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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49 May 2023

1분 소확행

- 칵테일. 이거만 알아도 당신은 칵테일 고수

백 성 현 건국의대 비뇨의학

요즘 젊은 층에서 혼자서 술을 마시는 혼술이 유행을 하고 있다. 집에서 먹는 술이라 해서 홈술이라는 말도 쓰인다. 전에는 혼술하면 TV 보면서 캔맥주를 마신다던가, 새벽에 혼자서 라면에 소주를 마시는 것을 지칭했었다. 어느 순간부터 일본식 주점에서 하이볼이 유행하다가 코로나 이후로 집에서 혼자서 혹은 가족과 술을 마시면서 급격히 확산되는 것 같다. 지난 호에 위스키 오픈런에 대한 기사가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하이볼이라는 칵테일이 그 벽을 허무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그럼 어떤 칵테일을 주문해야 나의 입맛에 맞게 마실 수 있을까? 잘 모르는 분들은 칵테일 메뉴판을 보면 술을 마시기도 전에 먼저 어지럽기 시작한다. 진 베이스가 어쩌고, 보드카 베이스가 저쩌고, 롱드링크, 숏드링크, 등등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오늘은 취향에 맞게 맛있게 칵테일을 마시는 방법을 살펴보자. 이제 날씨도 더워지므로 여름철에 마시기 좋은 칵테일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일단 앞에서 언급한 하이볼(Highball)을 보자. 보통 바와 같은 곳에서는 많이 주문하지는 않지만 식당이나 주점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산토리 가쿠빈 위스키를 베이스로 많이 사용하고, 일본식 선술집에서는 일본 소주를 사용하기도 한다. 알코올 도수를 낮추기 위한 비알코올 음료(mixer)는 토닉워터를 많이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진저에일을 섞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가벼운 안주와 곁들일 때는 안성맞춤인 술이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상당히 고급 위스키를 사용한 하이볼 제조가 소개되고 있다.

여름철이면 즐겨 마시는 진 베이스의 진토닉(Gin & tonic)과 럼 베이스의 모히토(Mojito)도 하이볼의 일종이다. 진토닉은 진과 토닉워터와 레몬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진이 스트레이트로 마시기 힘들어서 맛을 순화시키려고 토닉워터를 섞어서 진토닉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이다. 모히토는 화이트 럼에 클럽소다, 그리고, 라임, 민트 잎이 필요하여 다소 손이 많이 간다. 내부자들이라는 영화에서“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 잔 할래?”라는 코믹 대사로 널리 알려졌다. 이 두 술은 주문했을 때 실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단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취하지도 않고 배만 부르고 너무 달달하다고 2잔 째 부터는 다른 술을 주문하기 십상이다.

스크루 드라이버(Screwdriver)라는 칵테일도 사연이 있다. 중동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미국인 근로자가 보드카에 오렌지주스를 섞어서 드라이버로 저어서 만들어서 물통에 넣어 몰래 마셨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유명세에 비해 막상 바에서 가장 추천하지 않는 칵테일이 마티니(Classic Martini)이다. 진과 버무스(Vermouth)를 사용하고, 레몬 껍질이나 올리브를 가니시로 사용한다. 007시리즈, 킹스맨 등에서 단골로 등장하고 ‘칵테일의 황제’라고 불리기 때문에 이름이 익숙하여 한 번도 안 마셔본 상태에서 시켜보면 10명이면 9명은 실패하는 술이다. 마티니를 주문하면 바텐더가 “혹시 전에 드셔보신 적 있으세요? 처음 드시는 거라면 다른 술로 주문하시는 게 어떨까요?”라고 말 할 정도로 호불호가 갈리는 술이다. 보통 진을 저어서(stirring) 만드는데, 007시리즈에서는 보드카를 베이스로 하여 흔들어서(shaking) 만든다. 그린애플보드카와 스위트앤사워믹스를 섞어서 만드는 애플마티니는 권할만하다.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에 많이 등장하는 칵테일이다. 이건 매우 맛있다.

<마티니>

칵테일의 황제가 있다면 ‘칵테일의 여왕’은 맨해튼(Manhattan)이다. 버번 위스키를 베이스로 하고 스위트 버무스(Sweet Vermouth)와 앙고스트라 비터스(Angostura Bitters)를 첨가한다. 이 술은 맛이 괜찮다. 먹을 만한 술이다.

테킬라 베이스로는 마르가리타(Margarita)가 유명하다. 오발사고로 죽은 연인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는 등, 스토리가 가장 많은 술 중 하나이다. 테킬라에 오렌지 리큐르인 트리플섹(Triple sec), 그리고 라임주스를 넣어서 만든다. 이것도 맛있다. 특이하게 잔 주위에 소금을 묻혀서(salt rimming) 서빙한다. 얼음을 갈아서 셔벳처럼 만든 프로즌 마르가리타는 여름철에 제격이다.

