해서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직은 보험 기준에 미숙한 전공의의 처방은 곧 심사평가원의 보험 삭감으로 병원의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게 미래의 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해 소요되는 기회비용들에 대해서 보험자가 지원을 해 주는 것이 간접지원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다. 대개, 메디케어에서는 전공의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2-3배 정도의 예산을 간접지원 프로그램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제도가 시행되는 배경에는 전공의를 단순히 저렴한 노동인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핵심 임상 역량에 대해 교육 수련을 받아야 하는 피교육자의 특성을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수련병원의 전공의 수련 과정도 대대적으로 개편되었는데, 예를 들면 듀크 대학의 가정의학과 전공의 수련과정에서는 모든 전공의 외래 진료에 대해서 개개 환자에 대해 지도전문의의 피드백을 받게 하고 있다. 이러한 양질의 교육 수련이 가능하려면, 담당 지도전문의는 전공의 진료 시간 중에 별도로 마련된 지도전문의실에 상주하면서 전공의에 대해 피드백을 수시로 해야 하고, 필요하면 함께 환자 진료를 수행해야 한다. 제대로 된 전공의 교육 수련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병원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기회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해 정부와 보험자가 당연히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다.

영국은 1996년부터 수련 과정 중에 있는 의사에 대한 교육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에는 정부 기금으로 일차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들을 양성하기 위한 수련비용을 직접 지원하고 있으며, 세부전문의 양성과 관련되어서는 수련병원에게 정부가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략 일차의료인 수련의 한 명당 약 1억원의 급여 지원을 하고 있으며, 전공의 수련 관리감독 비용으로 3천만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의 경우는 전공의 급여는 보건부에서, 지도전문의 급여는 교육부에서 재정 지원을 한다. 그 외에 수련교육으로 인해 야기되는 병원의 간접비용에 대해서는 보건부에서 추가적으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온타리오주에서는 전체 전공의의 94% 정도가 이러한 재정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수련을 받고 있다. 일본조차도 2006년부터는 국가 일반회계로 의대 졸업 후 2년간 초기연수의에 대해서는 수련비용을 100% 지원하고 있다. 이후 후기연수의에게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수련병원의 지도전문의 교육, 시설 및 환경정비를 위해서 국가에서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는 국가의 당연한 책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합당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정된 전공의 특별법에서도 ‘국가는 전공의 육성, 수련환경 평가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공의 특별법 뿐 아니라, 기존의 국립대학교병원 및 서울대학교병원 설치법에도 전공의 수련과 의료요원의 훈련이 명시가 되어 있으며, 정부는 병원의 의학계 교육 및 연구에 소요되는 경비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정부가 보조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전공의 특별법이 제정된 두 가지 목적은 환자 안전과 양질의 전공의 수련 교육인데, 이 법이 시행된 후 오히려 두 가지 모두 놓치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전공의 수련을 담당해야 할 지도전문의들이 당직을 커버하고, 모든 책임을 감당하느라 교육자 역할도 수행하지 못하고 환자 안전도 해칠 수 있는 상황이 일선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현재 선택진료비가 폐지되면서 재정 여건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는 수련병원에 대해서 정부가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신설해 단계적으로 재정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한 평가지표 중에 작은 부분에서 전공의 교육-수련과 관련된 지표들이 있지만, 이는 선택진료비 폐지에 대한 보상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미래의 우수한 의료인력 양성이라는 수련병원의 고유한 기능인 전공의 교육수련이 전공의특별법 이후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별도의 정부 재정 지원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수련병원은 지도전문의가 전공의 교육-수련에 대한 역할을 구조적으로 감당할 수 없으며, 결국 이러한 피해는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권이 침해받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법에 명시되어 있는 당연한 정부의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다면, 일종의 직무유기일 수 있다.

전공의 수련교육과 관련된 행정비 등 교육비는 제외하고, 전체 전공의의 인건비를 모두 지원한다면 일 년에 약 6,500억 원의 예산이 있으면 큰 변화가 가능하다. 여기에 20%인 추가 교육 관련 예산을 더한다면 연간 약 7,7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모든 전공의에 대해서 동시에 재정지원이 어렵다면, 여러 기준을 통해 단계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확대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전문분과의 전공의나, 공익성이 강한 저출산-고령화 및 응급의료와 관련된 전문분과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해외의 사례를 참고할 때 우리나라에서 시행가능한 정부의 전공의 수련 지원 방안을 무엇일까? 교육 수련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은 크게 일반 회계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법과, 국민건강보험에서 전공의 인건비 직접지원 및 전공의 수련으로 인해 수련병원이 감당해야 하는 기회비용에 대한 간접지원 프로그램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전공의의 인건비 뿐 아니라 교육자인 지도전문의 교육, 시설 및 환경 정비, 양질의 교육을 위한 시뮬레이션 교육센터 등을 위해 국가에서 별도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전공의 특별법에 규정되어 있는 주당 80시간의 근무를 감당해야 하고, 교육수련 시간까지 포함하여 주당 88시간의 격무를 감당해야 하는 전공의들은 근로기준법 보호 아래 주당 40시간 이하 근무를 원칙으로 하는 다른 보건의료 직종과는 확연히 구별된다는 국민의 인식 변화 속에서, 전공의 특별법 통과 후에는 국민 4명 중 3명은 정부가 당연히 전공의 수련비용에 대해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정부의 전공의 수련에 대한 재정 지원은 우선 국민이 동의하고 있으며, 법적으로 근거를 가지고 있는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안전을 강화하는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의료가 공공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변화된 보건의료 환경 속에서 우수한 의료인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려면, 정부의 재정지원과 함께 수련병원이 이러한 책무를 잘 수행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의료가 공공재임을 확인하는 큰 패러다임의 변화는 전공의 수련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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