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민한국의학교육평가원 졸업후교육위원
한국의 인턴 수련교육은, 의사면허 취득 후에 1년간 인턴수련지정병원에서 전문 진료과목을 순환근무를 하면서 시행되는 현장실무교육이다. 의학교육의 연속성 관점에서 볼 때 기본의학교육1)에서 졸업후의학교육2)으로 이행하는 시기에 이루어지는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턴제도는 65년의 역사가 흐른 지금까지도 체험적 진로탐색 기회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해왔고 이러한 장점마저도 의료 및 수련환경의 변화로 줄어가고 여러 문제점들은 계속되고 있어 제도의 폐지 혹은 개선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이 글에서는 의학교육의 패러다임이 역량바탕교육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 현재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인턴 수련교육의 문제점을 다시 정리해보고,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그동안 진행된 주요 정책연구에서 제안된 방안들의 핵심 내용을 비교,검토하고 이 방안들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준비과제를 정리해보겠다. 또한 최근 필자가 참여한 의학교육학술대회(KMEC 2023)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KAMS 2023)에서 인턴 수련교육과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의견과 시각을 접한 후 두 방안의 현실적인 제한점을 고려한 절충(안)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협력하여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간략히 제시해 보겠다.
무엇이 문제인가?
현행 인턴 수련교육의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는데, 크게 (1) 교과과정 및 근무환경의 문제, (2) 환자안전 문제, (3) 평가제도의 문제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교과과정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비록 보건복지부 고시[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에 인턴수련의 교육목표와 교과과정 구성요건, 그리고 필수과 획득 핵심역량이 명시되어 있지만, 배정된 과에 짧은 기간 소속되었다가 순환근무 하다 보니 핵심역량 성취를 위한 환자진료를 경험하거나 체계적인 현장바탕 평가를 받기 보다는 담당과의 사정에 따라 업무나 학습경험의 차이가 심하고 일부 병원의 경우 단순 술기의 반복이나 잡무를 맡는 경우도 있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은 2022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인턴수련 교과과정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137개 병원 903명 전공의 응답)에 여실히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 중 교과과정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한 경우가 23%였고, 과별 핵심역량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한 경우는 무려 50%였으며, 지도전문의나 전공의로부터 수련지도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경우도 42%에 달했다. 인턴의 업무비중은 술기 36%, 환자 모니터링/이송 16%, 인턴 업무와 무관한 잡무 13%로 필수과목별 핵심역량과 무관한 내용이 65%를 차지하고 있었고, 환자 진찰 및 처방의 업무는 15% 밖에 차지하지 않아 수련고시와 현장교육 간의 간극이 얼마나 큰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또한 근무환경에 대한 조사에서도 수련계측입력시간과 실제 수련시간에 차이가 있었던 경우가 46%였으며, 51%가 수련과 무관한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업무들 가운데 사적 업무를 지시받은 경우가 16%로 여전히 교육생이 아닌 단기 업무보조 인력으로 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수련교육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인턴이 맡고 있는 주된 업무인 침상술기나 시술과 관련된 환자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수련 초기 의과대학 때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술기를 체계적인 사전 교육이나 충분한 연습 기회없이 환자에게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환자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 2022년 대한전공의협의회[전공의 실태조사](1,984명 응답, 응답률 14.8%)에서 진료행위로 발생한 환자 위해사건을 경험한 인턴이 11.7%에 이르고 있어 현행 인턴 수련교육이 환자안전 측면이나 교육생의 안전한 수련환경 측면에서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현재 평가 및 선발제도가 인턴수련에 미치는 영향 또한 심각하다. 역량성취에 초점을 둔 현장바탕평가는 부재하고 레지던트 선발에서 40%를 차지하는 필기시험과 상대평가 방식으로 산정되는 인턴근무성적으로 인해 졸업후의학교육 첫 단계에 임상의사로서 성취해야 할 기본 진료역량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주어지는 업무 수행과 대인관계에 집중하고 하반기에는 필기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형식적인 면접시험과 구조화되지 않은 구술평가 역시 선발의 타당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가진 현행 인턴 수련교육 제도는 이제는 바꿔야 한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2011년 대한의학회를 중심으로 인턴제 폐지 및 straight intern제로의 전환, 진료면허 도입 및 일차 진료의 양성을 위한 제도 마련 등이 포함된 [전문의제도 개선 방안 연구]가 진행되었다(표 1). 이 연구에 이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과 공론화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고 인턴제 폐지에 관한 시행령 입법 예고까지 진행되었다. 하지만 일부 수련병원, 의대생 등 이해당사자의 반대와 보건복지부의 최종 입장 변경으로 결국 실행되지 못했다. 인턴제도 폐지안은 의사양성기간을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전공의 수련체계로 전환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의학교육의 연속성 시각에서 대비해야 할 점들 즉, 의과대학 임상실습을 체험형으로 내실화하고 학생인턴제를 도입하며, 교육과정에 진로탐색 기회를 보다 확대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적인 임상경험과 진로탐색 기회가 축소되는 단점이 크게 부각되었고 학생진료를 위한 관련법 개정과 새로운 전공의 선발기준과 제도 마련과 새로운 레지던트 1년차 순환근무를 포함한 전공의 연차별 교과과정 개발 등의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 시행과 맞물리면서 결국 50년 이상 유지되어오던 인턴제도를 바꾸지 못했다.
