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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49 May 2023

Issue??있슈!!

◎ 간호사특권부여법은 폐기되어야 한다.

박 형 욱대한의학회 법제이사

2023년 4월 27일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5월 4일 정부로 이송되었고 16일 대통령은 이 법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청하였다.
대한간호협회는 애초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해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가 간호사 업무영역에 ‘지역사회’를 포함한 것을 비판하면 대한간호협회는 의료법상 단독 개원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하였다. 그러나 4월 11일 국민의 힘과 정부가 간호법에서 ‘지역사회’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으로 바꾸자는 중재안을 제안하자 대한간호협회는 이를 거부했다. 간호법의 목표가 정말 간호사 처우개선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앞으로 간호사들이 ‘지역사회’를 매개로 여러 보건의료인의 직역을 침탈할 것으로 예견된다. 구체적으로 간호법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간호법에는 다른 보건의료인력과 달리 간호사에게만 특권을 부여하는 조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14조 제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의 장은 보건의료인력등의 적정 노동시간 확보 및 근무환경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법 제21조 제1항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간호사등의 장기근속 유도 및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하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통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21조 제3항은 각종 기관과 시설의 장은 간호사등의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위하여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의 세계에서 “노력하여야 한다”와 “지원해야 한다”는 완전히 다른 의미다. 국가 재정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처우 개선은 통상 “노력하여야 한다”는 수준으로 기술된다. 더욱이 민간기관에게 특정 직종에 대해서만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률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간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넘어 민간의료기관에까지 간호사에 대한 지원을 의무화하였다. 이런 간호법은 보건의료현장에서 협력이 아닌 갈등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둘째, 간호법은 간호사를 의료법상 의료인으로 유지하면서도 별도의 간호법으로 특권을 부여하는 과도한 법이다. 원래 의료법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의 다섯 직종을 의료인이라는 범주로 묶어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간호법은 의료법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관련 조항의 상당수를 복사해 짜깁기를 해서 만들었다. 따라서 의료법을 개정할 수 밖에 없었는데 별도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아니라 간호법 부칙에서 의료법의 여러 조항을 개정했다.
그런데 간호법은 간호사를 여전히 의료법상 의료인으로 유지하면서 별도의 간호법을 만든 것이다. 의료기사를 규율하는 체제와 비교하면 간호사에게만 특권을 부여하는 형태다. 의료 기사는 의사의 지도 감독하에 실질적인 의료행위를 하지만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다. 의료기사는 별도의 의료기사법에 의해 규율된다. 그러나 간호법은 의료법상 의료인으로 유지하면서 간호법이라는 별도의 법으로 간호사의 여러 특권을 보장 것이다. 양 손의 떡을 쥐고 둘 다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극도로 이기주의적인 모습이다.

셋째, 간호사에게 특권을 부여하기 위해 의료법은 누더기가 되고 간호사에 대한 규제의 흠결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의료법 제25조 제1항은 “의료인”은 3년마다 그 실태와 취업상황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간호법 부칙에서 개정된 의료법 제25조 제1항에 따르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및 조산사”는 3년마다 그 실태와 취업상황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간호사의 신고 의무는 간호법에 규정했기 때문에 그 외 의료인을 하나하나 열거할 수 밖에 없다.
의료법은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대부분의 의료법 조항은 의료인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하여 환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료법과 같은 행정법은 법률의 앞부분에서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을 두고 법률의 뒷부분에서 의무 위반시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간호법에는 의료법과 달리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 규정이 전혀 없다. 따라서 의료법에서 간호사의 의무를 간호법으로 옮겼지만 간호사가 그 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 간호법으로는 제재할 수 없다. 또한 의료법으로도 제재를 할 수 없다. 더 이상 의료법상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요컨대 의무 조항과 제재 조항을 별도의 법에 따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기이한 입법이며 이는 심각한 흠결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의료법 제66조 제4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제25조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신고할 때까지 면허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간호사는 더 이상 의료법 제25에 따라 신고를 하는 의료인이 아니다. 따라서 간호사가 보수교육을 이수하지 않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고를 하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런 흠결이 곳곳에 보인다.

넷째, 간호법은 입법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였으며 이는 그 자체로 위헌적이다. 국회 심사의 출발점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다. 2022년 5월 9일 오후 2시 12분 부산에 있던 국민의 힘 김미애 의원은 갑자기 문자 하나를 받았다. 같은 날 4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개최된다는 것이었다. 물리적으로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당일 오후 1시 30분 국민의 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에게 4시 개최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미애 의원을 비롯한 대다수 국민의 힘 의원들은 법안소위에 참석할 수 없었다. 그리고 김성주 위원장 주재하에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간호법안을 처리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도, 법제사법위원회도, 국회 본회의도 이런 식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제대로 법안 심사가 이루어질 리가 없다. 결국 본회의에 상정되기 직전 간호사의 결격사유 조항을 다시 수정해 올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 흠결이 있다. 오죽하면 언론이 “간호법 날림 심사...핵심 조항 앞 뒤 연결 틀린 채 국회 통과”라고 비판할까.

보건의료현장은 서로 다른 여러 직종이 협업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히 제대로 지켜질 수 있다. 따라서 국회는 새로운 입법과정에서 직종 간의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과정은 절차적 정당성도 무시하고 사회적 갈등 조정 기능도 포기한 것이다. 간호사의 처우를 정당하게 개선하는 것을 넘어 간호사에게만 특권을 부여하는 법은 보건의료현장의 갈등을 극대화한다. 간호사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법과 제재를 하는 법을 따로 만드는 것은 규제의 흠결을 초래한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된다. 현재의 간호법은 폐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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