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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67 January 2025

의학회 브리핑 (2)

◎ 필수의료 정책 개선과 인프라 지원

김 지 홍대한의학회 정책이사

우리나라의 필수의료는 고질적인 저보험수가를 보상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전공의에 의존한 대량진료와 비보험 진료에 의존하여 유지되어 왔으나, 필수의료의 고난이도, 고강도 진료량에 못미치는 저보상수가와 급증하는 고위험 진료에 따른 의료분쟁 리스크로 인하여 의료인력의 지원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필수의료 의료인력 인프라의 공백으로 인한 진료시스템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필수의료에 대한 근본적인 저수가 개선과 의료분쟁 리스크 해소를 위한 차별화된 지원 정책 추진은 뒷전으로 하고, 의료계의 의견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거 없는 의대 증원을 앞세운 실효성 없는 필수의료 패키지로 무리한 정책 추진을 강행함으로써 미래 비젼을 상실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현 의정사태 및 국가적인 의료시스템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이와같은 정부의 비과학적이며 모순된 정책 추진을 경험하면서 올바른 보건의료 정책추진을 제안하고 잘못된 정책을 견제하기 위하여 근거에 기반한 자료 확보와 이를 위한 객관적, 과학적 추계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필수의료 정책연구 위원회를 구성하였다.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나 범위에서 통일된 의견이 확정되지 않아, 필수의료 정책연구 위원회는 우선 필수의료를 주로 담당하는 4개 임상과(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중심으로 상임위원을 위촉하여 운영을 시작하고, 추후 현안 필요성에 따라 임상과를 확장하여 위촉위원을 추가하여 운영하기로 결정하였으며, 2024년 8월부터 11월까지 필수의료 현황 파악과 정책개선 및 인프라 지원 요구안의 근거마련을 위한 정책연구를 대한의학회 연구비 지원으로 진행하고 연구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연구제목은 ‘필수의료 정책개선과 인프라 지원을 위한 4개 임상과(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청소년과) 전국 수련병원 필수의료 현황 조사 및 기반자료 축적 플랫폼 개발연구’ 이며 연구목적은 근거에 기반한 올바른 보건의료 정책추진을 위한 필수의료 현황조사를 시행하여 객관적, 과학적 추계를 위한 근거자료를 확보하고 지속적인 필수의료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위한 필수의료 현황조사 플랫폼을 개발하고자 하였으며, 추후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추진의 우선순위 및 방향성 결정을 위하여 필수의료 인력 유입 지원, 수가 및 재정지원 근거자료, 필수의료 진료 관련 법적보호 근거자료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은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 수련 및 근무 현황과 필수의료 현황파악을 위한 전임의, 지도전문의, 전담전문의, 필수의료 인력변화, 중증, 고난이도, 응급진료 실태, 진료량 변화, 수도권과 지방의 인력 및 진료현황 비교 등의 변수 항목을 학회별로 설정하여, 필수의료현황조사양식을 확정하고 조사 및 분석을 시행하였다.

필수의료현황조사 연구결과 현재 전공의 지원 급감과 의료인력의 유입의 단절 위기가 가장 심각한 소아청소년과는 병동 및 중환자실 진료에 있어 전공의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교수 및 지도전문의 당직에 의존하며 최소한의 기능만을 버텨내고 있으나, 응급, 신장, 중환자 진료분야에서는 진료에 필요한 전문의 인력 충원율이 50%에도 못미치고, 다른 진료분야도 20-30%의 전문의 인력 부족을 보여 이미 한계에 도달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기계환기요법을 기준으로 비교한 수련병원의 중환자 진료능력이 이전 대비 30% 감소하였다. 소아 응급진료에서도 24시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은 전체 40%에 불과하며, 지역의료를 책임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조차 48%에서만 24시간 응급진료가 가능하여 중증 고난이도 진료의 심각한 진료 공백을 보이고 있으며, 지방에서는 수도권에 비하여 상황이 더욱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소멸되어가는 소아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인프라의 소생과 인력 유입을 위해, 원가와 최소한의 보상에도 턱 없이 못 미치는 만성적인 저수가를 충분한 수준으로 신속하게 정상화하고, 연령 가산의 범위를 늘리고 가산율을 최소 2배이상 확대하며, 모든 병의원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가산을 초진에서 재진까지 확대하고, 응급 및 고난이도, 중증환자를 진료하는 필수의료 현장 인력 투입을 위한 직접적인 정부 재정 지원과 안심하고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가항력적 사망사고를 포함하는 정부지원 보험제도와 의료계의 의료 자문에 근거한 필수의료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조속하게 실행할 것을 제안하였다.