2020년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정책과제로 수행된 [새로운 인턴수련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연구]는 앞서 시도된 인턴제 폐지에 따른 제약과 도전을 고려하고 역량바탕의학교육 패러다임 변화에 맞추어 현행 인턴제를 1차 진료능력 확보와 적절한 진로 탐색을 위하여 영국, 호주, 일본과 같이 2년 역량바탕 프로그램으로 전면 개편하고, 아울러 충분한 진료능력 확보에 따라 레지던트는 3년제로 축소하여 전공의(인턴+레지턴트) 수련을 총 5년으로 제시하였다(표 1). 역량바탕교육 원칙에 따라 성취 역량과 위임가능전문직무(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ies)를 정의하고 경험해야 할 필수 임상표현, 필수 질환, 기본 술기를 제시하였으며 평가 방법 및 수련프로그램 관리체계를 국제적 수준으로 제시하였다.
더불어 인턴 및 일차 진료의 수련 관련 비용의 국고 지원과 독립된 평가인증 기구의 필요성, 그리고 면허제도 및 전문의 자격인정 체제 개선방안도 함께 제안하였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폐지를 논하던 제도를 2년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수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 및 합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또한 늘어날 수련 실행비용에 대한 수련병원의 수용 여부와 국고 지원 여부도 중요한 해결 과제이다. 나아가 역량바탕수련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 요구되는 필수 인적, 물적 자원들을 각 수련병원이나 프로그램이 갖추는 것 또한 쉽지 않은 과제이다. 특히 인적자원 중 임상경험 뿐만 아니라 교육전문성까지 갖춘 수련책임자를 선정하고 그들의 교육활동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새로운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 꼭 필요하기에 이에 대한 국고 지원도 필요하다.
필자는 최근 참여한 두 학술대회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두 가지 방안에 대한 우려와 다른 시각을 접한 후 이 방안들의 현실적인 제약과 도전들을 고려한 대안적 조정(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글을 통해 한 가지 절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표 1). 절충(안)은 두 번째 방안과 같이 의학교육의 연속성 시각에서 새로운 인턴제를 포함해 졸업후의학교육 전체를 역량바탕수련모델로 바꾸는 개혁(안)인데, 현재와 같은 1년의 기간을 국고 지원으로 필수의료와 공공의료를 포함하고, 임상기초 공통과정으로 개발하여 의사면허 취득자는 모두 수련받도록 하는 안이다. 새로운 인턴(임상수련의)과정 수료 후 진료 면허를 국가가 발부하며 이후는 현재의 개별 전공의 프로그램을 지원해 전문의 자격을 갖추거나 일차진료의 제도를 신설하여 일차 진료를 담당할 의사들을 양성해 국가보건의료체계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현재 레지던트 수련과 같이 명실공히 전체 인턴 과정을 제대로 운영 및 관리할 독립적인 기구나 기관의 지정 혹은 설립이 절실한데 수련기관이나 수련과정에 대한 모니터링과 평가 등은 ‘인증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국제 표준이라 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그림 1은 이와 같은 인턴 수련교육 절충(안)이 포함된 졸업후의학교육 체제 개편(안)과 면허 및 자격인정제도 개선(안)을 요약한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방안들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심도 있는 논의와 추가 연구가 진행되어 실현가능한 방안이 결정되어 단계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끝으로 역량바탕 수련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실행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임상교육전문가(clinician educator, CE) 양성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제안하고 싶다. 환자안전과 사회적 책무성 강화 등으로 역량바탕의학교육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이러한 새로운 교육모델에 대한 임상교육자들의 개념 인식에 차이가 크고 국가별, 전문학회별 실행방법이 너무나 다양했다.