<마르가리타>

한국에서는 많이 안 먹지만 싱가포르에 관광을 가면 꼭 먹는 칵테일이 있다. 싱가포르 슬링이 그것이다. 래플스 호텔(Raffles Hotel) 롱바(Long Bar)에서 1915년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영국 작가 서머셋 몸이 ‘동양의 신비’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진 베이스로 만드는데,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서 솔직히 직접 만들어 마시기는 어렵고 우리나라 바에서 과연 오리지날 레시피로 하는 곳이 있을까 하는 의심이 가는 술이다. 롱바에 가서 앉으면 종업원이 와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뜸 “Singapore Sling?”이라고 바로 물어본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말고 싱가포르에 가서 먹는 걸로...

참 맛있고 비싼 술인 샴페인을 사용한 칵테일도 있다. 샴페인 칵테일과 미모사이다. 샴페인 칵테일(Rick’s Champagne Cocktail)은 1943년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남자 주인공이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대사와 함께 이 칵테일이 등장한다. 원 영어대사는 “Here’s looking at you, kid.”라고 완전히 다른 뜻인데, 가장 아름답게 의역한 대사로 유명하다. 2019년 한국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이 대사가 나와서 이 드라마가 원조인 걸로 아는 사람들도 많다. 샴페인에 앙고스투라 비터스 몇 방울을 넣는 레시피이다. 맛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는 칵테일이다. 다른 샴페인 칵테일로는 미모사(Mimosa)가 있는데, 남녀의 성 지위가 뒤바뀐 세상을 그린 2018년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에 나온다. 샴페인에 오렌지 주스를 넣어 만든 술이다(추가로 쿠앵트로도 넣기도 한다). 이것도 맛이 너무나 쉽게 상상이 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적다.

달콤하게 마실 칵테일로는 테킬라 선라이즈(Tequila Sunrise)를 추천한다. 테킬라에 오렌지 주스, 석류 시럽(Grenadine syrup)을 넣어서 만든다. 영화 제목, 팝송 제목에도 사용되었고,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가 좋아했던 술로 알려져 있다.

앞에서 열거한 것 이외에 여름철에 별로 실패하지 않을 칵테일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우리 가족의 최애 여름 칵테일은 미도리 사워(Midori Sour)이다. 멜론 리큐르에 레몬주스, 소다수, 시럽 등을 믹스해서 만드는데, 멜론 리큐르로는 미도리를 사용해야 맛있다.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다는 다이키리(Daiquiri)는 럼과 라임주스를 믹스하여 만드는 술이다. 카미카제(Kamikaze)는 보드카에 쿠앵트로, 라임주스를 믹스하여 만든 술인데, 일본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바카디(Bacardi)라는 칵테일은 화이트 럼과 라임 주스, 석류 시럽으로 만드는데, 오리지날 바카디 럼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님이 소송을 했다는 일화도 있다. 멕 라이언 주연의 1995년 영화 프렌치 키스에 등장하는 시 브리즈(Sea Breeze)는 보드카에 2배의 크랜베리 주스, 절반 용량의 자몽 주스를 믹스하여 만든다. 집에서 만들어 마시기 쉬운 술이며, 심지어 맛있다.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에서는 애플마티니 외에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이라는 칵테일이 많이 등장한다. 보드카에 쿠앵트로를 믹스한 후 라임주스와 크랜베리주스를 섞어준다. 이 역시 엄청 맛있는 칵테일이다.

한국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폭탄주도 엄밀히 말하면 칵테일이다. 처음 유행할 때는 양주와 맥주를 섞다가 요즘에는 소주와 맥주를 섞는 ‘소맥’이 대표적인 폭탄주이다. 한국의 정치인이 처음 개발했다는 둥, 군인들이 면세 양주를 섞어서 즐겨 마셨다, 등등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양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의 원조는 보일러 메이커(Boilermaker)라고 한다. 1992년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보일러 메이커가 나온다(Boilermaker를 위키피디아에서 검색하면 소맥을 포함하여 세계의 온갖 폭탄주들을 소개하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고량주와 맥주를 섞는 폭탄주가 최악의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몇몇 분이 연태고량주와 칭타오 맥주를 섞으면 나름 먹을만하다고 해서 언젠가는 도전해 볼 계획이다.