산부인과 필수의료현황조사 결과, 현재 출산율 급감에도 불구하고, 산모의 연령 증가, 비만 인구의 증가, 시험관 임신 시술의 증가로 인한 다태 임산부의 증가, 조산율 증가 등으로 고위험 임산부의 비율 뿐 만 아니라 절대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으나, 산과 전문의 부족과 분만 기피현상으로 분만 기관이 65% 감소하였고, 전국 250개 지자체에서 분만병원이 없는 분만취약지구가 63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 산과(모체태아의학) 전문교수는 총 129명에 불과하여, 대학병원에 산과 전문교수가 없거아 1명뿐인 곳이 30%를 넘어서고, 총 69개 산부인과 수련병원중, 산과 교수 1-2명이 고위험 임산부 및 태아의 진료 및 교육 24시간 담당하는 수련병원이 63%에 달하여, 대학 및 수련병에서도 산과 전문의 부족으로 인한 고위험 산모의 응급진료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평균 한달에 6-10일의 당직을 수행하는 경우가 전체의 62%에 달하는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72%의 교수가 사직을 고려한 적이 있고, 전임의 감소로 인한 신규 전문의 인력의 유입단절, 전문의 인력의 고령화로 인하여 향후 5-10년이내에 많은 대학병원 산과 교수가 소멸될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해결책으로 산부인과 수가 대폭 개선과 분만수가 재조정 및 지불제도(포괄수가) 변경, 의료 소송 국가 책임제, 산과 의료진 충원의 국가지원 및 근무 환경 개선, 지역별, 권역별 당직근무제 등의 신속한 추진을 제시하였다.