최근 역량바탕의학교육의 5가지 핵심요소들-1)성과 역량(역량틀), 2)역량의 단계적 발달, 3)맞춤 학습경험, 4)역량중심 교수법, 5)계획적 평가(programmatic assessment)-이 전문가합의연구를 통해 도출되면서 이러한 문제점이 줄어가고 있다. 이 같은 핵심요소들이 유기적으로 포함된 새로운 수련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평가하며 지속적으로 질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를 담당할 CE 양성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캐나다는 2016년부터 왕립전문의학회(Royal 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 of Canada)가 바쁜 임상교육자들을 위해 온라인 임상교육자 준석사 프로그램(CE-diploma program)을 개발해 임상교육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새로운 역량바탕 졸업후의학교육 체제 개혁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면서 우리의 실정에 맞는 임상교육전문가 양성도 함께 시작해야 한다.
표 1. 인턴 수련교육 개선 방안 및 과제(안)
주관/수행기관 | 대한의사협회의료정책연구소 /대한의학회 |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졸업후교육위원회 |
절충(안) | |
책임연구자 (연도) | 왕규창 등 (2011) | 이선우 등 (2020) | ||
핵심 연구 내용 |
인턴제 존폐핵심 개편 | 인턴제 폐지 New Resident 1 (NR 1) 신설 새로운 연차별 교과과정 개편 |
인턴제 개혁 국고 지원 2년 역량바탕 임상수련프로그램으로 개편 |
인턴제 개혁 국고 지원 1년 역량바탕 임상수련프로그램으로 개편 |
평가/인증 | 현행 수련기관 지정 및 인증 체제 유지 및 개선 |
독립적인 평가인증 기구(기관) 설립 수련기관 지정 및 인증 체제 개편 |
현재 수평위에 인턴과정을 전담하는 부서를 확충하거나 혹은 독립적인 평가인증 기구(기관) 설립 수련기관 지정 및 인증 체제 개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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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지침 | 국고 지원 일차진료의 양성제(2년) 도입 면허제도 개편(진료면허 도입) 지도전문의 운영 지침 |
국고 지원 일차진료의 양성제(2년) 도입 면허제도 개편(2년 수련 후 진료면허) 책임지도/지도전문의/역량위원회 |
국고 지원 일차진료의 양성제(2년) 도입 면허제도 개편(1년 수련 후 진료면허) 책임지도/지도전문의/역량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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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자별 추진과제(안) | 의과대학 KAMC |
교육과정 개편 및 임상실습 내실화 (학생인턴제, 체험형 임상실습, 진로 탐색 교육 강화) |
현행 교육과정 및 임상실습 유지 | 교육과정 개편 및 임상실습 내실화 (5-6년 학제, 학생인턴제, 체험형 임상실습, 진로 탐색 강화) |
대한의학회 전문학회 |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개편 (NR1, 레지던트 수련기간 다양화) |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개편 (레지던트 수련기간 단축) |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개편 (NR1, 레지던트 수련기간 다양화) 임상교육전문가(CE) 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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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부 병원협회 의사협회 전공의협의회 |
관련 법 개정 전공의 선발제도 및 지침 개선 지도전문의 제도 및 지침 개선 국고 지원 합의 |
관련 법 개정 전공의 선발 및 평가 제도 개선 지도전문의 제도 및 지침 개선 국고 지원 합의 |
관련 법 개정 전공의 선발 및 평가 제도 개선 지도전문의 제도 및 지침 개선 국고 지원 합의 |
그림 1.인턴 수련교육 절충(안)을 포함한 졸업후의학교육 체제 개편(안)과 면허 및 자격인정제도 개선(안)
1) ‘Basic Medical Education’을 일컬으며 의과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의학교육이며 졸업 후 ‘의사’의 자격이 주어지는데 국가에 따라 별도의 의사면허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2) 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을 일컬으며 의과대학 졸업 후에 일정 기간 별도의 자격을 갖추기 위한 교육으로서 대부분은 전공의 교육과정이다.
3)인턴제 폐지(안)에서 졸업 후 전문과로 바로 들어온 전공의를 의미하며 NR1은 straight intern 첫해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