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택 우대한의사협회 회장
의사의 수련 및 평가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환자에게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될 영역이다. 양질의 수련과정을 거친 검증된 의료인력이야말로 환자안전을 보장하고 의료의 질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의료대란으로 인해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이탈하면서 교육과 수련이 중단됐고, 이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로 이어져 대한민국 의료계 전반을 벼랑 끝으로 내몰게 되었다. 개혁이 아닌 개악이자 농단의 대상으로 의료는 철저히 짓밟혔다.
대한의사협회 43대 집행부는 무너진 교육현장을 어떻게든 재건하고 정상화하는 게 현 사태의 해법이라고 보고 정부에 결자해지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실정만 연발하는 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나 의료계의 주도하에 수련평가 및 병원 질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의료계가 스스로 자율성을 확보하고 안정성을 찾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이다.
현재 국내 수련평가 체계는 여러 기관이 개입하면서 평가 기준이 일관되지 못한 경우가 많고, 전공의 개개인의 역량 강화보다는 병원의 운영 방식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및 여러 의학교육 관련단체가 함께하는 새로운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 독립적인 수평위가 꾸려지면 교육 및 임상현장에 다년간 몸담았던 전문가들이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기준을 정립할 수 있으며, 전공의들에게 공정하고 체계적인 수련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수평위는 단순한 평가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하여 수련병원의 교육환경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실제 전공의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개선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병원마다 수련환경의 질적 차이가 큰 만큼, 표준화된 평가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각 병원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전공의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병원 역시 우수한 교육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여기서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대한의학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의학회는 전공의들을 위한 다양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여 전공의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교육프로그램들이 안정적으로 운영이 된 이후에는 각 병원들의 수련 질 관리에도 집중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대한의학회의 정책 파트너로서 앞으로 정부 및 국회를 대상으로 의학교육과 관련된 정책적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각 병원 및 유관단체와 협력하여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의료대란으로 인해 의료인력 양성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표준화된 수련 평가체계 및 교육프로그램 마련과 수련병원 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의학계와 의료계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를 비롯한 전 의료계가 함께 협력하여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을 기울인다면, 대한민국 의료계는 암울한 현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발전된 방향으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그리고 회원학회 구성들 모두 대한의사협회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수련과정 개선을 비롯한 의료계의 주요 현안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길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