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호 기대한의학회 정책이사
전문가의 자격은 전문가에 의하여 완성된다. 전문의 제도가 지속 가능하려면 안정적인 운영과 시대에 맞는 제도로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그 중심에 대한의학회가 있다. 우리나라 전문의 제도는 거듭 발전하여 점점 세분화하였다. 의학의 발전과 사회의 요구로 자연스럽게 분화되었다. 대한의학회는 세분화의 목적을 학문과 의술의 발전에 두었다. 학술적 발전이 없는 의료사회적 요구로 인한 분화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분화의 끝은 세부·분과전문의 제도이다.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다. 제도 시행을 거듭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였다.
첫째,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문제이다. 일부 전문과목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세부·분과전문의 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다. 세부·분과전문의 제도가 아무리 학문의 발전을 위한 목적이라고 하여도 개인적인 이득이 없이는 제도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세부·분과전문의를 취득하여도 실익이 없다면 제도는 외면당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전문 영역을 표방하는 것으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한지 검토되어야 한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26개 전문과목만 법률적 전문의 자격이다. 정부, 의료계 및 국민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세부·분과전문의 전문과목 표시를 제한하고 있다. 전문과목 표시 제한으로 국민의 알권리와 전문의 선택권 제한을 받고 있다. 역설적으로 현행 세부·분과전문의 명칭은 정부 부처, 보건의료 관련기관, 학계, 의료계, 건강보험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국민이 보편적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대한의학회에서 지난 20년간 엄격하게 관리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되며, 국민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세부·분과전문의를 표방하게 하여 의학의 발전과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대한민국 의료의 국제화와 국제적 경쟁력을 올려야 한다.
둘째, 자격시험에 관한 문제이다. 전문의와 세부·분과전문의제도에서 공통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자격시험이다. 합격률이 90% 이상 100%에 가까운 시험이다. 수련기관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수련 중 평가를 거친다면 굳이 자격시험이 필요한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자격시험으로 인한 수련의 기간과 질이 저하되는지 다른 형태의 자격시험이 필요한지 등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실기 및 구술시험에 관한 문제이다. 전문가는 전문 영역의 지식뿐만 아니라 실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격시험 2차 실기 및 구술시험은 형식에 치우쳐 있어 유명무실하다. 선진국에서 수련 과정 또는 자격 갱신에 있어 실제 임상 실기에 대한 전문가 검증받는 절차 또는 시험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시행되고 있다. 우리에게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넷째, 수련 기간의 문제이다. 다른 국가 자격과 달리 대한민국 의료제도는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기초 교육과정 (BME, basic medical education) 부터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BME 교육과정도 국제 기준에 맞추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졸업 후 교육 과정(GME, graduate medical education)에서는 전공의 수련환경특별법(전공의 법)에 의하여 전공의를 노동자에서 피교육자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법률 시행 이전 우리나라 의학의 특징으로 강도 높은 의학적 노동이 수련의 질과 량을 보장하였다. 법률 시행에 따라 수련 시간이 전문가양성에 충분한지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였다. 한 분야의 전문가양성을 위한 수련 시간은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른다. 현재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수련한다면 연간 약 2080시간이다. 전공의 3년 기준으로 하면 약 6200시간, 4년이면 8300시간이 된다. 미국의 전문의 수련시간이 약 12,000 시간에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련시간이다. 전공의 수련환경 특별법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약 2-3 년의 수련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다섯째, 무분별한 인정의 제도이다. 전문가제도는 얼마나 잘 관리되는지에 따라 자격의 질이 보장된다. 인정의 제도는 술기 중심의 자격 제도이다. 세부·분과전문의 인정의 등 다양한 임의 제도가 형식과 내용 면에서 혼재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지 않다. 전문가 자격이나 제도가 학문적 발전 이외의 배타적 권익을 위해 오용되고 있다. 공익적 목적의 기관이 공정하고 철저하게 관리하여야 국가 사회로부터 전문가로서 받은 전문가로서 특권을 유지할 수 있다.
전문의 및 세부·분과전문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제도의 문제점을 수정 보완하고, 엄격한 관리와 의학 발전에 맞는 제도로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그 중심에 대한의학회는 의학의 발전과 사회의 요구를 수렴하여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여야 한다. 전문과목 세분화의 목적을 전문 분야의 우수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임상의사를 양성하고, 학문 (교육, 연구) 과 의료기술의 발전에 공헌하며, 의사 개인의 자기 발전을 도모하여, 궁극적으로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되는 목표 달성을 위하여 의학의 발전과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여 목표 달성 방법에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