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WSLETTER No.176 November 2025

국내 의료 현장은 심각한 데이터 파편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약 300여 개의 서로 다른 데이터 모델이 의료기관별로 사용되면서 병원 간 데이터 교류의 단절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환자에게 불필요한 중복 검사와 그에 따른 시간 및 비용 부담을 안겨주고 있으며, 의료진에게는 환자의 전체적인 건강 정보를 통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정밀한 진료와 예후 관리에 한계를 초래한다. 나아가 이러한 의료 데이터 상호운용성의 부재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의료기기 개발과 같은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인 장벽이 되고 있다.

이질적인 의료 데이터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하여 정부 주도의 대규모 의료 데이터 표준화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보건 의료 데이터 상호운용성 지원 기술 개발' 사업은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2025년부터 5년간 민간 연구비 포함 총 361억 원을 투입하여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국가 차원의 표준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 사업은 기능적인 세 개의 내역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추진된다. 1내역은 총괄 코디네이션 센터로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주관하며, 전반적인 표준운영절차와 전략을 수립하고 과제 간 연계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서울아산병원 컨소시엄이 주관하는 2내역은 다양한 병원정보시스템(electronic medical record, EMR)과 연계 가능한 '표준데이터모델(standard data model, SDM)'을 설계하고 이를 관리하는 '표준 통합 운영체계'를 개발하여 상호운용성의 핵심 기반을 마련한다. 3내역은 세 개 상급종합병원 컨소시엄들이 참여하며 AI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비정형 데이터의 구조화, 의료 용어의 자동 표준화, 데이터 가명 처리 등을 수행하는 자동화 소프트웨어들을 개발한다. 세 개 내역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하여 표준의 적용과 확산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그림1. '보건의료데이터 상호운용성 지원 기술개발' 사업 추진체계>

성공적인 목표 달성을 위하여 3단계 로드맵에 따라 사업이 체계적으로 추진된다. 1단계 2027년까지는 기술 개발 및 통합 단계로 사업의 핵심 기반을 구축하는 시기이다. 초기 3년 동안 사업의 총괄 전략 하에 SDM을 설계하고, 표준통합관리시스템과 AI 기반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다양한 EMR 유형을 고려하여, 개발된 표준 시스템과 AI 소프트웨어를 통합하고 패키지화를 목표로 한다. 2단계인 2029년까지는 현장 실증 및 고도화 단계로 1단계의 성과물을 바탕으로 적용 및 확산을 위한 실증을 수행하는 시기이다. 시나리오 기반의 표준 통합 운영체계 검증 및 최적화 실증이 이루어지며, 의료기관 종별 및 EMR 유형별 다각도 실증을 포함한다. 최종 성과물은 한국보건의료정보원으로 이관하여 지속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한다. 마지막 3단계 운영 및 현장 확산 단계는 2030년 이후로 이관된 시스템의 연속 운영체계를 확보하고, 개발된 기술의 현장 확산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그림2. '보건의료데이터 상호운용성 지원 기술개발' 사업 주요 추진 과업>

본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시스템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환자들은 병원을 옮길 때마다 겪었던 불편에서 벗어나 연속성 있는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환경에 더 가까워질 수 있으며, 의료기관은 표준화된 데이터를 통해 진료 효율성을 높여나갈 수 있다. 또한 AI 헬스케어 기업들에게는 기술 개발의 장벽이 낮아져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파편화된 데이터를 통합 SDM 플랫폼으로 상호운용성을 확보함으로써 의료 데이터가 안전하고 유용하게 교류되어 국가 보건 의료 R&D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3. '보건의료데이터 상호운용성 지원 기술개발' 기대 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