외과 필수의료현황조사 결과, 자료를 수집한 70개의 수련병원 중 수도권에서 중환자 진료량이 26% 감소하였고, 비수도권에서는 29%의 중환자 진료량이 감소하였는데 대부분 인력부족으로 중환 진료를 제한한 경우였다. 고난이도 수술영역에서도 58개의(77%) 수련병원에서만 장기이식이 가능하다고 답변하였으며, 수술에 참여할 의사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다. 소아 수술은 50%의 병원에서 불가능하다고 답변하였고, 수도권 병원 43개 병원 중 23개 병원(53.5%)에서 소아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하여 소아 수술 인프라의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조사에서 외과 의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으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서 진료량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수술에 참여할 수 있는 의료진의 부족이 지적되었다. 이는 외과를 기피하는 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특히 수술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환자 대기 시간 증가와 진료의 질 저하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과 의사에 대한 충분한 재정 지원과 보상 체계 개선이 시급하며, 정책적인 해결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외과 의료 붕괴를 막기 어려울 것이다. 대한외과학회에서 제안하는 필수의료 회복을 위한 지원 요구사항은 수술 난이도와 장시간 수술에 대한 가산 지원(현재 수술 시간에 상관없이 동일 수가 적용), 기본 진료 행위의 재평가(수술, 입원, 대기시간 등을 충분히 반영한 보상)를 통한 수가 체계 개선, 비급여 항목과 고비용 장비에 대한 보상 체계 마련, 지도전문의 교육지도 수당 및 인건비 지원이다. 외과 의사들이 자신들의 고된 노력과 높은 위험을 충분히 인정받고 보상받는 공정한 보상 체계 마련된다면 외과 분야를 선택할 동기 부여가 증가되고, 외과 인력 유입과 필수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여 외과 의료 붕괴를 방지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내과 필수의료현황조사에서는 122개 수련병원 중 118개 수련병원의 자료를 취합하여 분석하였으며, 수도권 수련병원이 62개(대학병원 40개, 수련병원 22개), 비수도권 수련병원이 56개(대학병원 36개, 수련병원 20개)였다. 내과의 경우 2024년 증원발표에 따른 의정사태 이전까지는 전공의 모집에 문제가 없었으나, 전공의 전기모집에서 비수도권 대학병원 미달이 다수 발생하여 추가모집(탄력정원)을 통해 겨우 충원하였으며, 비수도권의 의료인력 유입을 증대한다는 명목하에서, 지방의료의 지원방안 없이 단순히 비수도권 대학병원의 전공의 정원 배정만을 증가하고 있는 현재의 정부 정책이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전공의 지원 감소로 역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현재 대부분의 내과 전공의들은 사직한 상태이며 2024년 9월 기준 수련 중인 전공의는 총 129명이었고, 상반기 확보된 총 전공의의 약 6.5%가 현재 수련 중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현 의정사태로 수련병원의 많은 전공의가 사직하여 타과에 비해 입원환자 비율이 높은 내과의 입원환자 진료를 위한 교수 및 지도전문의 당직 운영현황을 보면, 월 3~4회 당직이 가장 많았고, 월 5~6회 당직이 그 다음을 차지하였다. 비수도권 대학병원의 경우 월 5~6회 당직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여 비수도권의 당직 부담이 상대적으로 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직으로 인한 전문의 이탈이 증가하고, 충원도 부족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내과학회는 내과계 필수의료의 위기의 이유로 건강보험에서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이 미흡하여 전공의 지원 동기가 감소하였고, 특히 상급병원에서의 전공의 의존도가 높아 현재와 같은 예기치 못한 전공의 인력 이탈에 심각한 진료위기가 초래되고 있어, 안정적인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중심 진료체계로 전환하고 전문의 가산제도를 도입하여 의료인력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활성화 방안으로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관리료의 현실화가 필요하며, 입원전담전문의의 인건비 보전율을 고려하여 2-3배 정도의 관리료 수가 인상이 필요하나, 우선 최근 비상진료 상황에서 환자 1인당 일별 12,500원을 추가 지원하고 있는 지원금을 비상진료 상황 해제시 관리료 수가인상으로 유지 보전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단순한 전공의 대체가 아니라 전문직군으로서 입원환자 전담전문의의 분과진료 참여, 통합내과 진료, 교육수련 참여 등 다양한 역할 모형 개발이 필요하며,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병동 제한 완화, 응급실을 경유 입원 환자의 응급실 체류시 진료 가능, 주 40시간 이상 근무 조건의 완화 등 규정개정을 제안하였다.

현재 필수의료의 붕괴는 미래가 사라진 필수의료에 대한 절망과 이에 따른 심각한 기피에서 오는 의료인력 부족과 기형적인 인력 분포의 불균형이 핵심 원인이다. 따라서, 근거와 효과가 불분명한 막연한 대규모 의대정원 확대만을 해결의 선결조건으로 고집하는 현재의 정부 대책은 눈앞에 닥친 필수의료의 급격한 붕괴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불필요한 정책 논쟁으로 시간과 인력이 낭비되는 동안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내과를 비롯한 모든 필수의료의 소멸은 더욱 빠르게 진행되어 회생의 불씨도 꺼지게 될 것이다. 대한의학회는 이번 연구보고서를 통하여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더욱 악화일로에 있으며, 심각한 필수진료 수련병원의 의료위기 상황을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확인하고, 각 학회가 요구하는 필수의료 정책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 필수의료의 선봉에 있는 수련병원의 진료인프라가 붕괴 직전에 있고, 이로 인하여 국민과 환자들의 불편과 불안이 나날이 가중되고 있음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현 의정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의료체계의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신속한 정책 전환과 필수의료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 정책 추진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막중한 책임이 있다. 정부는 국가의료체계 기반과 국민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근거없는 의사증원 기반 정책 추진을 재검토하고, 임박한 국가 필수의료 진료체계 붕괴라는 최악의 파국을 막기 위해 신속하게 현 사태를 수습하여 필수의료 소생에 최선을 다해 앞장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다.

대한의학회(https://www.kam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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