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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68 February 2025

의학회 브리핑 (1)

◎ 대한임상독성학회

소 병 학대한임상독성학회 연구이사

시작
2003년 유난히 더운 여름날이었다. 더위를 피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싶은 상상을 하던 중, 계곡에서 뱀에 물린 환자가 내원했다. ‘독사일까? 해독제를 투여할까?’ 고민하며 영문교과서를 펼치니 살모사와 코브라가 설명되어있다. ‘살모사라면 미국 살모사와 비슷한 걸까?’ 환자의 팔이 점점 더 부어오르고 있었다.

이토록 친밀한 독성물질
독(poison)은 식물, 동물, 광물에 존재하며, 인간의 역사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다. 또한, 과학의 발전과 산업화로 인해 인류는 풍요로워졌고 필요에 따라 다양한 유기물과 화학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약품을 구할 수 있고 가정마다 세척제, 세정제, 세제 등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하고, 병해충과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농약을 살포한다. 하지만, 유익함을 누림과 동시에 물질에 의한 독성에 대처해야 하는 측면도 공존한다. 약품은 과다복용, 오남용, 약화사고로 독성을 유발하고, 생활화학제품이나 농약과 같은 물질도 다양한 노출상황과 의도적 음독으로 인체에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

대한민국은 1970-1980년대에 연탄 사용으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례가 세계적 수준으로 많았고, 2011년에 공론화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독성으로 1000명 이상이 사망하였으며, 2012년 구미 불산가스 누출로 23명의 사상자를 내고 많은 지역주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등 다양한 물질의 독성 노출과 그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왜 임상독성학인가?
급성 중독 환자는 일반적으로 응급실을 찾게 된다. 위세척은 비의료인도 알고 있는 급성 환자의 치료 방법으로 중독 환자를 데리고 온 보호자들이 종종 요청하곤 한다. 그러나 위세척은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치료에 의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매우 신중하고 선택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는 치료법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오염 제거 치료와 해독제 선택 및 사용과 같은 전문적인 치료결정이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의학적 기반이 바로 임상독성학이다. 임상독성학은 응급의학,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직업환경의학과 등 독성물질에 노출된 환자 치료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의학 분야와 관련이 있다. 특히, 국내에서 급성 중독환자 치료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응급의학과는 필수적인 과정으로 교육에 포함하고 있다.

모래에도 꽃이 핀다. 대한임상독성학회와 함께.
대한민국의 의료수준은 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장비, 의료인력, 의료접근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우수하며, MRI, CT, 수술용 로봇을 구비한 의료기관도 많다. 하지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 29조에 따라 중독환자 전문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있지만 운영되고 있는 센터는 없으며, 중독환자의 치료에 필수적인 해독제는 수익성이 없어 국내에서 구하지 못하여 중앙응급의료센터 예산으로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많은 응급실에서 중독학 검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아세트아미노펜 중독 환자는 혈중농도를 확인하지 못한 채 병력을 바탕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응급실 기반 급성 중독환자 치료지원사업’으로 전국에 6개소 중독분석실이 운영되고 있어 중독 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기초의학 연구자와 임상연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인 대한임상독성학회의 회원들은 중독 환자의 치료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 관련 활동에 참여하며 협력하고 있다.

PCC (중독관리센터) 업고 튀어
대한임상독성학회는 중독예방 및 재난대비를 위한 중독관리센터(Poison Conrol Center, PCC) 운영과 관련된 정책에 깊게 관여해 왔다. 대한민국은 OECD 38개국 중 라트비아, 룩셈부르크와 함께 중독관리센터가 없는 몇 안 되는 국가였다. 서울시 독성물질 중독관리센터가 2021년에 설립되어 세계보건기구에 등재되었지만, 2025년 운영이 중단될 예정이다. 중독관리센터는 다양한 물질 중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국적 중독사례 감시를 통해 예방 정책 수립의 기초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국내 유일한 중독관리센터의 운영 중단은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한겨울 차가운 바람이 매섭다. 서울시 독성물질 중독관리센터에서 마지막 자문회의를 마치고 지하철에 올랐다. 내일 열릴 ‘급성중독환자 치료지원 교육과정’에 의사, 간호사 그리고, 응급구조사 등 많은 분들이 신청해 주셨다.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나눌 생각을 하니 마음이 훈훈해진다.

대한의학회(https://www.kams.or.kr)
(06653)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14길 42, 6층/7층 (서초동, 하이앤드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