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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51 July 2023

기획특집

◎ 코로나19 공중보건위기 종료, 징비록으로 다음 대유행 대비를 위한 교훈 기록할 때

김 우 주고려의대 감염내과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 반만에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까지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약 7억 7천만명 확진자, 약 695만명 사망자(치명률 0.9%), 국내는 약 3,223만명 확진자, 약 35,000여명 사망자(치명률 0.11%)를 기록 중이다. 코로나19 백신의 대규모 접종으로 인한 면역, 감염 후 자연면역 그리고 백신과 자연감염의 혼합면역을 보유한 사람이 대다수 누적되면서 2023년 들어 환자와 사망자가 현저히 감소됐다.
아울러 작년부터 유행을 주도한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가 전염력은 빠르지만 병독성이 낮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위협을 덜 느끼게 됐다. 급기야 지난 5월 5일 세계보건기구 그리고 동월 11일 미국이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위기를 종료했다. 우리나라도 6월 1일 코로나 위기단계를 최고 “심각”에서 “경계”로 낮췄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입소형 감염 취약시설을 제외하고 마스크 의무착용을 사실상 해제하는 일상체제로 전환하였다.

그동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이 피폐했던 국민은 일상회복을 반기면서 빠르게 코로나19 이전 생활로 거의 돌아왔다. 아직 새로운 변이바이러스 출현, 백신과 자연면역의 감소로 가을철 재유행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팬데믹이 끝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피해를 겪었던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대한 복기와 반성을 통해 교훈을 얻으려는 노력은 찾기 어렵다. 영의정으로 임진왜란을 총괄했던 유성룡이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대비하자는 “징비록”을 남겼듯, 지금은 “코로나19 징비록“을 써서 차후 닥칠 신종감염병 대비·대응의 교훈으로 삼을 때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서 정부는 소위 K방역을 모범사례로 세계에 홍보했지만, 살신성인의 자세로 냉철하게 평가하여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 개선하여 차후에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는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 악영향을 끼쳤지만, 직접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따라서 코로나19 의료대응에 있어 중요한 문제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정부 대응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전에 대비하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드러난 확진자수, 낮은 치명률을 강조하면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반면 8차 유행파에 이르기까지 뒷북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

첫째, 코로나19 백신 선구매를 통한 조기 확보 및 접종 캠페인 착수에 실패한 것이다. 감염병 예방과 통제에 백신이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단이란 점은 불문가지다. 코로나19 초기부터 백신 확보의 중요성을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정부에 촉구했다. 결과적으로 백신 선구매를 추진했던 미국, 영국 및 이스라엘 등은 2020년 12월 초 mRNA 백신이 허가되자마자 국민 접종을 시작했다. 정부는 백신 선구매를 간과하고 뒤늦게 확보에 나서면서, 다음 해 2월 말 접종을 시작하였고 국민 불안은 커졌다. 반드시 법령에 신종감염병 대비 백신 선구매를 의무화하도록 명문화해야한다.

둘째,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함에 따라 긴급하게 임시병원을 만들어 위기를 극복했는데 정부는 끝까지 임시병원을 만들지 않았다. 따라서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면 사후 약방문으로 의료원, 국립 또는 민간 병원 등을 코로나19 환자 입원 병원으로 동원하였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에 중환자병상 동원 행정명령을 남발하여 중환자실을 코로나19 중증환자 입원실로 전용하다 보니 암, 심혈관, 수술환자 등 비-코로나19 중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여 이차피해를 입게 되었다.
또한 취약계층, 노숙자 등 경제적 약자들이 이용하던 시립병원을 코로나19 병원으로 전용하면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됐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의 임시변통식 병상 운영으로 코로나19 환자와 코로나 이외 환자 모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2023년 3월까지 통계청 인구 사망자료에 의하면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추정 초과사망자가 12만 4천여 명이었다. 이 수치는 확진 코로나 사망자 대비 약 4.3배 많다. 초과사망자에는 확진되지 않은 코로나19 사망자 그리고 코로나19 환자 진료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비-코로나19 사망자를 포함하고 있어 정부의 의료병상 대응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코로나19 유행파의 예측을 못하고, 경제적 이유 등으로 방역조치를 푸는 우를 범하면서 환자 증가를 조장했다. 특히 2022년 3월에는 오미크론변이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1일 최대 62만 명의 확진자를 기록했는데 거리두기를 완화하여 환자 폭증을 초래하고 상당수의 고령자 등 고위험군이 재택치료 중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하기까지 하였다. 의료역량 범위 내에서 감당할 수 있도록 환자 발생 증가속도를 누그러뜨려야 했는데 거리두기를 푸는 우를 범했다.

넷째, 다수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고령자가 입소해있는 요양원, 요양병원에 코로나19 유행파가 일 때마다 집단적으로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하는 불행한 일이 반복됐다. 지금까지도 요양원, 요양병원에서의 감염예방시설과 인력보완, 예산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안은 보이지 않아 코로나19 재유행이 있을 때 유사한 불상사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된 국민 소통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백신은 처음 개발돼 사용되는 것으로 예기하지 못할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백신 사용과 관련된 혈전증 부작용을 부인하고, 나중에서야 인과관계를 인정하다 보니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낳았다. 백신관련 괴담, 음모론 및 잘못된 정보 등으로 백신기피가 늘어 앞으로 백신접종캠페인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백신과 관련된 과학적 사실을 쉬운 언어로 빠르게 정직하게 국민과 소통함으로써 신뢰를 높이는 것이 원칙이다.

인류 역사에서 신종감염병은 주기적으로 발생하여 큰 상흔을 남겼고 때로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21세기 들어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2년 메르스, 2014년 에볼라, 2019년 코로나19 등 더욱 빈번하게 신종감염병은 출현했다. 앞으로 닥칠 신종감염병 위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얻는 교훈을 바탕으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된다. 특히 객관적인 전문가들로 코로나19 대응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철저한 실사구시 반성문으로 “코로나19 징비록”을 만들어 차후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절치부심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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