술이란 것은 지독히 취향을 많이 타는 기호식품이지만 그래도 대체로 공통적인 입맛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을 술을 소개해 볼까 한다. 칵테일의 폭탄주라고 불리는 롱 아일랜드 아이스 티(Long Island Iced Tea)가 있다. 드라이진, 보드카, 럼, 테킬라 등 대표적인 증류주를 다 섞고 거기에 쿠앵트로, 레몬주스, 콜라 등을 믹스하여 만든다. 말만 듣고도 속이 울렁거리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블러디 메리(Bloody Mary)라는 칵테일은 보드카에 소금, 후추, 타바스코 소스, 우스터 소스, 토마토 주스 등을 믹스해서 만든다. 한국 사람 취향은 아닌 것 같다. 레드 아이(Red Eye)라고 맥주에 토마토 주스를 섞는 칵테일도 있는데, 이 역시 그리 권하고 싶지 않은 칵테일이다.

칵테일은 보통 많은 기구와 다양한 재료가 필요한 술로 인식되어 칵테일을 집에서 만들어 즐긴다고 하면 놀라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처음 시작은 어렵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술과 다른 재료들을 섞는 쉐이커는 텀블러로 하면 되고, 술의 양을 재는 지거는 소주잔을 이용하면 된다. 술을 저어주는 바 스푼은 길다란 자루의 스푼을 대신 사용하면 되고, 민트나 라임을 으깨주는 머들러는 작은 절구공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렇게 기구의 부담을 덜어내고, 몇 가지의 기주와 리큐르를 구입해서 도전해보시라. 대부분의 칵테일은 기주와 리큐르, 그리고 탄산음료를 교차하면 다른 종류의 다양한 칵테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처음에는 집구석에 처박혀 있는 위스키 한 병과 눈 딱 감고 제일 저렴한 보드카를 구입해서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한다. 의외로 많은 칵테일이 가능하다. 그 다음에는 드라이진도 한 병 구입해서 영역을 확장해 보시라. 그러니, 올해에는 가볍게 마실 수 있고, 가족들과도 같이 할 수 있으면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칵테일에 도전하면 어떨까.

주(註):
하이볼(Highball): 위스키 베이스에 더 많은 양의 비알코올 음료(non-alcoholic mixer, 탄산음료를 많이 씀)를 섞어서 만든 술을 의미한다. 산토리 가쿠빈 위스키가 거의 시초라고 할 수 있고, 버번인 짐빔(Jim Beam)도 많이 사용되었고, 최근에는 라벨5(Label 5) 위스키가 아예 하이볼 전용 위스키로 마케팅을 하고 있고, 하이볼 자동제조기까지 등장하였다. 아예 처음부터 완전히 믹스하여 하이볼 자체로도 판매하고 있는 RTD (ready to drink) 하이볼도 등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베이스(base): 칵테일에서 기본이 되는 술을 말한다. 기주(基酒)라고 한다. 보드카(Vodka), 진(Dry Gin), 럼(Rum), 위스키(Whisky, Whiskey), 브랜디(Brandy) 등 거의 모든 증류주(spirits)가 이에 해당되며, 종종 와인, 샴페인과 같은 낮은 도수의 발효주를 베이스로 사용하기도 한다.
리큐르(liqueur): 알코올에 설탕, 식물, 향로 등을 섞어 만든 술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칼루아, 베일리스 등이 있다.
오렌지 리큐르: 큐라소, 트리플섹(Triple sec), 쿠앵트로(Cointreau), 그랑 마니에르(Grand Marnier) 등이 유명하다. 향이 매우 좋다. 과거에 큐라소 섬에 오렌지를 심었는데, 기후가 안 맞아서 맛이 없어서 버려진 오렌지가 수십년간 방치된 후 껍질의 향이 매우 좋은 것을 발견하고 오렌지 껍질을 추출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쉐이커(Shaker): 술과 다른 재료들을 혼합하는 기구. 가정용이나 일반 바에서 흔히 쓰는 Cobbler Shaker와 전문가용인 Boston Shaker가 흔하다.
지거(Jigger): 술의 양을 계량하는 기구로 보통 한쪽은 1온스(약 28그램), 다른 한쪽은 1.5온스로 되어있다.
바 스푼(Bar Spoon): 자루가 길다란 스푼으로 한쪽은 스푼, 다른 한쪽은 포크로 되어있으면서, 자루 부분은 나선형으로 설계되어 있다.
머들러(Muddler): 허브나 과일을 으깨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도구이다.

후일담(後日談):
007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에서 다니엘 크레이그가 베스퍼 마티니(Vesper Martini)를 주문하는 대사는 바에 가서 꼭 한번 해보고 싶다. “Three measures of Gordon’s, one of vodka, half a measure of Kina Lillet. Shake it very well until it’s ice-cold, then add a large thin slice of lemon-peel. Go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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