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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85 August 2026

기획특집

◎ 진료실의 질문이 미래 의료를 바꾼다
- 전주기 의사과학자 양성과 연구 생태계가 만드는 의료혁신 -

신 상 훈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인재양성단 단장

진료실에서 시작되는 의료혁신
의사과학자는 연구를 위해 환자를 만나는 사람이 아니다. 환자를 더 잘 치료하기 위해 연구하는 의사이다.

"왜 이 환자는 치료할 방법이 없을까?"

의학의 발전은 언제나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치료법이 없는 희귀질환, 반복되는 암의 재발, 진행을 막기 어려운 퇴행성 뇌질환 앞에서 의사는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연구실에서 과학이 되고, 다시 진료실에서 새로운 치료법으로 환자에게 돌아온다. 'Bedside to Bench, Bench to Bedside', 임상과 연구를 연결하는 이 선순환의 중심에 의사과학자(Physician-Scientist)가 있다. 의사과학자는 환자의 언어를 과학의 언어로 번역하고, 연구의 성과를 다시 치료의 언어로 바꾸는 사람이다.

(출처: youtube.com/@보건복지부, youtube.com/@khiditube)

초고령사회와 만성질환의 증가, 의료 인공지능(AI), 정밀 의료의 발전은 의료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앞으로 의료 경쟁력은 병원의 규모가 아니라 새로운 치료법을 얼마나 빠르게 만들어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의사가 임상 현장의 문제를 연구로 연결할 때 의료혁신은 현실이 된다. 세계 주요국이 의사과학자를 미래 의료와 바이오헬스 산업의 핵심 인재로 육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사과학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과대학에서 연구를 경험하고, 대학원과 박사후 과정을 거쳐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의사과학자를 양성한다는 것은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의 성장 사다리를 끝까지 연결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이러한 관점에서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왔다. 의과대학생의 연구 경험부터 대학원 연구훈련, 박사후 연구지원, 해외 공동연구와 융합연구, 기술사업화까지 '발굴-양성-성장-도약'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하며 연구자가 성장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전주기 의사과학자 양성 지원 체계도)

의사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지원'이 아니라 '생태계 조성'이다.
그러나 좋은 정책만으로 좋은 의사과학자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생태계다. 좋은 연구자는 연구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학생에게는 연구를 경험할 기회가, 전공의와 젊은 교수에게는 Protected Time이 필요하다. 병원은 연구를 진료의 부수적인 업무가 아니라 미래 의료 경쟁력을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하며, 연구행정과 연구간호사, 통계지원, 의료데이터 활용 등 전문 연구 인프라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젊은 의사과학자들과의 정책 논의에서도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연구비보다 '연구할 시간',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병원 환경', 그리고 '학위 이후에도 연구가 단절되지 않는 경력개발 체계'였다. 결국 의사과학자 정책의 핵심은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탄생한 연구는 이미 의료현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진료실에서 시작된 질문은 퇴행성 뇌질환 세포치료, 혈액 기반 암 조기진단,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재활기술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질환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모든 의료혁신은 환자를 진료하던 의사의 질문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구는 새로운 논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빠른 진단과 새로운 치료법, 치료비 부담 감소, 건강수명 연장으로 이어져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혁신을 만들고, 신약·의료기기·의료 인공지능·디지털 헬스 산업으로 확장되어 대한민국 바이오헬스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더 많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제 의사과학자 정책은 지원사업을 넘어 연구문화와 연구 생태계를 만드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는 안정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의과대학은 연구하는 학생을 키우며, 병원은 연구하는 의사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학회는 임상과 연구를 연결하는 학술적 허브를 넘어 의료계의 경험과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특히 전공의 수련과별 전문의 교육 단계부터 연구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마련하고, 수련 이후 펠로우와 초기 연구자 단계에서도 임상과 연구를 지속적으로 병행할 수 있는 경력개발 체계를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설계하도록 정책적 논의를 이끄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대한의학회가 이러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끌고 의료계와 정부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때, 지속 가능한 의사과학자 생태계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새로운 치료법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의사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일은 특정 직역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적 투자이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더 많은 의사가 아니라, 더 많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진료실에서 시작된 질문이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가 되고, 그 연구가 다시 환자의 삶을 바꾸는 치료로 이어질 때 대한민국 의료는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것이다. 그 출발점에는 언제나 환자를 향한 한 의사의 질문이 있다.

(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MSCC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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