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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49 May 2023

1분 소확행

◎ 취미가 진심이 되다 – 지천명의 몸 만들기

윤 하 나이화의대 비뇨의학

정말 오래간만에 학회가 없는 주말을 감사히 여기며 사랑하는 나의 반려견 블랑과 하쿠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던 햇살 좋은 일요일 오후였다. 10분정도 걸었을까. 오른쪽 허리와 다리가 땡기고 저리기 시작한다. 걷기 싫어하는 할머니 강아지를 안고 걸으려니 더 힘들다. 고질병인 허리 디스크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체중을 10kg 줄이면 디스크 수술 안 해도 돼. 알면서 그래.” “혈압약 끊고 싶으면 체중을 줄이세요. 짜게 먹지 말고. 운동해, 운동.”
모르는 바 아니다. 심지어 나도 환자들이 물어보면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생기는 일에 지쳐서 집에 가면 손가락하나 까딱하기 싫을 정도로 체력이 바닥이 나는 건 모든 직장인의 공통점 아닐까. 게다가 문제는 나도 이제 지천명의 나이 오십을 넘어섰다는 것이었다. 환자들한테서 들어보기만 했던, 교과서에서 읽어 보기만 했던 다양한 증상들이 나에게 난데없는 돌풍처럼 갑자기 하나씩 둘씩 덮쳐오기 시작했다. 고혈압, 고지혈증을 가진 복부비만 과체중의 중년 아줌마가 되어 버린 것이다.

실은 나는 대학생 때부터 목디스크 증상이 있었고, 늘 어깨를 올리거나 구부정하게 숙여야 하는 수술 자세 때문에 거북목이 나아지질 않아서 종종 팔저림 등의 증상을 겪고 있었다. 게다가 요추 디스크도 생겨서 목과 허리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때문에 10여년 이상 필라테스 교습을 받으면서 코어근육 강화운동은 꾸준히 해왔었다. 자세교정을 위해 발레 교습도 수년간 받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면서 불규칙한 식사와 스트레스로 충만한 일상은 복부비만과 고혈압, 고지혈증의 대사증후군 3관왕으로 복수해왔다.

그래서 어느날 결심했다. ‘운동을 제대로 해보자. 안 그러면 이러다가 자다가 다음날 눈을 못 뜰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나는 절대 혼자 독하게 운동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작심삼일의 전형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찾기로 했다. 운이 좋게도 병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1:1 트레이인 스튜디오가 있었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부드럽지만 단호했다.

“으아... 근육이 터질 것 같은데요... 똑바로 서질 못하겠어요.” “네~네~. 알겠어용. 그러니까 한 세트 더. 호호호~~”

그런데,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1년 이상 꾸준히 했지만 몸의 변화가 없었다. 인바디로 체성분 측정을 하면 근육량은 늘어나는데 체지방은 도대체 몸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나는 복부비만에서 근육돼지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근육을 일단 늘려야 체지방을 빼도 나중에 몸을 만들 수 있다고 격려했지만 덧붙여 ‘제발 적당히만 먹어 달라’고 했다. 결론은 식이요법이 동반되지 않는 운동은 체중감량과 체지방 감소에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없다.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조금씩 체중 감량이 되면서 뭔가 드라마틱한 목표가 있어야 원하는 몸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담 삼아 뭔가 목표가 있어야 살을 더 빨리 뺄 수 있을 거 같은데 머슬매니아라도 나가볼까요 했던게 현실이 되어 버렸다. 머슬매니아 팀코리아 출신인 트레이너 선생님의 ‘할 수 있다!’는 꾀임과 친구들의 장난 같은 응원으로 진짜 대회에 나가버린 것이다. 믿어지지 않게도 일하면서 대회를 준비하고,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면서 머슬매니아에 참가했고, 완벽한 몸은 아니었지만 나름 즐겁게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그 이후 내게는 큰 변화가 생겼다.

꾸준한 운동을 통한 체중 감량의 결과 고질적으로 나를 괴롭히던 허리 디스크 통증과 목 디스크 증상은 거의 없어진 건 당연하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더 커졌다. 진료와 연구로 정신없이 바쁜 중에도 해냈다. 그리고 50대의 각종 성인병과 만성 질환의 종합선물세트인 내가 이걸 해냈다. ‘한다면 한다’를 진짜 했다.

어느덧 2년이 훌쩍 지나 버린 지금, 솔직히 내 몸의 상태는 대회 준비 할 때처럼 단단하고 건강한 몸으로 잘 유지되고 있지는 못하다.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인 일상, 팬데믹이 엔데믹이 되면서 그간 못했던 학회들이 봇물처럼 터지면서 운동할 시간과 체력이 다시 바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식습관은 아슬아슬하게 과식과 절식을 왔다 갔다 하더라도 운동은 최대한 유지하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왜 운동을 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이 들어서도 잘 놀고 싶어서. 건강하지 못하면 놀지도 못해.’라고 그래서 취미인 운동이 진심이 되었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었을 때 놀고 싶은 거 다 놀려면 지금부터 몸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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