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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67 January 2025

신년사

◎ 2025 대한의학회 신년사

이 진 우대한의학회 회장

지난해 우리는 정부의 상식을 벗어난 무리한 의대 입학정원 증원 발표로 인해 큰 혼란과 고통 속에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료 선배들이 구축해온 선진국 수준의 의료 시스템이 짧은 시간에 붕괴되는 현상을 경험하였습니다. 또한 정부의 비과학적이며 강압적인 입학정원 확대로 인해, 의료의 근간이 되는 의학교육의 기반도 무너지는 참담한 현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의료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동안 우리나라 의료는 극심한 혼란과 퇴보를 겪을 것이라는 암울한 예고를 하고 있습니다.

대한의학회는 작년 10월 많은 의료인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의료 파괴행위를 막고 잘못된 정책 강행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대한의학회는 의과대학생들의 휴학 승인, 의평원에 대한 대통령령 개정의 중단, 대정부 대화 채널의 가동 등 나름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협의체 내에서 대한의학회는 2025년 의과대학 정원과 관련하여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충분히 검토하여 구체적인 조정안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2026년 증원 유예와 함께, 합리적인 추계기구를 신설하여 2027년 이후의 정원 논의를 진행하자는 제안도 정부와 여당에 전달했습니다. 입시 일정이 진행되고 있는 급박한 현실 속에서 유연한 정책 결정을 통해 의정사태 해결의 의지를 조금이라도 보여달라고 간절히 요청했으나, 정부는 어떠한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에서 대한의학회는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으며, 국민과 의료인에게 이를 보고하고 탈퇴를 선언하였습니다.

작년 한 해 우리 의료계가 경험한 정부의 비이성적인 형태는 연말에 결국 비상계엄선포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사안은 그동안 정부가 의료문제에 대해 대처한 것과 유사한 방식의 위법과 탈법 그리고 극단적인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한 특성이 있습니다.

특히, 비상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및 의료인의 복귀와 처단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정부의 현실 인식이 어디에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서가 되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였는데도 책임 있는 정부의 그 누구도 그 경위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또한 사과의 말도 없었습니다. 무지하고 무능하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수준입니다. 이런 현실 인식으로 개혁이라는 미명으로 우리나라 의료를 위기 상황으로 내몰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2025년 새해를 맞이하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정부의 행태에 좌절하며 주저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국민과 의료 후속세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국민들이 일상을 되찾고 안전할 수 있도록 우리 의료인들이 앞장서서 지켜 내야 합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의료인들은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우리는 그 자부심을 갖고 새로운 해를 맞이해야 합니다.

의정사태 발생 이후 대한의학회는 5개의 TF(의료인력추계기구, 필수의료, 지역의료, 기초의학, 전공의 수련과정)를 운영하여 합리적 대안을 위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도 대한의학회는 의료계가 직면하고 있는 현안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자료를 마련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의료계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노력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한의학회는 전공의 수련을 비롯한 전문의제도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기관으로서 의정사태 이후 수차례의 전문과목학회 대표자 회의를 통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의 근간이 되는 전문의제도의 흔들림 없는 유지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확인하였습니다. 올해 전공의 사직사태로 인해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 수가 급감하여도 양질의 전문의를 배출하기 위해 예년과 같은 수준의 전문의 자격시험 관리와 출제 수준을 유지하겠습니다. 단 한 명의 전문의를 배출하더라도 정상적인 수련과정을 거친 유능한 전문의가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엄격한 관리와 절차로 고시업무를 진행하겠습니다. 올해 전문의 응시자 수가 작년의 20% 수준이지만 대한의학회는 결코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전문과목학회와 함께 전문의제도의 원칙과 철학을 지켜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2024년에는 중개연구센터를 설립하고 학회 중심, 임상 현장 중심의 중개 연구의 활성화를 견인하고자 근골격, 소화기, 순환기 등 3개 질환에 대한 센터 구성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내분비, 호흡기, 비뇨생식계로 질환범위를 확대하였습니다. 실효적 중개연구 성과 창출을 위해 현장수요 발굴부터 연구성과 도출에 이르는 과정에 중개 과학적 접근을 적용하여 우리나라 중개연구 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의료파행과 비상계엄을 경험하며 올해는 의료계가 의료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의료계 내부의 단결과 협력,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새해에는 의료계가 더욱 단합하여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가 더욱 두터워지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의료인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한의학회 회장 이진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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